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차로 정류장 더 ‘땡볕’…자투리땅에 “안전 챙겨 나무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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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차로 정류장 더 ‘땡볕’…자투리땅에 “안전 챙겨 나무 심자”
24시간 운행 가능한 BRT
가로수 부족해 건너편 보행로보다 고온
“지금은 괜찮지만 한여름엔 땡볕이 걱정스럽네요.”
지난 4일 오후 부산 번화가인 서면 롯데백화점 앞 간선급행버스체계(비알티·BRT)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아무개(27)씨는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줄 나무 그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장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 중에는 춘분이 지나 제법 따가워진 햇볕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이도 있었다.
비알티는 버스가 차량 흐름 방해를 받지 않고 지하철처럼 제때 빠르게 운행하기 위해 만든 전용차로다. 도로 중앙분리대 또는 중앙선 좌우 1차로를 365일 24시간 동안 버스만 다니도록 한다. 비알티는 2004년부터 서울·부산·경기·세종 등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정부 종합계획 수정계획을 보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비알티 노선이 26개에서 81개로 늘어난다. 부산 비알티는 내성~중동, 내성~서면, 서면~충무, 서면~사상 등 4개 구간 30.3㎞다. 국·시비 절반씩 모두 1061억원을 들여 2019년 5월~2022년 12월 잇따라 개통했다. 정류소는 125곳이다.
문제는 부족한 가로수다. 정류소 주변에 심어진 나무들의 수량 자체가 턱없이 적은데다 줄기가 가늘고 잎이 울창하지 않은 소형 수종이 대부분이다. 4일 취재진과 부산 비알티 구간을 둘러본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대부분 햇볕 차단 기능이 약한 어린 이팝나무들이다. 한여름 노약자들에겐 버스 기다리는 일이 고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보다 온도가 치솟는 열섬도 우려된다.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해 8월8~9일 서울 주요 비알티 노선 정류소를 열화상 측정기로 측정했더니, 종로2가 정류소는 온도가 57.1도까지 올라갔다. 비알티 정류소 건너편 가로수가 있는 보행로에서 측정한 온도는 30도였다. 비알티의 자투리땅을 녹지공간으로 꾸미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실제 녹지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비알티 자투리땅은 얼마나 될까.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해 7~8월 부산 비알티 4개 구간 전수조사를 벌였더니, 많게는 1만6449㎡(4984평)가 나왔다. 전체 비알티 면적 2만5189㎡(7620평)의 65.3%다.
부산시가 비알티 녹지화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안전’이다. 큰 나뭇가지들이 버스 시야를 가린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버스가 운행하는 도로를 침범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부산시도 긍정 검토하고 있다. 안철수 부산시 푸른도시국장은 “6월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가을부터 일부 비알티 구간에 정원을 시범 조성하려고 한다. 수직으로 자라고 자태가 웅장한 30~40m 높이의 메타세쿼이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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