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일몰제, 도시공원이 사라진다] 7. 사유지와 공원의 공존을 일군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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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가치 공감' 땅 주인 양보·합의 끌어내 공원 사수
▲ 일본 자연공원법에 따라 1급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지하코네이즈 국립공원 내 오와쿠다니 계곡을 찾은 관광객들이 지난달 24일 화산 활동으로 흰 연기가 자욱한 계곡을 탐방하고 있다.

"일본에는 공원일몰제가 없습니다. 공원이라는 숲의 가치, 공유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양보하고 서로 합의하는 절차가 해답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환경청 소속 공원 관리소장 구니유키 사와 씨에게 공원 일몰제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부산시가 내년부터 1892억 원가량을 들여 공원 매입에 나선다는 사실을 설명하자 그는 눈을 크게 뜨며 호기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자신들도 과거 1960년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 겪었던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공원일몰제(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공원)부지가 20년 동안 활용되지 않을 경우 공원 지정이 해제되는 제도)의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일본의 국립공원 중 가장 사유지 비율이 높은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을 찾았다.
일본 전체 33개 국립공원 중
개인 소유지 비율 26% 달해
자연공원법 따라 철저히 관리
농사·건축 등 환경훼손 제한
사유지 주인과는 분기별 만나
정비 계획·구역 지정 논의
일정 부분 재산권 행사도 허용
■토지 소유자들 공원 최대 주주
일본에는 32개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 국토 면적의 5.6%(213만㏊)다. 213만㏊ 국립공원 중 사유지 비율은 26%다. 국유지는 61%, 공유지 12.4%다. 만약에 일본에 공원일몰제가 있었다면 국립공원의 26%가 위기에 처하는 셈이다. 이 중에서도 취재진이 찾은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은 유독 사유지 비율이 높다. 47.9%인 5만 8344㏊가 사유지다. 공유지는 33.4%(4만 639㏊), 국유지는 18.7%(2만 2712㏊)다. 일본 혼슈 중남부, 가나가와현, 시즈오카현, 야마나시현 4개 현과 도쿄도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후지 지역, 하코네 지역, 이즈지역이 합쳐져 이름은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이 됐다.
하코네공원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유지는 후지산 정상이다. 정상 아래 신사는 사찰에서 운영하는 사유지이지만 자연공원법상 1급 보호구역인 특별보호지구로 지정돼 있다. 특별보호지구는 우리나라의 자연공원보호구역과 같은 개념으로 규제가 강한 지역이다. 농사, 주거, 건축행위 모든 것이 금지된다. 본보 취재진이 지난달 23일 찾은 센고쿠하라 습원도 1급 보호 사유지다. 10월이면 무성한 억새가 자아내는 이색적인 광경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지만 일대에는 호텔, 주택 등 개발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지역은 사유지 주인이 2000년대 초반 갈대밭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보호를 환경청에 요청한 지역이기도 하다.
사와 관리소장은 "귀한 땅이라는 인식이 땅 주인으로부터 있었고 어떠한 개발보다는 땅의 가치, 지역의 가치를 땅 주인과 시민들이 공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공원 등급 관리와 합의
일본의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의해 지정·관리된다. 자연공원법은 4개 등급을 기준으로 공원을 분류한다. 모든 공원구역에서 환경 훼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는 법으로 제한된다. 비지터센터, 훼손지 복원을 위한 공원시설만이 허용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4개 등급을 들여다보면 조금씩 토지 활용의 허용 범위가 다르다. 탐방 이외에 주거, 농사, 건축행위 등 모든 행위가 금지되는 '특별보호지역', 공원시설(1종)과 거주가 가능(2종)하고, 농업도 가능(3종)한 '특별지역'(제1~3종),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위 제한 없이 신고만으로도 건축 허가가 가능한 '보통지역' 등으로 나뉜다.
하코네공원의 경우 전체 1만 1136㏊ 중 특별보호지구가 533㏊, 특별지구가 1만 162㏊, 보통지구가 471㏊다. 일본의 명산 후지산의 경우는 특별보호지구가 4642㏊, 특별지구가 2만 9190㏊, 보통지구가 2만 6753㏊다. 일본 33개 국립공원 전체로는 특별보호지구 7693㏊, 특별지구 8만 1435㏊ 보통지구 3만 2507㏊로 나뉘어 있다.
경관이 뛰어난 해안지역은 해안경계선에서 5㎞ 정도 떨어진 곳부터 보통지역으로 지정한다. 일본의 자연공원법을 적용하면 부산의 이기대, 청사포 등은 개발을 할 수 없다. 대규모 건물, 공장 등 경관을 해치는 행위 외에는 그 지역을 이용하거나 조업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 공원계획은 5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수립된다.
