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시민의 공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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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공원은 부산시민공원인가. 같은 듯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이 문구는 지난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시민공원 개장 5주년 진단과 길 찾기 워크숍’이 내건 주제였다. 세 명의 발제와 발제마다 두 명의 토론자, 그리고 네 명의 종합토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3시간 가까운 워크숍을 진행했다. 객석에서도 이에 뒤질세라 질의 겸 의견을 잇달아 내놓아 부산시민공원에 쏠린 시민 관심을 반영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듣기 좋은 소리보다는 질책성 발언이 쏟아졌다.
단절되고 섬처럼 갇힌 시민공원
접근성 보행환경 개선 노력 절실
숲길 물길 살린 생태공원 위해
공원 운영·관리 주체 변화 필요
시민이 참여 주도하는 공원될 때
시민공원 역사성 공공성 살아나
개인적으로도 이날 워크숍에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부산시민공원은 어떤 공원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토론자 중 한 명은 3년 전 부산시민공원 개장 2주년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참여했는데 지금도 비슷한 분위기라는 게 너무나 부끄럽다고 고백했지만,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이날 제기된 부산시민공원의 도시계획·도시경관 문제를 비롯해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시민공원 운영 철학, 야생동식물에 대한 배려는커녕 물길·숲길·사람 길 등 사람의 손이 가지 않으면 살아남기조차 힘든 생태환경에 이르기까지 드러난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이번만큼은 부산시가 그냥 지나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번에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다시 5년, 10년 뒤에도 똑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그나마 시가 건축물 ‘높이규제’ 기준을 지금이라도 마련하고자 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계층을 고려한 부산시민공원 주변 보행환경 개선이나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머무를 수 있는 도시경관 확보에는 미흡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공원 하나만 덩그러니 만들어 놓고 시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공원의 가치와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공원이 섬처럼 존재해선 안 된다. 완충녹지가 있고, 상업시설도 있어서 부산시민공원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차라도 한 잔 마실 수 있어야 시민들이 제대로 공원을 즐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의 공원으로서 역사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 하는 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일제강점과 미군 주둔기를 거쳐 근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부산시민공원은 시민운동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민공원 조성에 들어간 67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는 시민공원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이는 달리 말하면 시민공원 운영에 있어서 공공성을 전제로 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공원 운영·관리 방식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워크숍에서 지적했지만 공원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숫자나 질적인 면에서 강화돼야 한다. 공원활동가와 자원봉사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운영 프로그램도 더 많아져야 한다. 규모가 비슷한 서울숲공원이 2017년 한 해 예산으로 43억 원가량을 들인 데 비해 부산시민공원은 1.8배에 달하는 77억 원을 들인다는 사실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부산시민공원은 공원 관리의 상당 부분을 외주 위탁(부산시설공단)했고, 서울숲공원은 운영을 맡은 서울숲컨서번시가 직접 고용해서 관리했다. 부산시민공원 예산 77억 원 가운데 위탁관리비는 32억 원에 달했다. 공원 운영에 경제성만 따질 순 없지만 적어도 효율적인 운영 방안은 찾아야 할 것이다.
부산시민공원은 사람뿐 아니라 최소한의 야생동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비전과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생태계는 나무 몇 그루 심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에도 새, 곤충, 곰팡이 같은 게 어우러져야 생태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부산시민공원은 나무 한 그루도 저 스스로 살기 힘든 상황이다. 야생생물에 대한 배려랍시고 만들어 놓은 생태통로 끝에는 계단이 펼쳐진다. 콘크리트 바닥을 깔고 물만 넣는다고 생태하천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단절된 물길이 열리고 연결돼야 뭇 생명이 살아날 수 있다.
나무숲이 우거지고, 물이 흐르는, 부산시민의 공원을 보고 싶다. 시멘트 길과 보도블록이 아닌 흙길이 늘어나고, 새소리 물소리가 들리고, 자연스러운 천이가 일어나 생태성이 회복되고, 사람들에게도 힐링이 되는 공간을 꿈꾼다. 같은 실수가 반복돼선 안 된다. 부산시민의 공원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부산시정을 다그치고, 시의회를 압박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부산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공원이 될 때 비로소 부산시민의 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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