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찰칵'…알고 보니 양미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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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찰칵'…알고 보니 양미역취
생태공원마다 생태교란종, 고유식물 밀어내고 주인 행세
털물참새피·단풍잎 돼지풀·가시박도 어렵지 않게 관찰
[※ 편집자 주 = 생물 종 다양성 보존은 자연보호와 자원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동식물 멸종률이 지속한다면 50년 후에는 전체 동식물종의 4분의 1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경고합니다. 한때 생물다양성협약 의장국이었던 우리나라 생태계는 각종 생태계교란종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생물 종 다양성 보호를 위해 4대강 정비사업 때 조성된 낙동강 생태공원은 이미 생태교란종이 점령해 고유종은 점점 갈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낙동강 하구를 점령한 생태교란종 실태와 현황, 대책 등을 담은 기획기사 3편을 28일부터 30일까지 나눠 송고합니다.]
2009년 4대강 살리기 선도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조성된 부산 강서구 대저 생태공원.
봄이 되면 낙동강 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인공 유채꽃 단지로 유명하지만 사실 도시화, 산업화 속 낙동강 하구 생물 종 다양성 보호를 위해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179호)에 속하는 지역으로 멸종 위기종 2급인 가시연꽃 군락지인 신덕 습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습지와 수로, 초지로 구성돼 있다.
5월 중순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양미역취(왼쪽)와 9∼10월 꽃이 핀 양미역취.[손형주 기자]
대저 생태공원은 봄이 되면 낙동강 변을 따라 온통 유채꽃이 활짝 펴 노란빛으로 넘실거리지만 최근 들어 가을에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든다. 약 5∼6년 전부터 대저 생태공원에서 모습을 드러낸 생태교란종 양미역취가 급속도로 번식했기 때문이다. 양미역취는 국화과에 속하며 5월 초 싹이 나기 시작해 9∼10월에 노란 꽃이 핀다. 유채꽃과 모양이 비슷하고 색이 같아 유채단지로 유명한 대저 생태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생태교란종인 양미역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실제 사진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저 생태공원을 검색하면 양미역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사진이 다수 검색된다.
양미역취는 생물 다양성을 저해하고 생태계 균형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등 환경부가 지정한 21종 생태계 교란 야생 생물 중 하나다.
뿌리를 내린 개체군은 100년간 유지되며 노란 꽃은 개체당 2만개까지도 종자를 생산할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다. 일단 침입한 곳에서는 급속하게 영역을 확대해 다른 식물이 밀어낸 뒤 들어설 여지를 없앤다. 낙동강 생태공원에 얼마나 많이 분포돼 있길래 시민들에게 유채꽃과 혼동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 될까.
왼쪽부터 대저 생태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가시상추, 단풍잎돼지풀, 털물참새피[손형주 기자]
양미역취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 5월 중순 대저 생태공원을 환경단체인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와 함께 찾았다.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양미역취는 공원 입구 대지에서부터 이미 거대한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공터로 비어 있는 대지는 이미 양미역취가 점령하고 있었고 공원 초입부터 낙동강 변까지 곳곳에 양미역취가 보였다. 수로 곳곳에는 황소개구리가 펄쩍 뛰어올랐고 습지 곳곳에 생태교란종 털물참새피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갈대와 억새를 뚫고 올라온 양미역취 [부산 그린 트러스트 제공]
갈대와 물억새 군락지 사이를 뚫고 양미역취 싹이 올라오고 있었으며 물억새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탐방로에도 양미역취가 점령하고 있었다. 멸종 위기종 Ⅱ급인 가시연꽃 군락지인 신덕 습지 주변에도 양미역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왼쪽) 갈대 탐방로 길목 양미역취. (오른쪽) 신덕습지 옆에 자라고 있는 양미역취.[손형주 기자]
인근 맥도 생태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저 생태공원보다는 상황이 덜 심각했지만, 낙동강 본류 바로 옆 곳곳에 양미역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관찰되는 대표 생태교란종인 단풍잎 돼지풀과 가시박 또한 어렵지 않게 관찰됐다.
