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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로 대접받는 가로수를 보고 싶다." 라펜트 국제 조경포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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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777회 작성일 14-05-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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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로 대접받는 가로수를 보고 싶다

[조경명사특강] 임승빈 교수의 도시사용설명서_17회
라펜트l기사입력2014-05-03
가로수는 콘크리트정글이라 불리는 현대도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연요소이다. 인공화된 도시에서 대기정화, 도시열섬완화, 정서순화 등의 역할을 하며 동시에 도시 내 산재된 공원, 하천 등 녹지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에서의 가로수는 원칙적으로 낙엽활엽수가 적합하다. 낙엽활엽수는 여름에는 잎이 무성하여 시원한 그늘을 주고, 겨울에는 매연에 찌들은 낙엽을 떨어뜨리고 따뜻한 햇볕을 가로에 선사함으로써 가로환경을 쾌적하게 조절하는 매우 유익한 작용을 한다.

또한 낙엽활엽수는 도시에서 계절감, 시간성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앙상한 가지에서 겨울의 삭막함을 느끼고, 신록의 부드러운 버드나무 새순에서 봄의 따스함을 느낀다. 또한 녹음 우거진 가로수 그늘에서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시원함을 느껴본다. 아름다운 색깔의 낙엽이 수북이 쌓인 가을에는 풍요로움과 더불어 인생의 덧없음에 젖어보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가로수는 단순히 그늘을 만들고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넘어 도시인들에게 인간자신의 실존성을 깨닫게 해주고 인간의 존재를 대자연과 연계시켜주는 반려식물 역할을 한다.


수원천의 버드나무 가로수_ 5월의 가로수 신록과 물은 도시인에게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버즘나무 가로수
여름(상단)_ 여름의 가로수 녹음은 더위에 지친 도시인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가을(하단 좌측)_ 낙엽이 보도에 쌓이면 가을 정취를 한층 더 느끼게 되고 사색에 잠기게 된다.
겨울(하단 우측)_ 낙엽활엽수는 겨울에 잎이 떨어져 햇빛을 통과시킴으로써 지상을 따뜻하게 하는 미기후 조절기능이 있다. 또한 가로수 그림자는 정적인 겨울 가로에 다양한 바닥패턴을 만들어 단조로움을 완화시켜준다.


간혹 소나무, 히말라야시다와 같은 상록수를 가로수로 도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로수 본래의 환경조절기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장식적인 효과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다만 문화재 주변이나 빌딩입구 등과 같은 특정 장소에 상징적 의미로 도입할 수는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가로 전체를 상록수로 하기 보다는 점경물 개념을 도입하여 최소한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로구 명륜동(좌)_ 대학로로 연결되는 가로에 소나무 가로수를 식재하였는데 상록수라서 겨울에는 햇빛을 차단하여 춥고 어두우며, 여름에는 그늘이 부족하다. 소나무 가로수가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수원 팔달문(남문)이 보이는 팔달문시장(우)_ 소나무를 가로수로 식재하여 인접한 문화재인 팔달문의 장소성을 살리고있다.


