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보존적 개발 2020.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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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야심한데 휴대전화기 화면에 불이 켜졌다. 부산시 간부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그동안 우리가 고생했던 것이 드디어 빛을 보는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다음 날 자 〈부산일보〉에 나갈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에 관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미리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는 지금은 그 업무를 맡고 있지 않다.
부산시의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 지난 5일부터 ‘빛’을 보고 있다. 민간사업자 5곳이 그날 사업 시행자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그들이 토지보상금 1893억 원을 부산시에 입금한 결과다. 2017년 사업이 시작된 이래 3년 만이다. 앞으로 실시계획인가, 감정평가, 보상, 착공 순으로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3년 만에 본궤도
공원 분야 이례적… 전국도 드물어
보존·개발 정면 충돌 분야에서 대안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돼 있는 부지를 매입, 70% 이상 공원을 조성해 부산시에 기부채납하는 것이다. 대신 나머지 땅에 주거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부산시가 재정으로 해야 할 일을 민간에서 대신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생긴 것은 올 7월 공원일몰 때문이다. 그때까지 예산을 투입해 공원을 조성할 수 없기 때문에 마련한 대안이다.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계획대로라면 2023년께 부산에 공원 5곳과 4361세대 아파트가 생긴다. 공원 면적만 보면 200만 9714㎡(약 60만 평)다. 쉽게 생각해 부산시민공원(14만 평)의 4개 넓이다. 전체 부지 중 공원이 되는 면적은 89%다. 70% 기준을 훨씬 웃돈다.
공원일몰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뒤 장기간 방치돼 사유재산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이듬해 법이 개정돼 20년간 공원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 해제되도록 했다. 올해가 딱 20년이 되는 시점이다. ‘일몰제’란 해가 지듯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률이나 각종 규제가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 한다는 뜻이다.
부산시가 예산을 다 확보해 공원을 조성했으면 최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산만 기다리다가는 전체 공원이 풀려 난개발이 될 수 있다. “민간공원 조성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미리 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이성근 2020도시공원일몰대응 부산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의 말에 많은 게 담겨 있다. 이기대공원을 소유한 삼성문화재단이 공원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민간에서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부지매입비와 조성비 등 5200억 원의 재정이 절감됐다. 4361세대의 아파트는 이것의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이 갖는 의미는 또 있다. 부산시의 공원 관련 현안 중 거의 유일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황령산스키돔, 더파크, 옛 미월드 부지 등 공원 관련 사업은 오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공원은 보존과 개발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분야다. 민간공원 조성 사업을 하면서 라운드테이블이 모두 36차례 열렸다. 시민단체, 환경단체, 관련 전문가, 공원별 지역대표도 참여했다. “민간에서는 사업성을 극대화하려 하는데 우리는 일몰이라는 데드라인 탓에 불리했다. 하지만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사업을 접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부산시 담당 공무원의 설명이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성공시킨 곳은 부산뿐이다. 창원시, 진주시, 포항시 공무원도 부산의 노하우를 배우러 부산시청을 다녀갔을 정도다.
개발과 보존, 공익과 사익의 충돌은 숱하다. 센텀 2지구, 옛 한진CY 부지, 옛 한국유리 부지,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촉진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두 가치를 절충하고 시민 이해를 얻는 것은 행정의 숙제다. 5개 민간공원도 아파트가 들어서는 땅의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에서 ‘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뀐다. 사전협상제도의 핵심도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이냐다. 민간에서든, 부산시청 내에서든 민간공원 조성사업의 ‘고생’을 찬찬히 짚어봐야 할 이유다.
아직 반감은 있다. 공원 조성을 민간에 맡기는 대가로 개발을 허용한 데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다. 앞으로 이 공원들을 정말 좋은 시민 휴식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그 반감을 줄이는 길일 터. 그런 점에서 이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들도 남다른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민간공원 조성 경력이 기업 브랜드가 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기업활동의 중요 가치인 ‘사업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김마선 부산일보 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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