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건설 방해된다고… 온천천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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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천 수안동 일대 둔치. 지난 달까지만 하더라도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드리 벚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무참하게 파헤쳐진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온천천로 형제맨션아파트부터 낙민동 방향으로 335m 구간 일대 벚꽃나무가 있던 자리는 모두 초토화됐다. 이 일대를 산책하던 시민 김지용(54·부산 연제구) 씨는 “벚꽃이 지기 무섭게 수많은 나무를 덜어내 가니 무척 가슴이 아프다”면서 “정말 벚나무를 꼭 뽑아내야 했는지 따져보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동래구·연제구 연결 다리 조성
벚나무 등 200여 그루 강제 이식
수안동 둔치 335m 구간 초토화
시민들 “꼭 뽑아야 했는지 따져야”
환경단체 “부산시 야만적 폭거”
보행친화도시 조성 역행 맹비난
지난 10일 부산시는 동래구와 연제구 사이 온천천에 교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벚나무 등 교목 200여 그루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제거했다. 공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교량 건설에 방해가 되는 나무를 미리 뽑아낸 것이다.
온천천 벚꽃길은 수영구 남천동의 벚꽃터널과 해운대구 달맞이길, 사상구 삼락생태공원과 함께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부산의 대표적 벚꽃 명소로 손꼽힌다. 특히 이 일대 벚나무는 수령이 40년가량 돼 웅장한 자태를 뽐낼뿐만 아니라 벚꽃도 다른 지역에 견줘 더욱 화사하다. 매년 3월말부터 4월초까지 온천천 주변은 벚꽃을 보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벚꽃을 뽑아버린 시의 행위가 “야만적인 폭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14일 성명을 내 “보행친화도시를 내건 부산시가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 가로수를 확충해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제거하며 친환경적 도시 조성을 막고 있다”며 “일상이 된 미세먼지를 줄이고 소음을 완화하는 등 도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가로수를 외면하지 말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논란이 일자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뿌리 상태가 좋지 않은 나무 2그루를 제거한 것 외에는 모두 해운대 수목원에 정상적으로 이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건설 중인 동래구와 연제구 사이 온천천 교량(가칭 수연교)은 폭 24m, 길이 115m 규모에 왕복 5차로로 조성되며, 2021년 1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공사 비용은 국비 102억 2000만 원과 시비 99억 1000만 원으로 총 201억 3000만 원에 달한다.
황석하·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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