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이 사라진다] 4. 관심 갖지 않는 소규모 생활권 공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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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일몰제, 도시공원이 사라진다] 4. 관심 갖지 않는 소규모 생활권 공원들
지자체 예산 한계… '공원 선진국'처럼 시민 스스로 지켜야
공원은 도시의 허파다. 회색빛 도심 속 사람들은 공원에서 삶의 원동력을 얻어가곤 한다. 천혜자연을 품은 대규모 공원 만이 허파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집과 사무실 근처의 작은 공원도 때때로 큰 위안을 준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어린이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주거지를 분석해봤더니 대부분 공원 250m 반경 안에 살고 있었다. 공원을 가기 위해 아이들은 250m 이상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주거지 250m 반경 안에 공원이 없는 어린이들은 공원이 주는 위안을 알지 못한 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도심과 주택가 곳곳에 작은 공원들이 있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특례사업 제외 '작은 공원' 22곳
주거지 밀집, 난개발 가능성 커
대규모 공원보다 더 위태로워
산림유지비 지원·비과세 등
토지 소유주에 인센티브 제공
美 센트럴파크 시민모금 운영
양정라이온스·울산대공원 등
독지가·기업 통한 공원 유지 필요
■커다란 위기 직면한 도심 속 작은 공원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도심 속 소규모 공원들도 공원일몰제 시행의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규모 공원들의 처지는 대규모 공원보다 위태롭다. 부산시는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내년부터 매년 600억 원씩 앞으로 3년간 1892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이기대와 청사포 등 보존 필요성이 높은 대규모 공원 부지를 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사유지를 공시지가 2.5배 수준으로 보상하겠다는 계획인데, 토지소유자들의 반발 탓에 이 예산으로 이기대와 청사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도심 속 소규모 공원들에 편성된 예산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에 있다. 부산시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한정된 예산을 이기대, 청사포 등 랜드마크적인 공원에다 쓸지, 도심 속 작은 공원들에다 쓸지는 가치 판단의 문제"라며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도심 속 작은 공원들의 보존 필요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또한 소규모 공원들에는 무용지물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이 직접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된 공원을 조성하고 나머지 30%를 개발하는 제도인데, 공원 내 사유지가 5만㎡ 이상인 곳만 특례사업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공원일몰제 대상인 부산의 도시공원 54곳 중 22곳이 사유지가 5만㎡ 미만이라 특례사업에서 제외됐다. 동백공원(사유지 면적 1만 6713㎡), 암남공원(4095㎡), 동래 수민어울공원(5370㎡), 덕발공원(3989㎡), 화명공원(2만 2542㎡), 구포공원(7913㎡) 등이 특례사업에서 제외된 대표적인 공원들인데, 이 가운데 다수가 주거지와 밀접해 난개발이 진행될 경우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작은 공원들은 주민들의 생활권역과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매력적'으로 볼 땅들이 많다"며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지역 정치권 등도 전력을 쏟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작은 공원들 지키기 위한 해법은
역시 문제는 돈이다. 재원 문제만 해결되면 지자체가 소규모 공원들을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공원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원일몰제를 지자체의 역할로만 오롯이 방기한 현재 정책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적용 기준을 바꿔보자는 방안이 제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는 단일 공원 내 사유지 규모를 기준으로 5만㎡ 이상을 특례사업의 대상으로 정해놨는데, 이를 수정해 2~3곳의 공원을 합쳐 사유지가 5만㎡일 경우 특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서울시립대 박문호 도시과학연구원은 "당초에는 사유지 10만㎡가 특례사업 적용 기준이었는데 이를 5만㎡로 낮춘 것"이라며 "예외만 자꾸 늘릴 경우 오히려 공원 내 개발을 합법적으로 부추기는 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산림 유지비 지원과 재산세 비과세 등의 인센티브를 토지 소유주에게 주는 녹지활용계약을 이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며 "지자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토지 소유주에게 이 같은 제도를 소개해주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원 선진국'들처럼 공원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미국 센트럴 파크는 전체 운영비의 85%가 시민 모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공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보다 널리 형성돼 시민들 스스로 공원을 지키고 가꾸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양정라이온스공원과 울산대공원의 사례처럼 독지가 또는 기업이 나서서 공원 조성에 힘을 보탠다면 지금 상황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특례사업 제외 '작은 공원' 22곳
주거지 밀집, 난개발 가능성 커
대규모 공원보다 더 위태로워
산림유지비 지원·비과세 등
토지 소유주에 인센티브 제공
美 센트럴파크 시민모금 운영
양정라이온스·울산대공원 등
독지가·기업 통한 공원 유지 필요
■커다란 위기 직면한 도심 속 작은 공원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도심 속 소규모 공원들도 공원일몰제 시행의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규모 공원들의 처지는 대규모 공원보다 위태롭다. 부산시는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내년부터 매년 600억 원씩 앞으로 3년간 1892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이기대와 청사포 등 보존 필요성이 높은 대규모 공원 부지를 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사유지를 공시지가 2.5배 수준으로 보상하겠다는 계획인데, 토지소유자들의 반발 탓에 이 예산으로 이기대와 청사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도심 속 소규모 공원들에 편성된 예산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에 있다. 부산시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한정된 예산을 이기대, 청사포 등 랜드마크적인 공원에다 쓸지, 도심 속 작은 공원들에다 쓸지는 가치 판단의 문제"라며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도심 속 작은 공원들의 보존 필요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또한 소규모 공원들에는 무용지물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이 직접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된 공원을 조성하고 나머지 30%를 개발하는 제도인데, 공원 내 사유지가 5만㎡ 이상인 곳만 특례사업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공원일몰제 대상인 부산의 도시공원 54곳 중 22곳이 사유지가 5만㎡ 미만이라 특례사업에서 제외됐다. 동백공원(사유지 면적 1만 6713㎡), 암남공원(4095㎡), 동래 수민어울공원(5370㎡), 덕발공원(3989㎡), 화명공원(2만 2542㎡), 구포공원(7913㎡) 등이 특례사업에서 제외된 대표적인 공원들인데, 이 가운데 다수가 주거지와 밀접해 난개발이 진행될 경우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작은 공원들은 주민들의 생활권역과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매력적'으로 볼 땅들이 많다"며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지역 정치권 등도 전력을 쏟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작은 공원들 지키기 위한 해법은
역시 문제는 돈이다. 재원 문제만 해결되면 지자체가 소규모 공원들을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공원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원일몰제를 지자체의 역할로만 오롯이 방기한 현재 정책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적용 기준을 바꿔보자는 방안이 제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는 단일 공원 내 사유지 규모를 기준으로 5만㎡ 이상을 특례사업의 대상으로 정해놨는데, 이를 수정해 2~3곳의 공원을 합쳐 사유지가 5만㎡일 경우 특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서울시립대 박문호 도시과학연구원은 "당초에는 사유지 10만㎡가 특례사업 적용 기준이었는데 이를 5만㎡로 낮춘 것"이라며 "예외만 자꾸 늘릴 경우 오히려 공원 내 개발을 합법적으로 부추기는 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산림 유지비 지원과 재산세 비과세 등의 인센티브를 토지 소유주에게 주는 녹지활용계약을 이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며 "지자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토지 소유주에게 이 같은 제도를 소개해주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원 선진국'들처럼 공원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미국 센트럴 파크는 전체 운영비의 85%가 시민 모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공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보다 널리 형성돼 시민들 스스로 공원을 지키고 가꾸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양정라이온스공원과 울산대공원의 사례처럼 독지가 또는 기업이 나서서 공원 조성에 힘을 보탠다면 지금 상황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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