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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거리] 산기슭 판자촌의 대변신…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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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3,597회 작성일 20-09-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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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흰여울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무리를 지어 길을 걷고 있다. 관광객 뒤로 탁 트인 바다와 산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정겨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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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 1호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 영도대교 건너 이송도곡각지 정류장에 하차, 마을입구로 들어가면 가파른 절벽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맞대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영도와 서구 송도를 잇는 남항대교 인근 남항동3가에서 이송도전망대(흰여울전망대)까지 1㎞ 구간에 형성된 피난민촌이다. 봉래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절벽을 따라 바다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마치 하얀 물보라 같다고 해 ‘흰여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전체가 바다를 마주해 풍경이 기가 막힌다. 부산 전역에서 영화, 드라마, CF 광고 등이 많이 촬영됐지만 이곳 흰여울마을이 가장 ‘핫한’ 촬영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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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영화 '변호인'에 나온 진우(임시완 분)의 집을 구경하고 있다. 진우의 집은 현재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소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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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국밥집 아줌마 최순애(김영애 분)의 아들 진우(임시완 분)를 변호하기로 마음먹고 그의 집을 찾아가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할게요. 변호인 하겠습니다”라고 인상 깊은 대사를 던진 곳이다.


진우의 집은 현재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도 잠깐 모습을 비친 흰여울문화마을은 2013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변호인으로 정점을 찍었다.

흰여울문화마을의 포인트는 골목길이다. 버스가 마을을 경유하는 절영로에서 흰여울길 사이에는 세로로 14개의 작은 골목이 나 있다. 전체로 보면 여러 갈래의 샛길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피란민들의 삶이 그만큼 힘들고 험난했음을 상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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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부산 영도 흰여울길

부산 영도구 흰여울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무리를 지어 길을 걷고 있다. 관광객 뒤로 탁 트인 바다와 산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정겨운 조화를 이룬다.

부산지하철 1호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와 버스를 타고 영도대교 건너 이송도곡각지 정류장에 하차, 마을입구로 들어가면 가파른 절벽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어깨를 맞대고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영도와 서구 송도를 잇는 남항대교 인근 남항동3가에서 이송도전망대(흰여울전망대)까지 1㎞ 구간에 형성된 피난민촌이다. 봉래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절벽을 따라 바다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마치 하얀 물보라 같다고 해 ‘흰여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을 전체가 바다를 마주해 풍경이 기가 막힌다. 부산 전역에서 영화, 드라마, CF 광고 등이 많이 촬영됐지만 이곳 흰여울마을이 가장 ‘핫한’ 촬영지로 꼽힌다.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영화 '변호인'에 나온 진우(임시완 분)의 집을 구경하고 있다. 진우의 집은 현재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소로 쓰이고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국밥집 아줌마 최순애(김영애 분)의 아들 진우(임시완 분)를 변호하기로 마음먹고 그의 집을 찾아가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할게요. 변호인 하겠습니다”라고 인상 깊은 대사를 던진 곳이다.

진우의 집은 현재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도 잠깐 모습을 비친 흰여울문화마을은 2013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변호인으로 정점을 찍었다.

흰여울문화마을의 포인트는 골목길이다. 버스가 마을을 경유하는 절영로에서 흰여울길 사이에는 세로로 14개의 작은 골목이 나 있다. 전체로 보면 여러 갈래의 샛길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피란민들의 삶이 그만큼 힘들고 험난했음을 상징해 준다.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맞은편 송도를 비롯, 마을 앞 전경을 감상하고 있다.

마을과 길은 격동하는 한국 근현대사가 탄생 배경이다. 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산기슭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어렵게 꾸려가던 이곳에서의 삶은 1959년 태풍 ‘사라’에 크게 짓밟혔다. 폐허가 된 마을에 담을 쌓아 정비했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좁은 골목길은 마을의 숨구멍이다. 피난민들이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판자집을 짓고 옆집과 앞집을 피해 서로 비켜 나갈 수 있게 숨길을 튼 것이다.


