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난개발 시민이 막았다… 아파트 사업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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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 난개발 시민이 막았다… 아파트 사업 철회
경관 훼손 31층 3개 동 319세대
아이에스동서, 사업계획 취하
시민 성토·언론 지적에 포기
“지역민 정서 고려 대승적 결정”
26일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인근 부지(사진 가운데 흰 부분)의 아파트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정종회 기자 jjh@
이기대 풍광을 사실상 가리는 아파트 건설을 추진해 온 건설사 아이에스동서(주)가 건설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여론 악화와 부산 시민 반발, 시민 정서에 배치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부산 남구청은 26일 “아이에스동서가 용호동 973 일원 공동주택 사업 사업계획승인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면서 “따로 승인이나 검토 절차가 있는 게 아니어서 곧 수리됐다”고 밝혔다.
아이에스동서 고위 관계자는 “시민 반응과 언론의 지적 내용, 지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업승인 신청이 반려됐을 때 소송까지 하려던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아이에스동서는 부산에서 나고 성장한 건설사로 지역 발전과 경쟁력은 우리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승적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부지에 다시 계획을 세우게 되면, 이기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를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용호부두 재개발 사업과 이기대 문화예술공원 사업의 공공성에도 저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아이에스동서는 당초 해당 부지에 해상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된 이후 지난 2월 지하 2층~지상 31층 등 3개 동 319세대 아파트 사업에 대한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이후 아이에스동서 측은 지난 5월 남구청에 사업계획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관련 심의 부실, 용적률 부풀리기 등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편의가 제공됐다는 의혹(부산일보 6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이 제기되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반대 서명 운동도 준비했다.
아이에스동서 측 사업 철회 소식에 시민과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주민 전 모 씨는 “이번 일을 발판 삼아 앞으로는 지역민 정서를 반영해 어떤 것이 올바른 개발 방향인지를 신중히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부산 공공기관들도 민간 사업자의 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도시의 전체적 발전과 공공성을 감안한 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도 “여전히 해당 부지가 개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계속 예의주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줄기차게 아파트 건설 계획의 문제를 지적해 온 부산시의회 서지연(비례) 의원은 “부산 주요 시책과 미래를 위한 아이에스동서의 사업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향후에도 부산의 중요한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난개발과 도시 계획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아이에스동서(주)가 이른바 ‘이기대 아파트 건립 사업’ 계획을 26일 철회했다고 한다. 부산의 해안 비경을 오롯이 간직한 이기대의 입구에 30층 안팎의 아파트 3개 동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해당 사업자에겐 막대한 개발 이익이 예상된 반면, 시민이 즐기는 주요 명소는 망쳐질 게 뻔해 그에 따른 반발이 거셌다. 아이에스동서의 사업 계획 철회는 그런 시민들의 반발에 승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이기대 아파트 건립을 반대해 온 시민들은 이로써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해당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부산시를 비롯한 남구 등 행정 당국이 그동안 보여 준 행태는 거듭해서 돌아봐야 할 숙제로 남았다.
사설] 부산시 부실 심의 경종 울린 이기대 고층 아파트 철회
해당 사업은 지난 2월 부산시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는데, 이때부터 부실 심의 논란이 뜨거웠다. 심의 항목 중 경관·개발행위 부분 심의가 특히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논란은 부산시가 이기대가 갖는 공공의 가치는 외면하고 되레 사업자의 이익만 옹호했다는 비판으로 나아갔다. 남구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해당 부지의 용적률을 높여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연히, 여론의 뭇매와 사업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사업 철회와 관련해 이날 아이에스동서가 “시민 반응과 언론의 지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 언급은, 거꾸로 생각하면, 부산시와 남구를 향한 엄중한 경종이라 하겠다.
행정 당국이 돌아봐야 한 것은 이기대 아파트만이 아니다. 부산 구덕운동장 통합 재개발 사업 역시 주민들의 격한 반발로 파행을 겪고 있다. 부산시와 서구가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체육공원 같은 공공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부족한 사업비를 메꾸겠다는 발상이 문제가 됐다. 주민들이 급기야 서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지역 정치권까지 반대하고 나서자 부산시와 서구는 마지못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뿐인가. 부산외국어대 옛 우암동 캠퍼스 부지에는 2500가구 대단지 아파트 건립이 추진 중이다. 난개발을 부추기며 민간 사업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특혜성 사업이라는 비난이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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