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일몰제, 도시공원이 사라진다] 5. 공원일몰제, 계속되는 법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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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일몰제, 도시공원이 사라진다] 5. 공원일몰제, 계속되는 법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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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공원 121개 규모인 5760만㎡의 공원 부지가 2020년 7월 1일 부산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공원일몰제'는 학교 부지를 가진 한 개인의 헌법소원에서 시작됐다. 한 학교 부지 소유자는 1999년 도시계획상 공원, 도로, 유원지 등 장기미집행 시설에 대해 사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사유권을 가진 개인들의 재산권 행사에 힘을 실었다. 이후 법률은 개정됐고, '공원 사수'에 20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앞으로 3년. 2020년까지 무작정 공원 부지에 예산을 투입해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하는 것이 아닌 법률 안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제도 등을 이용해 공원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18년간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질타도 이어진다.
성남 학교 부지 소유자 헌법소원
1999년 헌재 '위헌' 판결 내려
일몰제 대비 20년 주어졌지만
정부·지자체 공원 조성 등한시
장기미집행 시설 가이드라인
매수청구권제도도 '유명무실'
개발제한구역 수준 활용 제한
도시자연공원구역 '마지막 희망'
관련 법 재검토 통해 대책 세워야
■헌재는 어떻게 판결했나
1992년 경기도 성남시의 한 학교 부지 소유자 3명은 서울지방법원에 학교 시설 부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학교가 들어오지 않고 있어 소유권이 제한된다고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5년 만인 1997년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이들은 헌재에 도시계획법 68조 2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68조는 도시계획시설(학교, 공원, 도로 등)로 지정된 부지에 대한 권한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68조에는 땅의 용도 변경, 권한 행사 규제만 있을 뿐 장기간 방치될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규정돼 있지 않았다. 땅 소유자들은 도시계획법이 헌법 23조인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에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토지를 다루는 '토지수용법'이나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 보상에 관한 특례법'에는 5년 이내에 사업을 하지 않을 경우 원소유자에게 환매권을 부여하고 있고 보상 규정이 있었다.
헌재는 이들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00년 도시계획법은 41조 '도시계획시설에 대하여 그 결정 고시일부터 20년이 경과될 때까지 당해 시설의 설치에 관한 도시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그 결정·고시일부터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그 효력을 상실한다'로 개정됐다. 그로부터 20년인 2020년 우리는 일몰제의 시대를 만나게 된 것이다.
부산변호사회 윤재철 변호사는 "당시 헌법소원은 헌재가 사유권자의 재산권을 공익보다 크게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에 따라 도시계획법에도 일종의 소멸시효가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 판결 20년, 여태껏 뭐했나
1999년 위헌 결정이 난 뒤 당시 국토해양부와 각 지자체는 '공원 사수'를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도로, 학교 등 다른 도시계획시설과는 달리 공원은 조성 필요성 등에서 후순위로 밀렸고 사실상 등한시돼왔다.
2000년 토지소유자들이 자신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의 매수를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는 매수 청구권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17년. 매수청구신청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년의 제한을 둔 공원일몰제가 이뤄지게 되면 재산권 행사가 가능한데 '사업성' 있는 땅의 경우 매수청구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에는 매수청구권 제도를 위한 예산이 매년 편성돼왔지만 100억 원 정도가 유보된 상태다.