12일 오후 찾아간 이곳은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절영해안산책로 입구에서 출발해 한쪽으로 바다가 펼쳐진 절벽 위의 좁은 담장길을 따라 걸으니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매점 흰여울점빵, 변호인 촬영지, 등대쉼터, 이송도전망대, 흰여울해안터널 등으로 이어졌다. 중간중간 맏머리, 꼬막, 무지개 등의 이름을 가진 계단이 아래위를 연결해줘 언제든 코스를 바꿀 수 있었다. 멀리 바다 위 선박 주차장인 묘박지엔 크고 작은 배들이 촘촘히 줄을 서 항구도시 부산을 상징했다.


이날 서울에서 이곳을 찾은 최희주(32ㆍ여)씨는 “미로 같은 골목길을 돌며 마을 산책 내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게 이곳의 매력이다”며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밀려온 피난민들이 육지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산기슭 묘지 주변으로 모여 생긴 마을이라는 안내인의 설명을 들을 땐 가슴이 찡 했다”고 말했다.


2016년 6만451명이 방문한 이 마을은 각종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2017년 7만696명, 지난해엔 18만2,942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6월 기준 6만451명이 찾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객을 겨냥, 점포가 계속 늘어 커피숍만 29개에 이르며, 공방과 음식점 등도 자리를 잡고 있다.


흰여울마을과 길이 명소가 된 것은 도시재생사업의 효과다. 2014년 국토부의 도시환경증진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됨에 따라 천혜의 바다 경관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한 것.

내년까지 총 37억5,000만원의 예산에 2개 분야 9개 사업으로 추진중인 재생사업엔 △생활환경 조성 △테마형 담장 조성 △친환경 골목길 조성 △급경사로 계단 정비 △안내센터 조성 등이 포함됐으며, 현재 △마을쉼터 조성 △문화관광 커뮤니티 조성 등의 사업이 남아 있다.

부산 영도 흰여울길

특히 영도구는 2017년부터 주민 중심의 ‘도시 재생’을 목표로 마을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적의 관광 자원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방향은 그리스 산토리니, 크로아티아 로비니 등 특색있는 ‘바다 마을’로의 변신이다. 구는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경관개선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벌였다.


구청의 벤치마킹 사례는 그리스 산토리니, 크로아티아 로비니, 멕시코 푸에르토 바야르타 등이다. 이들 마을은 독특한 야간 조명과 하나의 색으로 채색된 건물 벽 등으로 세련된 마을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해안 절벽 위로 산책로를 뚫고 둘레길을 조성하는 등 해안 경관을 즐기기 위한 다양한 코스도 마련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산토리니 등은 바다와 인접하고 언덕 위에 집들이 지어져 있어 흰여울문화마을과 지형적으로 가장 유사한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구는 세계적인 명소뿐 아니라 제주 애월 한담산책로, 부산 송도 스카이워크 등 국내 관광자원들에 대해서도 벤치마킹을 검토 중이다.


앞서 흰여울마을은 2015년 부산에서 민ㆍ관ㆍ학이 함께하는 녹색골목 조성사업의 첫 시험무대이기도 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흰여울마을공동체, 영도구자원봉사센터와 영도구청이 다자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했고, 부산지역 대학생 모임인 ‘BGT 청년게릴라 가드닝단’이 설계와 디자인을 맡았다. 현재 골목길을 따라 심어진 동백, 철쭉과 채송화 등 꽃나무 및 허브류가 이때 심어진 것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이 지형적 특색으로 관광자원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가면서 높은 임대료 등의 이유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다. 최근 도시 재생 사업의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도구 관계자는 “원래 빈집이 많은 상태에서 사업이 시작돼 상당수 외지인이 유입된 게 사실이지만 원주민들과 조화롭게 마을을 가꾸려는 의지는 확실한 것 같다”면서 “영화촬영 명소로 TV 등에 소개되면서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쓰레기 처리, 현지인들의 생활불편 등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를 수시로 여는 등 주민 의견을 토대로 개발 방향을 짜고 있다”며 “관광 자원화로 원주민들이 고통 받는 식의 개발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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