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되는 해안 자본-아름다운 부산 바닷가, 당신은 누리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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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인 바다 조망권과 친수공간들이 잇단 해안가 개발로 특정계층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해운대 엘시티가 대표적 사례다. 부산일보 DB
바다 조망권이 부동산 개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최근 10여 년 사이 해안가는 급속히 개발돼 왔다. 특히 마린시티, 용호만매립지 등 부산의 대표적 매립지는 초고층 주거지와 상업지로 변모하고 있다. 문제는 해안가에 초고층 건물이 밀집하면서 시민이 골고루 누려야 할 공공재인 바다 조망권과 친수공간이 특정 계층에게 사유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2020년 7월 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해안가 공원들의 용도가 해제될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해안 친수 공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바다 조망권·친수공간 등
시민 함께 누릴 공공재 불구
돈 많은 특정 계층에 사유화
경관 아름다운 해안마다
고급 아파트에 자리 내주고
2020년 공원 일몰제 시행 땐
친수 공원들도 사라질 위기
■일부 계층 독식하는 해안 자본
최근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언덕 주민들은 심기가 편치 못하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아늑한 언덕에 자리 잡아 천혜의 조망이 자랑이었지만, 내년 완공 예정인 엘시티 공사가 속도를 냄에 따라 절경이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해수욕장 미포지구 6만 5000㎡의 부지에 들어서는 엘시티는 101층짜리 랜드마크 타워 1개 동과 85층짜리 주거타워 2개 동이 건설된다. 아직 완공도 되기 전이지만 건물 높이가 달맞이언덕보다 높이 올라간 상태다. 이 건물들에는 58~78평형 등 공동주택(아파트) 882가구와 561실 규모의 레지던스 호텔, 296실짜리 6성급 관광호텔 등이 들어서는데 평당 분양가가 부산 최고 수준으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공공재인 바다 조망권과 친수 공간이 특정 계층에 독점된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2005년 11월부터 4년간 매립된 부산 남구 용호동 용호만 매립지도 마찬가지다. 엄연히 공유수면을 매립해 육지를 마련했지만, IS동서의 69층 초고층 W아파트 4개 동이 들어서면서 조망 독점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W아파트 뒤쪽 49층 아파트 주민들은 "그동안 바다와 광안대교 조망권을 누렸는데 고층 아파트에 가려 깜깜이 아파트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987년 서구 암남동 송도해수욕장 바로 옆 해안을 매립한 한진매립지도 2014년 4월 지역의 한 건설업체에 부지가 매각되면서 초고층 건물이 건설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지상 69층(245m) 1개 동, 지상 59층 2개 동 등 총 1368세대의 대단지 초고층 아파트가 공사 중이다. 아파트 뒤쪽 시민들에게 바다 조망이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
부산에는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 초고층 건물이 44개 동에 달한다. 부산 중구 영도대교 옆 매립지에는 롯데가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준비 중이다. 초고층 건물 셋 중 하나는 해안을 끼고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상태다.
인제대 이장민(건축학과) 교수는 "해안가에 가까운 건축물은 높이를 낮추고 뒤쪽으로 갈수록 높여서 공공재인 바다 조망을 가능한 한 많은 시민이 누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수 공원들도 사라질 위기

그나마 남아 있는 이기대공원 등 해안 근린공원들도 2020년 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2020년 7월 1일 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부산의 자랑인 해안가 친수 공원들도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공원 일몰제로 자동 실효되는 부산지역 공원·유원지·녹지는 부산시민공원 121개를 만들 수 있는 5760만㎡에 달한다.
여기에는 이기대공원, 청사포 유원지, 함지골 근린공원, 태종대 유원지, 해운대근린공원, 동백공원 등 13개 해안가 공원(1541만 8148㎡)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유지를 포함한 해안가 공원 부지는 그동안 개발 제한에 묶여 있었지만 1년 9개월 뒤 용도 해제되면 개발 압력에 직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바다 조망을 품고 있어 어떻게든 개발되면 엄청난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 탁 트인 해운대 앞바다를 마주한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공원은 총 면적 30만 4300㎡ 중 미집행 사유지가 55%를 차지한다.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영도구 동삼동 함지골공원도 79만 2812㎡ 면적 중에 아직 사들이지 못한 사유지가 약 88%를 차지한다. 이들 공원은 벌써부터 호텔과 주거지 개발 소문이 나돌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산시는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사유지인 이기대공원(193만 4145㎡)에 150억 원, 청사포공원에 150억 원을 투입해 일부 부지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들 공원은 규모가 크고 많은 시민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 예산으로는 청사포공원은 80%, 이기대공원은 30% 정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이들 공원을 제외하면 해안가 공원은 속절없이 사라질 위기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부산시가 이기대 등 일부 지역에만 관심을 갖고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나머지 공원들이 개발돼 버리면 시민 휴식처 상실은 물론, 해안역의 난개발로 해안 생태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행정력 투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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