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T 환경뉴스 2022년 5월 11일 (수) 제 9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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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T 환경뉴스 2022년 5월 11일 (수) 제 949호
사무처 오늘의 주요 일정
나루공원 수업
2. 가덕도 100년 숲 살리기 줌 회의
3. 민관협치 사업 교부금 신청 공문 발송
오늘의 환경뉴스
1, 문재인 정부에 큰소리치던 부산시, 윤석열 정부에 꼬리 내려
2. 육지 중심의 사고
3. 지구상에 딱 10마리…판다 닮은 바키타 돌고래의 마지막 ‘희망’
4. “‘세젤귀’ 상괭이 좌초 미스터리 밝혀 멸종 막아야죠”
문송'하지 않은 학자들의 해법 "지구의 절반을 사회주의로"
트로이 베티스, 드류 팬더그레스의 <Half-Earth Socialism>을 읽고
한국 대통령선거에서는 기후변화가 사소한 쟁점조차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난 몇 년간 외신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한반도만 지구 바깥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 나라 언론에서 그나마 기후위기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곳은 외신란이었다. 그래도 다른 나라들에서는 최근 몇 년 새 기후위기에 관한 관심이 부쩍 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나라 밖 분위기마저 달라진 듯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탓이다. 삽시간에 세계인의 관심이 전쟁에 쏠리면서 기후위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정색하고 다시 보면, 전쟁을 둘러싼 국제 동향 가운데에 기후위기와 직간접적으로 얽히지 않은 것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다. 전쟁 초기에 '체르노빌'이라는 이름이 재등장하며 핵발전소 안전 문제가 새삼 주목받았다. 당장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들여오기 힘들어지자 발을 동동 구르는 유럽 국가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에너지 체제 전환에 가장 앞서 있다는 이들 나라조차 여전히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 군수산업의 때 아닌 특수는 '그린 뉴딜'을 자본주의 회생 기회로 만들겠다던 미국 바이든 정부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등등.
말하자면 비록 우리는 잊고 있을지라도 기후위기는 알게 모르게 쉼 없이 전진하고 있다. 전쟁으로 딴 곳을 향하던 눈길이 다시 지구 생태계 쪽으로 돌아오면, 그때는 더욱더 돌이킬 수 없는 규모로 커진 재난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인류는 불과 몇 달 후를 내다보더라도 '미지의 미래'를 각오해야 하는 형편이다.
최근 영어로 출간된 트로이 베티스(Troy Vettese)와 드류 펜더그래스(Drew Pendergrass)의 저작 <Half-Earth Socialism(지구의 절반 사회주의)>(Verso, 2022)은 이런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가는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경고와 충고를 담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정신 나간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이 책 내용은 오히려 한국 사회가 얼마나 거대하고 근본적인 시대 변화에 무감한지 보여줄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만하다.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 프로젝트
먼저 'Half-Earth Socialism'이라는 이상한 제목부터 설명해야겠다. 마지막 단어야 우리말로 옮기면 '사회주의'이지만, 문제는 'Half-Earth'라는 말이다. '지구의 절반'이라니 무슨 뜻인가?
이는 에드워드 O. 윌슨이 제안한 '지구의 절반' 프로젝트에서 따온 말이다. 에드워드 윌슨, 익숙한 이름이다. 이제는 일상어로도 쓰이는 '통섭'을 주창한 진화생물학자 윌슨(1929-2021), 그 사람이다.
윌슨은 말년에 <지구의 절반: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제안>(2016년)이라는 저작을 발표했다. 이 책은 우리말로도 나와 있다(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7). 그러나 윌슨의 다른 저작에 비해서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윌슨이 생전에 이를 알았다면, 무척 섭섭해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인류세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진화생물학 연구 역정을 총정리하면서 동시에 이로부터 기후위기에 대비할 지혜를 끌어내고자 남은 힘을 쏟아 부었고, 이 책은 그 중 결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윌슨은 과학기술과 산업문명 자체를 거부하는 생태 근본주의자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기후 위기에 따른 대멸종으로 종 다양성이 사라질 경우에 인류 역시 생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한 사람의 생물학자였다. 그래서 그가 인류 전체에게 남긴 유언과도 같은 제안이 '지구의 절반' 프로젝트다. 여러 나라가 국립공원을 만들어 자연을 지키듯이, 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구 전체에 걸쳐 보호구역을 정해 인간의 발길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규모가 어림잡아 지구 '절반'이다.
인간 문명은 지구의 대략 절반만 점유하자. 나머지는 다른 동식물 몫으로 돌리자. 이것은 무슨 대단한 양보가 아니다. 이 정도 조치는 취해야 인간 문명 자체가 붕괴하지 않을 수 있다. <Half-Earth Socialism>의 두 저자는 윌슨이 제안한 이 프로젝트를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단, 윌슨의 프로젝트가 실현되려면 자본주의가 모종의 사회주의로 전환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그래서 책 제목이 우리말로 "'지구의 절반' 사회주의"다.
이런 주장에는 대전제가 있다. 체제 변화 없이도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자들이 내세우는 해법이 하나같이 실제 효과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두 저자가 비판하는 대표적인 해법 가운데 하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핵발전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요즘 주목받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이나 태양복사관리(SRM) 같은 기술공학적 해법이다.
핵발전 확대론에 대한 비판 논리는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하다. <Half-Earth Socialism>에서 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지구 행성 전체의 태양 복사 에너지나 탄소량을 관리할 수 있다는 기술공학적 해법의 한계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대기 중에 유황 에어로졸을 살포해 태양 복사 에너지를 산란시킨다는 SRM 구상은 미국 같은 강대국 정부가 가장 선호할만한 해법이다. 하지만 오존층 파괴나 더 심각한 기후 교란 같은 대재앙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 면적을 늘려 화석 연료를 대체하면서 동시에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한다는 beecs 구상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최소 인도 면적만큼 새로운 경작지가 필요하다. 이를 확보하려면 기존 숲을 대량 파괴해야 하는데, 이것은 더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을 없애고 실험적인 새 흡수원을 만드는 미친 짓이다. 게다가 숲이 파괴되니 대멸종은 더욱 앞당겨진다.
<Half-Earth Socialism>의 이러한 비판은 절대 흘려듣고 말 내용이 아니다. 저자들이 결코 이른바 '문송한(문과라서 죄송한)'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저자 중 펜더그래스는 하버드대학 환경공학 박사과정에 있으며, 특히 지구 생태계 변화 관찰에 인공위성 등 우주공학을 활용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들은 기후위기를 다루는 다른 저작들에 비해,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량을 줄이지 않으면 기후급변에 대처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지금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재앙을 막을 수 없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며 나온 기술공학적 해법들이 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 궁지에서 빠져나갈 길이 있을까? 두 저자가 보기에는 오직 '절반의 지구' 프로젝트에 담긴 해법만이 출구가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아니 유일한 길은 숲을 늘려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숲'이란 좁은 의미의 숲만이 아니다.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난 육지와 바다 면적을 늘리자는 것이다. 얼마나? 최소한 지구 '절반'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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