도시의 가로는 수목이 자라기에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아스팔트 혹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빗물과 공기가 토양으로 공급되기 어렵고, 포장면의 복사열로 수목의 뿌리가 잘 자라지 못한다. 가로수가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수목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로수 뿌리에 공기와 물이 공급되도록 뿌리보호덮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덮개대신 초화류를 식재하여 가로경관의 향상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가로수를 연결하는 띠녹지를 만들어 빗물과 공기의 토양 침투율을 높이고 가로의 녹시율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싱가포르(좌)_ 뿌리보호 덮개 대신 초화류를 식재하여 장식적인 효과를 높이고 있다.
낙성대 띠녹지(우)_ 가로수를 연결하여 띠녹지를 조성하면 보행자 눈높이에서의 녹시율이 한층 높아지고 보차분리 효과도 높아져 보행자의 쾌적성이 향상된다. 우수의 투수율도 당연히 높아진다. 적은 예산으로 가로경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가지치기도 중요한 가로수관리 항목이다. 전기줄과 얽히지 않도록, 혹은 병충해 방제가 용이하도록 일정 높이 위의 가지를 자르기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로변 상가의 간판을 가리지 않도록, 혹은 버스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아래로 처진 가지를 잘라 지하고를 일정 높이로 유지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봄이 오면 곁가지를 모두 잘라 막대기를 세워 놓은 것 같이 만들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곁가지를 일부 남겨서 가로수 수형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일본에서처럼 가로수 전정을 자격증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른 봄 애처롭게 보이는 헐벗은 가로수 모습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가로수 전정작업(상단)_ 매년 이어지는 가지치기는 가로수의 생장을 무시하고 도시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가로수가 자유롭게 마음껏 자라게 할 수는 없을까?
서초동 가로수(하단)_ 콘크리트 감옥에 갇힌 가로수 뿌리는 자유롭고 싶다. 가로수 뿌리를 해방시키자.


서초역 사거리 향나무_ 아스팔트 한가운데 매연의 섬 속에 갇혀있는 향나무는 인간의 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시들어가고 있다. 향나무는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수액주사 등으로 연명하고 있는 향나무는 차라리 존엄사를 택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생활 철학으로 살아왔다. 수목도 인위적으로 전정하지 않고 자연적인 형태 그대로 키우고 감상하였으며, 가로수도 기하학적 형태로 전정하지 않고 자연스런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하여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기하학적 정원이 발달하였고 이러한 전통이 가로수관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파리 샹젤리제의 가로수는 박스 형태로 전정하여 독특한 가로경관을 연출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 특유의 기하학적 정원의 전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로수 관리에서도 그 나라의 전통문화가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좌)_ 길 건너편에서 볼 때 1층 상점으로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가로수 아래 가지를 전정하였다.ⓒ임주원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우)_ 가로수 아래가지를 전정하여 5층까지 가로변 상점과 건물로의 시야를 열어주며 수관은 그늘을 만들어 쾌적한 보행가로가 형성된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좌)_ 버즘나무(London plane) 가로수를 박스형태로 전정하여 가로에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프랑스의 기하학적 정원의 전통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임주원
모로코 탕헤르 시내(우)_ 오렌지나무 가로수를 서로 이어 수평으로 전정함으로써 다양한 모양의 건물들이 가로수가 만드는 수평선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가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또한 가로수는 도시 내 특정지역의 개성을 표현하고 가로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벚나무, 노란색 단풍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은행나무, 물가에 잘 어울리는 버드나무, 원추형으로 키가 커서 수직적 공간형성이 용이한 메타세콰이어 등 가로수의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살려 가로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가로수는 수종에 따른 수관형태, 낙엽색깔, 꽃색깔 등에 따라 가로에 개성을 부여하고 인지도를 높여준다. 따라서 도시의 가로마다 적절한 수종을 도입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지닌 도시형성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환경에 보다 적합한 다양한 가로수 수종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페인 마드리드 가로수_ 아카시아나무(좌), 박태기나무(우) 등 다양한 화목을 도입하여 가로에 특성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많은 도시에서 가로수로 특화시킨 개성있는 거리를 만든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일부 강변도로 외에는 가로수가 인상적인 도시가로가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서울 신사동의 ‘가로수길’은 가로수가 유명하기 보다는 가로의 상점들이 더욱 매력적이다.

가로수는 미기후조절, 녹시율 제고 등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도시가 고밀화 될수록 가로수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또한 가로수는 회색 도시에서 도시인들이 계절감을 느끼고 인간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로수는 도시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도시인의 생태적 반려자인 생명체이므로 이에 부응하는 생육환경의 조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가로수가 인상적인 도시가로를 보고 싶다.
가로수를 도시인의 생태적 반려자로 대우하자!


연재필자 _ 임승빈 명예교수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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