하지만 공원구역이 4곳으로 나뉜다고 해서 공원이 온전히 자연녹지로 남는 것은 아니다. 하코네지역만 하더라도 지역과 지역을 잇는 전차, 케이블카 등이 있고, 동쪽 지역에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숙박시설(료칸)이 밀집해 있다. 대부분의 지역은 보통지역이지만 초고층 아파트단지와 같은 난개발이 없는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숙박업도 국립공원 내 위치와 수용 인원을 공원계획에 포함시켜 함께 관리한다.
공원 측은 자연공원법이 만들어진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1970년대 공원 지정 당시 구역정리가 잘 돼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공원은 사유지 주인과 분기에 한 번 정도 회의를 열고 일대 정비 계획이나 향후 구역 지정 등을 회의한다. 일본의 재단법인 국립공원협의회 스즈키 협의회 홍보팀장은 "무조건 사유지 재산권을 행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합의 끝에 공원 전체를 지키고 사유권도 인정하려는 투쟁, 노력의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나가와현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일본)/
글·사진=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지난달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환경청 소속 공원 관리소장 구니유키 사와 씨에게 공원 일몰제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부산시가 내년부터 1892억 원가량을 들여 공원 매입에 나선다는 사실을 설명하자 그는 눈을 크게 뜨며 호기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자신들도 과거 1960년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 겪었던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공원일몰제(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공원)부지가 20년 동안 활용되지 않을 경우 공원 지정이 해제되는 제도)의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일본의 국립공원 중 가장 사유지 비율이 높은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을 찾았다.
일본 전체 33개 국립공원 중
개인 소유지 비율 26% 달해
자연공원법 따라 철저히 관리
농사·건축 등 환경훼손 제한
사유지 주인과는 분기별 만나
정비 계획·구역 지정 논의
일정 부분 재산권 행사도 허용
■토지 소유자들 공원 최대 주주
일본에는 32개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일본 국토 면적의 5.6%(213만㏊)다. 213만㏊ 국립공원 중 사유지 비율은 26%다. 국유지는 61%, 공유지 12.4%다. 만약에 일본에 공원일몰제가 있었다면 국립공원의 26%가 위기에 처하는 셈이다. 이 중에서도 취재진이 찾은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은 유독 사유지 비율이 높다. 47.9%인 5만 8344㏊가 사유지다. 공유지는 33.4%(4만 639㏊), 국유지는 18.7%(2만 2712㏊)다. 일본 혼슈 중남부, 가나가와현, 시즈오카현, 야마나시현 4개 현과 도쿄도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후지 지역, 하코네 지역, 이즈지역이 합쳐져 이름은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이 됐다.
하코네공원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유지는 후지산 정상이다. 정상 아래 신사는 사찰에서 운영하는 사유지이지만 자연공원법상 1급 보호구역인 특별보호지구로 지정돼 있다. 특별보호지구는 우리나라의 자연공원보호구역과 같은 개념으로 규제가 강한 지역이다. 농사, 주거, 건축행위 모든 것이 금지된다. 본보 취재진이 지난달 23일 찾은 센고쿠하라 습원도 1급 보호 사유지다. 10월이면 무성한 억새가 자아내는 이색적인 광경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지만 일대에는 호텔, 주택 등 개발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지역은 사유지 주인이 2000년대 초반 갈대밭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보호를 환경청에 요청한 지역이기도 하다.
사와 관리소장은 "귀한 땅이라는 인식이 땅 주인으로부터 있었고 어떠한 개발보다는 땅의 가치, 지역의 가치를 땅 주인과 시민들이 공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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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임에도 1급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나가와현 센고쿠하라 습원. |
일본의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의해 지정·관리된다. 자연공원법은 4개 등급을 기준으로 공원을 분류한다. 모든 공원구역에서 환경 훼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는 법으로 제한된다. 비지터센터, 훼손지 복원을 위한 공원시설만이 허용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4개 등급을 들여다보면 조금씩 토지 활용의 허용 범위가 다르다. 탐방 이외에 주거, 농사, 건축행위 등 모든 행위가 금지되는 '특별보호지역', 공원시설(1종)과 거주가 가능(2종)하고, 농업도 가능(3종)한 '특별지역'(제1~3종),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위 제한 없이 신고만으로도 건축 허가가 가능한 '보통지역' 등으로 나뉜다.
하코네공원의 경우 전체 1만 1136㏊ 중 특별보호지구가 533㏊, 특별지구가 1만 162㏊, 보통지구가 471㏊다. 일본의 명산 후지산의 경우는 특별보호지구가 4642㏊, 특별지구가 2만 9190㏊, 보통지구가 2만 6753㏊다. 일본 33개 국립공원 전체로는 특별보호지구 7693㏊, 특별지구 8만 1435㏊ 보통지구 3만 2507㏊로 나뉘어 있다.
