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고령 노거수’ 이송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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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에 자리한 노거수에 대한 보호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정수지소 내 노거수인 히말라야삼나무(개잎갈나무)를 찾은 시민들이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노거수 중 절반가량이 법적인 보호와 관리를 전혀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구청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관련 조례 미비로 부산 최고령 노거수 강제 이식과 같은 ‘참극’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 내 노거수는 총 214그루로 이 중 100그루(47%)가 사유지에 있다. 법상 나무는 토지 일부로 취급돼 땅 소유주의 개인 재산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땅 주인이 수백 년 수령의 노거수를 마음대로 처리하거나 훼손해도 개인 소유의 재물로 인정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본인 소유의 땅에 지장이 되는 등의 이유가 있으면 연간 10㎥ 이내의 임의 벌채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수백 년 역사를 가진 노거수의 운명이 땅 주인에게 달린 것이다.
부산 노거수 214그루 중 47%
사유지에 있어 개인 재산 취급
관리 조례는 보호수만 해당
“市 환경 뒷전 행보… 재발 뻔해
시의회 조례 개정 시급” 지적
사상구청이 지난 9일 조합 측의 강제 이식 결정에도 행정처분을 가할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구청 관계자는 “600년 수령의 노거수가 위치한 땅이 지난 2009년 주택건설사업 승인 이후로 조합 측 사유지로 변경돼 나무에 대한 보호·관리를 거의 할 수 없었다”며 “사유지에 있는 노거수 치료나 관리 등을 위해서는 땅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구청은 매년 2000만 원가량의 예산을 ‘보호수·노거수 생육 개선’에 투입하지만, 예산 대부분이 더 중요한 보호수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호수는 부산시의 보호와 관할 구청의 관리를 동시에 받는 귀한 몸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나무병원 관계자는 “부산 내 16개 구·군에 있는 나무 외과 치료와 영양주사 투여 등 생육개선 부분을 담당하면서 노거수 치료와 정기점검 등 의뢰가 거의 없었다”며 “의뢰가 들어와 현장을 가 보면 보호수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무관심은 부산시의 보호수·노거수 보호 관리 조례에서도 확인됐다. 보호수 및 노거수 보호·관리 조례에도 무색하게 노거수 보호와 관리에 대한 조항은 없다. 제 12조에 ‘보호 및 관리’ 내용이 수록돼 있으나 보호수 보호에만 그친다.
이처럼 노거수가 철저히 외면받고 있지만, 손을 놓고 있는 부산시와 구청의 행태에 환경단체와 환경부 소속 전문가도 목소리를 냈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14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9일 600년 노거수가 난도질당한 후 뿌리 뽑혀 추방당했고, 뿌리 내려 붙들고 있던 터는 함몰돼 죄책감과 아픔으로 남았다”며 “부산시는 부산의 환경 보전적 측면에서 노거수 보전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부산시의회는 관련 조례의 제정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라”고 규탄했다.
환경부 소속 윤태원 환경교육전문가는 “환경적인 측면과 역사·정서적 측면에서 부산시의 이러한 ‘환경 뒷전’ 행보가 지속한다면 참극은 불 보듯 뻔하다”며 “수백 년 역사의 수백 그루 노거수 보전을 위해서 관련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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