낙동강 하구 강변 따라 군락을 형성한 양미역취 [손형주 기자]
실제 양미역취 번식력과 분포도는 어느 정도일까. 대저 생태공원 어느 한 지점을 임의로 골라 1㎡ 분포한 양미역취를 직접 뽑으며 세어보니 총 160개 줄기가 뽑혔다. 양미역취는 이처럼 번식력이 왕성해 일단 침입한 곳에서는 급속하게 영역을 확대하고 큰 키로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최대현 사무처장이 1㎡에 분포한 양미역취를 직접 뽑으며 숫자를 세고 있다.[손형주 기자]
최대현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사무처장은 "대저 생태공원 식물 중 30% 이상이 생태교란종 양미역취로 추정된다"며 "낙동강 하구는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제거해야 하며 보호종뿐만 아니라 교란종에 대해 관리도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handbrother@yna.co.kr
[망가진 낙동강]② 무차별 번식 불과 5년 사이 생태공원마저 접수
양미역취 외 생태 교란 14종 중 11종 서식 확인…지금 이 순간도 번식
거침없는 세력 확장에 강변·습지 물억새·갈대 점차 자취 감춰
환경단체 "4대강 사업이 교란종 서식환경 만들어 준 것도 원인 중 하나"
대저 생태공원 뒤덮은 양미역취(노란색)
[2017년 국립생태원 생태교란종 모니터링 조사 보고서]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낙동강 하구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생태공원이 생태교란종으로 뒤덮였다.
환경부가 지정한 총 14종 생태교란종 식물 중 총 11종이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된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퍼진 양미역취는 대저 생태공원 전체 식물 중 30%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생태공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고 환경단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국내에 있는 2천160종 외래생물 중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해우려종 127종이 지정돼 있다. 이 중 이미 국내에서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심각한 종을 생태교란종으로 분류하는데 1998년 2월 황소개구리를 시작으로 총 21종(동물 7종·식물 14종)이 지정돼 있다.
생태 교란 식물 분포현황[국립생태원 홈페이지 캡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생태교란종 정의는 이렇다. 외래생물이나 고유생물 중(유전자 변형 생물 포함)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이다.
포유류는 뉴트리아, 양서류와 파충류는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속 전종, 어류는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곤충류는 꽃매미와 붉은불개미다.
식물은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 등이다. 이 중 전국적으로 드문 서양등골나물과 2016년 새롭게 지정된 갯줄풀, 영국갯끈풀만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비교적 심각성과 실태가 많이 알려진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등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식물은 정부와 지자체 관심에서 벗어난 사이 급속도로 퍼졌다.
부산 낙동강 생태공원 생태계교란종 분포도[낙동강관리본부 제공]
심각성을 인지한 부산 낙동강관리본부가 지난해 대저·화명·맥도·삼락 생태공원 내 생태계 교란 식물 분포 실태를 조사했다. 대저 생태공원은 전체 266만㎡ 중 23만7천598㎡에 생태계 교란 식물이 분포했다. 축구장 38개 크기다.이 중 17만3천664㎡에서 양미역취가 발견됐다.
맨눈으로 확인 가능한 군락지 중심으로 조사가 됐기 때문에 정확한 분포 면적은 이보다 더 넓을 수 있다. 이 밖에 맥도 생태공원에는 22만2천㎡, 삼락 생태공원 10만5천㎡, 화명생태공원 2만2천㎡에 생태계 교란 식물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태계 교란 식물이 낙동강 하구를 점령한 사이 강변과 습지 주변 물억새와 갈대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낙동강 생태공원 수변부 물억새와 갈대 사이를 뚫고 나오는 양미역취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이처럼 양미역취를 비롯한 생태교란종이 낙동강 하구를 점령한 이유는 무엇일까.생물종 분포정보를 기록하거나 검색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모니터링 시스템인 '네이처링'(Naturing)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파악해 보면 주로 영산강 등 전남 지방에 서식하던 양미역취는 최근 5년 사이 낙동강 하구 인근에서 급속도로 번식하기 시작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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