경관이 뛰어난 해안지역은 해안경계선에서 5㎞ 정도 떨어진 곳부터 보통지역으로 지정한다. 일본의 자연공원법을 적용하면 부산의 이기대, 청사포 등은 개발을 할 수 없다. 대규모 건물, 공장 등 경관을 해치는 행위 외에는 그 지역을 이용하거나 조업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 공원계획은 5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수립된다.
하지만 공원구역이 4곳으로 나뉜다고 해서 공원이 온전히 자연녹지로 남는 것은 아니다. 하코네지역만 하더라도 지역과 지역을 잇는 전차, 케이블카 등이 있고, 동쪽 지역에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숙박시설(료칸)이 밀집해 있다. 대부분의 지역은 보통지역이지만 초고층 아파트단지와 같은 난개발이 없는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숙박업도 국립공원 내 위치와 수용 인원을 공원계획에 포함시켜 함께 관리한다.
공원 측은 자연공원법이 만들어진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1970년대 공원 지정 당시 구역정리가 잘 돼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공원은 사유지 주인과 분기에 한 번 정도 회의를 열고 일대 정비 계획이나 향후 구역 지정 등을 회의한다. 일본의 재단법인 국립공원협의회 스즈키 협의회 홍보팀장은 "무조건 사유지 재산권을 행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합의 끝에 공원 전체를 지키고 사유권도 인정하려는 투쟁, 노력의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나가와현 후지하코네이즈국립공원(일본)/
글·사진=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다양한 법제도 만들어 공원지키는 일본 지자체
"결국은 다양한 법을 만들어 규제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원일몰제도 풀어가야 합니다."
공원일몰제를 오랜 기간 연구한 한 전문가의 말이다. 전문가들이 공원일몰제 해법을 제시할 때 "공원을 지키는 다양한 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공원법, 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공원 문제를 풀어가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근교보전녹지구역, 시민녹지제도 등의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 장기간 집행되지 않은 공원 부지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 도도부현의 경우 자체 규약으로 수도권 정비 규정을 두고 있다. 수도권 정비 규정은 일본 수도권 일대 무질서한 난개발 방지, 주민 건강 유지, 문화재 보전 등을 목표로 한다. 수도권 정비 규정에서는 공원을 특별히 근교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한다. 근교녹지보전구역은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도도부현 인근에만 25개 구역 9만 7329㏊가 지정됐다. 이 구역은 수도권 일대 공원만을 한정해 공원 부지가 장기간 활용되지 않을 경우 법으로 공원 부지 활용을 제한한다.
시민녹지제도도 공원일몰제로 공원 매입을 준비 중인 부산시가 주목할 만하다. 시민녹지제도는 땅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기간을 두고 공원 활용 계약을 하는 제도다. 땅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가 300㎡ 이상의 부지에 대해 5년의 계약기간을 두고 계약한다. 5년간은 공원 부지 소유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 소유자에게는 녹지를 관리하는 부담을 덜고 상속세 20% 감면,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녹지를 지키는 큰 틀에서도 자신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5년간 활용 계획이 생긴다면 그 후 시와 협상도 가능하다. 땅은 '시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되고, 일본 전역에 162개의 공원이 시민녹지제도 속에 운영되고 있다.
공원일몰제를 오랜 기간 연구한 한 전문가의 말이다. 전문가들이 공원일몰제 해법을 제시할 때 "공원을 지키는 다양한 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공원법, 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공원 문제를 풀어가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근교보전녹지구역, 시민녹지제도 등의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 장기간 집행되지 않은 공원 부지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 도도부현의 경우 자체 규약으로 수도권 정비 규정을 두고 있다. 수도권 정비 규정은 일본 수도권 일대 무질서한 난개발 방지, 주민 건강 유지, 문화재 보전 등을 목표로 한다. 수도권 정비 규정에서는 공원을 특별히 근교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한다. 근교녹지보전구역은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도도부현 인근에만 25개 구역 9만 7329㏊가 지정됐다. 이 구역은 수도권 일대 공원만을 한정해 공원 부지가 장기간 활용되지 않을 경우 법으로 공원 부지 활용을 제한한다.
시민녹지제도도 공원일몰제로 공원 매입을 준비 중인 부산시가 주목할 만하다. 시민녹지제도는 땅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기간을 두고 공원 활용 계약을 하는 제도다. 땅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가 300㎡ 이상의 부지에 대해 5년의 계약기간을 두고 계약한다. 5년간은 공원 부지 소유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다. 소유자에게는 녹지를 관리하는 부담을 덜고 상속세 20% 감면,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녹지를 지키는 큰 틀에서도 자신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5년간 활용 계획이 생긴다면 그 후 시와 협상도 가능하다. 땅은 '시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되고, 일본 전역에 162개의 공원이 시민녹지제도 속에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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