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일몰제, 도시공원이 사라진다] 9. 민간자본에 의한 공원 조성, 올바른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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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공원 특례제도'는 해결책 아닌 현실적 대안에 불과
▲ 부산 사상구 주례동 경동리인아파트에서 촬영한 사상근린공원 내 일부 사유지의 모습. 현재 사상근린공원에 대해서는 아파트 개발안 10건이 부산시에 제출된 상황이다. 이재찬 기자 chan@


2020년 공원일몰제 시행으로 해제되는 부산의 공원과 유원지, 녹지는 90개소 38.5㎢ 규모다. 부산시민공원의 81배에 달하는 땅이 개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사유지들을 지자체가 매입하는 데에는 최소 1조 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 반드시 녹지로 보존해야할 땅은 매입하되, 나머지 땅에 대해서는 적절한 유인책을 써서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막는 묘수가 필요한 때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민간공원 특례제도'다.
부산 땅 매입보다 특례제 집중
공원 보존 의지↓ 난개발 우려↑
서울 2002년부터 일몰제 대비
특례제 대신 사유지 매입 선택
의정부 전국 최초 특례제 추진
근린공원&아파트단지 병행 개발
■5500억 예산 절감 효과 기대
민간공원 특례제도란 민간 사업자가 공원 부지의 30%를 개발하는 대신 나머지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로, 2009년 12월 국토교통부가 도입했다. 사업자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 설치 가능한 아파트와 콘도 등을 지을 수 있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민간공원 특례제도 도입을 검토해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를 실시했다. 시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대상지 30개소 가운데 23개소를 선정해 1~3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대상 공원에 대한 선정 공고를 낸 뒤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 받는다. 각종 제안에 대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수용 여부를 검토한다. 주민공청회와 라운드테이블도 여러 차례 거친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3자 제안공고(기존 업체 제안 내용에 더해 또 다른 업체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낸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시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약 48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 민간 사업자가 제출한 제안서가 수용된 곳은 온천공원과 덕천공원 2곳이다. 대연공원, 화전체육공원, 명장공원, 동래사적공원, 사상근린공원, 함지골공원 등 6곳에 대해서는 제안서 검토가 진행 중이다. 시는 8개 공원에서 민간공원 특례제도가 차질 없이 시행될 경우 토지 매입비, 공원 조성비 등 5493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기대와 청사포공원 등 7곳에 접수된 제안서는 반려됐고 괴정공원과 장전공원 등 8곳에 대해서는 제안서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특례제가 전가의 보도 될 순 없어
민간공원 특례제도가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손꼽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특례'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제도는 공원을 더이상 지킬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만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원을 지킬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효력 상실을 대비하기 위한 예산을 사실상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사유지 매입을 위해 600억 원씩 3년간 투자하겠다는 공언(公言)이 첫해부터 공언(空言)이 된 것이다. 지자체가 공원 보존 문제를 도외시하면서 민간공원 특례제도의 본래 취지마저 힘을 잃고 있다.
제안서가 접수된 공원들 가운데 함지골공원(문화시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파트 또는 관광숙박시설을 짓겠다는 민간 사업자들이었다. 이기대와 청사포 공원에 제안된 호텔과 콘도 등의 개발건은 반려되기는 했지만, 시가 계속해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기대, 청사포를 비롯한 공원의 앞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서울시립대 박문호 도시과학연구원은 "민간공원 특례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긴다면, 이는 결국 난개발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지자체는…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시의 경우 2020년 실효되는 공원은 71곳, 40.3㎢ 규모다.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보상비는 11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행 3년 전에서야 부랴부랴 나선 부산과는 달리 서울시는 2002년부터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장기미집행 공원 내 사유지를 차례차례 매입해왔다. 지난해까지 1조 7500억 원을 들여 4.71㎢ 면적에 대한 보상 매입을 완료했으며, 최근에는 10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유지 매입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사유지를 사들이고 있는 만큼 민간공원 특례제도는 따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추진했다. 의정부시는 2014년 42만 7000㎡ 규모의 직동근린공원에 이 제도를 도입, 34만㎡를 근린공원으로 조성하고 8만 4000㎡에 대해서는 185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뒤이어 86만 7000㎡ 규모의 추동근린공원에도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적용해 지난해 8월 공사에 들어갔다.
