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 정부는 답이 없다
페이지 정보
본문
2020년 6월 30일 실효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400여 일 남았다. 최소한 50% 이상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진작부터 지자체로 책임을 떠넘겼다. 일몰 시각이 임박하자 지자체들은 난리가 났다. 지방 재정으론 엄두가 안 나 국비 지원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엊그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평가와 대안 로드맵’ 세미나는 일몰제에 대한 정부의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관련 부처들이 대부분 참석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오지 않았다. 발제자나 토론자 공히 국토교통부를 질타했다. 전국시민행동 관계자의 범정부대책기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국토부 녹색도시과장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일몰제 임박하면서 지자체마다 아우성
지방에만 책임 떠넘긴 정부 “나 몰라라”
국비 지원 50%, 국·공유지 존치 위해
부산시장이 나서 관련법 개정 요구해야
예컨대 도시공원 일몰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국 시민사회환경단체 실무책임자와 대통령 간담회에서도 국정과제가 아니기 때문에 의제 채택이 되지 못했다. 중앙부처가 외면하고 방치하는 도시공원 일몰제의 심각한 상황을 혹이라도 짧은 시간 대통령께 직접 건의하고자 했던 바람조차도 무산됐다. 대통령은 일몰제로부터 눈과 귀를 닫은 걸까. 그렇지 않을 거다. 전달 통로의 부재나 관련 부처의 보고 누락에 더하여 중앙 언론의 소극적 보도 태도 등이 한몫했다고 본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역의 항구적 뜨거운 감자다. 언론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주목할 사실은 지역과 중앙언론의 보도횟수다. 지난 2016년을 전후하여 2019년 3월 20일까지를 기준으로 중앙과 지역의 신문과 방송이 보도한 횟수를 비교하면 청와대의 침묵이 가늠되기도 한다. 작금의 방송과 지면이 달구고 있는 사회 이슈와 국민의 90%가 직간접으로 피해를 보게 될 공원 일몰제와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지만, 모니터한 결과는 슬픈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중앙의 지상파 방송과 종편, 그리고 5대 일간지들이 공원일몰제를 다룬 기사량은 언론의 존재이유에 부끄러울 정도다. 반면 부산, 대전, 광주 등 지역 언론은 달랐다. 가장 많은 보도는 부산일보가 했다. 많은 현안이 여론의 향배에 의해 명암을 달리한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언론의 보도는 실로 막강하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빈약한 보도가 이뤄졌을까. 결국은 주무부처가 관련 업무를 생산하지 않고 개점 휴업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속성상 부처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에 의지하는 바가 크고 거기서 다양한 기사가 만들어진다. 전임 국토부 장관이 아파트 부동산 문제의 반의반만큼이라도 관심을 보였다면 공원 일몰제가 이토록 찬밥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국토부에서 도시공원 일몰제를 다루는 주무행정은 실·국 단위도 아니고 녹색도시과가 전부다.
현재대로라면 정부는 답이 없다. 오히려 국토부는 일몰 해제를 종용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국·공유지 존치도 국토부는 선해제 재지정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일몰 대상 중 국·공유지는 전국적으로 26%를 차지하고 부산은 50% 수준이다. 어떻게 보면 국가가 도시공원 부지를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땅을 팔아먹기에 급급한 것이 중앙부처다. 지자체에 따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국·공유지 존치만으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50% 국비 지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토부는 일몰제 대책이라며 지방채 발행 이자의 50%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 실적은 전국적으로 79억 원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 대 2이며, 평균 재정자립도는 55.8%이지만 30% 미만이 수두룩하다. 앞가림하기도 벅찬데 수조 원의 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구조라면 20년은 고사하고 100년이 가도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은 소리 내 외치는 수밖에 없다. 그 목소리에 민과 관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국비 지원 50%, 국·공유지 존치 관련법 개정과 관련해 오거돈 부산시장과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부산시민행동 등 지역 시민사회 공동선언 형태의 기자회견을 제안한다. 지난해 10·16 도시공원 종합대책을 통해 부산도시공원 97% 보전을 천명했지만, 국·공유지 존치와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오 시장의 답을 기다린다. 부산일보 로컬터치 3.28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
- 이전글
- “중앙정부, 공원일몰 방치하면 국민 저항 부딪힐 것”
- 19.04.02
-
- 다음글
- 먼지·열기 방어벽 '도시 숲' 사라지면 재앙 온다
- 19.04.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