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T 정류장 도시 숲, 대중교통 여건 개선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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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T 정류장 도시 숲, 대중교통 여건 개선 계기로
2026년까지 부산 125곳 설치 예정
요금 환급·편의시설 확대 지속하길
BRT- 간선급행버스체계
부산시가 앞으로 3년간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에 정원형 도시 숲을 만든다. 올해 하반기 송상현광장과 도시철도 초량역·가야역, 동해선 센텀역에서 시작해 2026년까지 125개 정류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로 한 가운데 있는 BRT 정류장은 겨울엔 혹한을 피하기 어렵고 여름엔 햇볕과 지열이 강해 승객들 원성이 적지 않았다.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해 8월 서울 BRT 정류장 5곳에서 측정했더니 낮 시간 최고 온도가 57.1도에 달했다. 가로수가 있는 곳보다 최대 1.5배 더 뜨거웠다는 의미다. 올해도 역대급 폭염이 예고돼 있다. 부산·울산·경남의 지난달 평균 기온은 6월 역대 2위인 22.7도를 기록했다. 무더위 고통지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시는 버스정류장의 작은 정원이 미세먼지 저감뿐만 아니라 BTR 건설로 사라지거나 단절된 녹지 축을 어느 정도 복원해 열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미국과 유럽은 대중교통시설을 ‘환경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추세다. 영국은 2021년부터 버스정류장 지붕에 ‘꿀벌 정원’을 설치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감소한 꿀벌 서식지를 확대하고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서인데 효과가 검증됐다. 꿀벌 정원의 원조인 네덜란드에선 꿀벌 개체 수 감소가 멈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리건주 유진시는 버스가 다니는 길 옆에 작은 식물(잔디)을 심어 열섬 현상을 완화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 역시 트램 노선 바닥에 녹지 축을 만들었다. 부산에선 환경단체가 수 년전부터 ‘BRT 녹지화’ 의제를 제기했는데 시가 올해 정책에 반영하면서 한 걸음 내딛게 됐다.
부산시가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에 도시 숲을 만든다. 사진은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앞 BRT 정류장. 국제신문DB
부산 BRT 건설 과정에서 중앙분리대 화단과 가로수가 사라진 건 두고 두고 아쉽다. 2021년 5월 기준 6만9079그루의 가로수(부산그린트러스트 집계)가 다른 장소로 이식됐다. 버스 통행속도 개선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더위와 매연에 노출된 승객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승강장만이라도 녹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면 지금처럼 ‘미니 정원’을 만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환경단체는 BRT 정원 설치는 환영하면서도 중앙차로 바닥에 잔디블록이나 플랜트 박스 형식으로 식물을 심자고 주장한다. 실현되면 부산 BRT 노선 30㎞가 녹지로 연결된다. ‘예산 많이 든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환경이 우선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승객 안전이다. 승강장과 도로는 좁은데 무리해서 녹지를 만들다 사고 위험을 증가시켜선 안 된다. 시범사업을 통해 공간에 따른 적정한 묘목 산출이 우선이다. 38%대로 하락한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높이기는 시급한 과제다. 최근 대중교통비 환급과 냉난방 기능을 갖춘 ‘버스 쉘터’(쉼터) 확산은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승용차 대신 주 4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사람이 연간 줄이는 탄소 배출량은 나무 125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대중교통의 정시성·쾌적성 확보와 편의시설 설치가 곧 교통복지이자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 국제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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