시 여운철 공원운영과장은 "여러 사례를 참고해 민간공원 특례제도가 부산에서도 잘 시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또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공원일몰제 예산을 일부 지원해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부산 땅 매입보다 특례제 집중
공원 보존 의지↓ 난개발 우려↑
서울 2002년부터 일몰제 대비
특례제 대신 사유지 매입 선택
의정부 전국 최초 특례제 추진
근린공원&아파트단지 병행 개발
■5500억 예산 절감 효과 기대
민간공원 특례제도란 민간 사업자가 공원 부지의 30%를 개발하는 대신 나머지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로, 2009년 12월 국토교통부가 도입했다. 사업자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 설치 가능한 아파트와 콘도 등을 지을 수 있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민간공원 특례제도 도입을 검토해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를 실시했다. 시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대상지 30개소 가운데 23개소를 선정해 1~3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대상 공원에 대한 선정 공고를 낸 뒤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 받는다. 각종 제안에 대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수용 여부를 검토한다. 주민공청회와 라운드테이블도 여러 차례 거친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3자 제안공고(기존 업체 제안 내용에 더해 또 다른 업체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낸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시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약 48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 민간 사업자가 제출한 제안서가 수용된 곳은 온천공원과 덕천공원 2곳이다. 대연공원, 화전체육공원, 명장공원, 동래사적공원, 사상근린공원, 함지골공원 등 6곳에 대해서는 제안서 검토가 진행 중이다. 시는 8개 공원에서 민간공원 특례제도가 차질 없이 시행될 경우 토지 매입비, 공원 조성비 등 5493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기대와 청사포공원 등 7곳에 접수된 제안서는 반려됐고 괴정공원과 장전공원 등 8곳에 대해서는 제안서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특례제가 전가의 보도 될 순 없어
민간공원 특례제도가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손꼽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특례'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제도는 공원을 더이상 지킬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만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원을 지킬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효력 상실을 대비하기 위한 예산을 사실상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사유지 매입을 위해 600억 원씩 3년간 투자하겠다는 공언(公言)이 첫해부터 공언(空言)이 된 것이다. 지자체가 공원 보존 문제를 도외시하면서 민간공원 특례제도의 본래 취지마저 힘을 잃고 있다.
제안서가 접수된 공원들 가운데 함지골공원(문화시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파트 또는 관광숙박시설을 짓겠다는 민간 사업자들이었다. 이기대와 청사포 공원에 제안된 호텔과 콘도 등의 개발건은 반려되기는 했지만, 시가 계속해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기대, 청사포를 비롯한 공원의 앞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서울시립대 박문호 도시과학연구원은 "민간공원 특례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긴다면, 이는 결국 난개발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지자체는…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시의 경우 2020년 실효되는 공원은 71곳, 40.3㎢ 규모다. 장기미집행 공원에 대한 보상비는 11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행 3년 전에서야 부랴부랴 나선 부산과는 달리 서울시는 2002년부터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장기미집행 공원 내 사유지를 차례차례 매입해왔다. 지난해까지 1조 7500억 원을 들여 4.71㎢ 면적에 대한 보상 매입을 완료했으며, 최근에는 10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유지 매입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사유지를 사들이고 있는 만큼 민간공원 특례제도는 따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추진했다. 의정부시는 2014년 42만 7000㎡ 규모의 직동근린공원에 이 제도를 도입, 34만㎡를 근린공원으로 조성하고 8만 4000㎡에 대해서는 185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뒤이어 86만 7000㎡ 규모의 추동근린공원에도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적용해 지난해 8월 공사에 들어갔다.
시 여운철 공원운영과장은 "여러 사례를 참고해 민간공원 특례제도가 부산에서도 잘 시행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또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공원일몰제 예산을 일부 지원해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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