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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심에 초록 쉼터 만드는 우리는 '도시의 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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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75회 작성일 17-07-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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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가드너, 도시 가드너, 시민 가드너, 도시정원사, 시민정원사…. 부르는 명칭은 조금씩 달라도 일상생활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마을공동체 정원 조성과 관리 등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도시 근교에 땅을 마련해 주말마다 가족과 농사를 짓는 주말농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시 곳곳에 녹색 공간을 만들고 가꾸는 시민들의 폭넓은 정원문화 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칭할 수도 있겠다.
 
부산에서도 시민정원사가 속속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시민정원사 인증제' 등 관련 조례가 제정되거나 하는 단계까진 이르지 못했다.  

전국적으로는 전남 순천(정원문화산업 육성 조례), 서울(정원문화 조성 및 진흥에 관한 조례), 경기(정원문화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이어 대구광역시가 지난 10일 자로 시민정원사 지원과 인증 등의 내용이 담긴 '대구광역시 조경관리 조례 일부 개정조례'을 공포해 시민정원사 양성과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산도 시민정원사 100여 명 활약  
방치된 숲 가꾸고 텃밭 일구는 등  
자원봉사로 마을공동체 정원 조성  

바다 낀 부산은 녹지공간 태부족  
서울·대구처럼 조례 통해 지원을 

■부산 '시민정원사' 양성 프로그램
 

부산에서는 현재 ㈔부산그린트러스트의 '마을과 도시의 정원사'(마도정)와 부산농업기술센터의 '마스터가드너' 양성 과정 등이 개설돼 있다. 초반엔 명퇴자와 자영업을 하는 50대 후반에서 60대가 많았지만 요즘은 30, 40대 지원자도 느는 등 30~70대를 아우른다.  

2014년 처음으로 개설된 20명 정원의 '마도정'은 14명이 수료한 것을 비롯해 2015년 2기 31명(22명 수료), 2016년 3기 40명(33명 수료)을 배출했다. 올해는 1~3기 기본 교육 수료자 또는 그에 준하는 자격자 25명을 선발해 제4기 중급 과정(4월 25일~6월 20일)을 운영한 결과 17명이 최종적으로 남았다. 교육 과정도 조경 실무·도시농업 이론 강의, 정원 설계·정원사 실습 등으로 구성됐다. 기수별 수료자는 커뮤니티가든 및 어울누리뜰 12개소, 녹색골목 4개소, 게릴라 가드닝 6개소 등을 선보였다.

'마스터가드너'는 2015년 처음으로 개설돼 현재 3기 양성 과정(30명 정원)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10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25일까지 20강 84시간 동안 계속된다. 폭염이 이어지는 이달에도 현장 실습 등 교육이 한창이다. 교육은 무료지만 수료 후 1년 동안 50시간의 봉사 활동과 보수 교육 10시간을 마쳐야 마스터가드너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1, 2기 수료는 47명. 마스터가드너 양성 과정은 부산 외에도 경남 창원과 김해, 울산광역시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 부산 북구 화명2동(동장 신연식)이 주민자치 공모 사업으로 ㈔대천천네트워크와 함께 '나는 우리 동네 정원사'를 마련해 주민 가드너 30여 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부산은 바다를 낀 좁고 긴 도시 아래 겨우 자리 잡은 집과 마을이 피난 시절과 근대기에 옹기종기 급하게 형성된 곳이라 공원이나 녹지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면서 "부산의 이런 도시 특성을 감안한다면 시민정원사 양성도 좋은 성과가 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마스터가드너와 봉사 활동 동행 

최근 '부산마스터가드너회'(회장 오우영)가 부산 수영구 광안동 사회복지시설 '동산원'을 찾아 봉사 활동을 했다. 자신의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발적'으로 모여든 10여 명은 삐쭉빼쭉 자란 나무를 손보는 동시에 올해 부산도시농업박람회 때 주제관으로 사용했던 시설물 일부를 옮겨와 새로운 텃밭을 조성했다.

처음엔 모임 전체가 봉사 일정을 잡았지만 최근에는 모둠별로 소집단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단다. 그동안 부산마스터가드너회는 동구장애인자활기관, 동래구 기찻길옆 유쾌한 동산마을, 해운대자원봉사센터(솔밭예술센터 게릴라 가드닝), 부산장애인적응훈련센터, 반송 파랑새복지관, 대동골 옥상텃밭 등에서 봉사 활동을 펼쳤다.

'동산원'만 해도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1기 총무를 맡은 장순희 씨는 "광안동 주택가에 이런 숲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 손길이 정말 필요한 곳이었다"면서 "대나무밭의 죽은 나무부터 쳐 내고, 향나무도 거의 손봤으며, 썩은 나무는 톱으로 잘라내는 작업을 마친 뒤 꽃밭과 텃밭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이제는 시간 되는 대로 텃밭 교육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씨는 특히 "도시농업에서 출발해 원예 활동으로 관심을 옮겨 오면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는데 우리의 손길이 닿음으로써 변화가 생겼고, 배려와 나눔이야말로 마스터가드너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2기 박경진(화분들닷컴 대표) 씨는 "이것 자체도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인데 보수를 받고 하는 것도 아니어서 보람도 있고, 어떨 때는 힐링이 된다"면서 "각자 시간을 내서 봉사도 하고 땀 흘리는 회원들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말한 뒤 회원들을 위해 아이스커피와 빙수를 선사하기도 했다. 
부산농업기술센터 마스터가드너 3기생이 실습으로 조성한 '뽀로로 정원'. 김동필 제공
■시민정원사 육성 과제 

'마도정' 과정을 운영 중인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부산의 정원문화는 일천할지 모르겠지만 스며드는 속도는 아주 빠른 편"이라면서 "이들이 교육 수료 후 설 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특히 "최근 도시정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됨에 따라 시민정원사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사회복지시설 등 정원 관리가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도 펼칠 수 있고, 정원문화와 관련해 주부, 시니어들의 새로운 생활형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기에 부산시에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 산림녹지과장을 역임한 민경업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장은 "부산시에서도 5년 이상 개발이 없는 땅 등에 교목을 심고 그 이상의 땅엔 화초류를 심어서 가꾸는 중인데 군데군데 자투리땅만 하다 보니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골목 가드닝으로 관심을 옮겨 가는 중"이라면서도 "골목 전체로 확장했을 땐 사후 관리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도정' 4기 수료자인 A 씨는 "게릴라 가드닝, 골목 정원 등 시작은 우리 가드너들이 하더라도 지역민 스스로 가꿔 나가는 노력이 바람직하며 시에서 재료비 등 행정적인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B 씨는 "우리는 전정 작업과 기부 정원 조성 등 실습할 곳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자치구·군에서 정원 관리가 필요한 곳을 연계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에 비해 C 씨는 "최근엔 은퇴 후 마스터가드너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도 늘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엔 자원봉사 개념보다는 직업 육성을 위한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시민정원사를 공원이나 정원 관리에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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