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구청 방관 속 600년 노거수 하루아침에 뽑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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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간 한 마을을 지킨 터줏대감 나무가 한순간에 ‘비명횡사’했다. 부산 사상구 주례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자체 총회 결과라며 지난 주말 600살 노거수를 ‘강제 이식’하면서 생존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나무를 이식하는 과정에 조경업체가 트레일러에 실으려고 12m 높이의 나무를 5m나 잘라낸 사실은 더 기가 막힌다. 이쯤 되면 이식이 아니라 사실상의 ‘제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산 최고령 노거수’ 회화나무를 살리기 위해 뒤늦게나마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 기구’를 만들기로 했는데, 조합이 이런 내용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사실이 안타깝다. 해당 구청과 시에서 몰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비록 이 노거수가 ‘사유지’에 있어 구청이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하더라도 구청 주최로 ‘끝장 토론’까지 열어 가며 노거수를 살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면 더 알뜰살뜰 챙겨야 했다.
노거수란 수령이 최소 100년 이상은 되고, 가슴높이 둘레가 2~3m 이상인 거목을 말한다. 오랜 세월을 살았기에 당연히 마을의 수목을 대표하면서 주민의 삶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다. 지역 공동체의 표상이란 말도 이래서 나왔다. 다만 모든 노거수가 보호수이거나 문화재로 지정된 게 아니어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특히 부산의 노거수 총 214그루 가운데 100그루(47%)가 사유지에 있어 땅 주인이 마음대로 처리하거나 훼손해도 문제 삼을 수 없다. 보호수 지정을 늘리고, 땅 매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소공원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와 구청은 ‘600살 회화나무의 참극’을 계기로 노거수 관리 실태와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노거수 관리와 보호에 관한 조항이 전무한 ‘보호수 및 노거수 보호·관리 조례’도 이참에 개정해야 할 것이다. 기장군청이 부산에선 거의 유일하게 보호수 책자를 발간하고 있지만 시 차원으로 확대하길 바란다. 노거수는 결코 하찮은 수목이 아니다. 우리의 귀중한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 / 부산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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