2005년 공원녹지법이 개정돼 개발제한구역 수준으로 토지 활용을 제한하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가 만들어졌다.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구역처럼 공공 목적의 건축 이외의 어떠한 용도 변경도 불가능한 구역이다. 공원일몰제를 대비해 공원을 지키는 '마지막 희망'으로 보였다. 2005년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가 만들어진 뒤 4년간의 검토 기간을 주고 2009년 12월 31일까지 공원으로 불리는 기존의 '도시자연공원'을 폐지·변경하지 않으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자동전환 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 할 수 있는 기존 재산세 50% 감면 혜택이 사라졌고, 토지 소유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당시 국토해양부는 '공원'을 그대로 두면 '구역'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입장을 바꿔 2009년 12월 29일 자동 전환된다는 내용을 관련법에서 삭제했다.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국장은 "헌재 결정에서도 대규모 공원 해제 사태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정부가 토지 소유자 눈치만 보다가 법은 거꾸로 갔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이렇다 할 공원 보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2014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 가이드라인을 일몰제가 시행되기 6년 전 만들었다. 2015년 말까지 우선 해제시설을 분류하고 지난해부터 시설해제 정비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장기미집행 시설 매입 비용은 모두 지자체에게 떠넘겨졌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공원 매입에 엄두도 못 내게 됐고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국가 차원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 자동전환 문제 등을 재검토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공원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성남 학교 부지 소유자 헌법소원
1999년 헌재 '위헌' 판결 내려
일몰제 대비 20년 주어졌지만
정부·지자체 공원 조성 등한시
장기미집행 시설 가이드라인
매수청구권제도도 '유명무실'
개발제한구역 수준 활용 제한
도시자연공원구역 '마지막 희망'
관련 법 재검토 통해 대책 세워야
■헌재는 어떻게 판결했나
1992년 경기도 성남시의 한 학교 부지 소유자 3명은 서울지방법원에 학교 시설 부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학교가 들어오지 않고 있어 소유권이 제한된다고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5년 만인 1997년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이들은 헌재에 도시계획법 68조 2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68조는 도시계획시설(학교, 공원, 도로 등)로 지정된 부지에 대한 권한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68조에는 땅의 용도 변경, 권한 행사 규제만 있을 뿐 장기간 방치될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규정돼 있지 않았다. 땅 소유자들은 도시계획법이 헌법 23조인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에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토지를 다루는 '토지수용법'이나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 보상에 관한 특례법'에는 5년 이내에 사업을 하지 않을 경우 원소유자에게 환매권을 부여하고 있고 보상 규정이 있었다.
헌재는 이들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00년 도시계획법은 41조 '도시계획시설에 대하여 그 결정 고시일부터 20년이 경과될 때까지 당해 시설의 설치에 관한 도시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도시계획시설 결정은 그 결정·고시일부터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그 효력을 상실한다'로 개정됐다. 그로부터 20년인 2020년 우리는 일몰제의 시대를 만나게 된 것이다.
부산변호사회 윤재철 변호사는 "당시 헌법소원은 헌재가 사유권자의 재산권을 공익보다 크게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에 따라 도시계획법에도 일종의 소멸시효가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 판결 20년, 여태껏 뭐했나
1999년 위헌 결정이 난 뒤 당시 국토해양부와 각 지자체는 '공원 사수'를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도로, 학교 등 다른 도시계획시설과는 달리 공원은 조성 필요성 등에서 후순위로 밀렸고 사실상 등한시돼왔다.
2000년 토지소유자들이 자신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의 매수를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는 매수 청구권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17년. 매수청구신청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년의 제한을 둔 공원일몰제가 이뤄지게 되면 재산권 행사가 가능한데 '사업성' 있는 땅의 경우 매수청구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에는 매수청구권 제도를 위한 예산이 매년 편성돼왔지만 100억 원 정도가 유보된 상태다.
2005년 공원녹지법이 개정돼 개발제한구역 수준으로 토지 활용을 제한하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가 만들어졌다.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구역처럼 공공 목적의 건축 이외의 어떠한 용도 변경도 불가능한 구역이다. 공원일몰제를 대비해 공원을 지키는 '마지막 희망'으로 보였다. 2005년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가 만들어진 뒤 4년간의 검토 기간을 주고 2009년 12월 31일까지 공원으로 불리는 기존의 '도시자연공원'을 폐지·변경하지 않으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자동전환 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 소유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 할 수 있는 기존 재산세 50% 감면 혜택이 사라졌고, 토지 소유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당시 국토해양부는 '공원'을 그대로 두면 '구역'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입장을 바꿔 2009년 12월 29일 자동 전환된다는 내용을 관련법에서 삭제했다.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국장은 "헌재 결정에서도 대규모 공원 해제 사태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정부가 토지 소유자 눈치만 보다가 법은 거꾸로 갔다"고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이렇다 할 공원 보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2014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 가이드라인을 일몰제가 시행되기 6년 전 만들었다. 2015년 말까지 우선 해제시설을 분류하고 지난해부터 시설해제 정비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장기미집행 시설 매입 비용은 모두 지자체에게 떠넘겨졌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공원 매입에 엄두도 못 내게 됐고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국가 차원에서 도시자연공원구역 자동전환 문제 등을 재검토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공원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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