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자랑 공중 정원, ‘15분 도시 부산’ 실현 녹지 축 모델로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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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자랑 공중 정원, ‘15분 도시 부산’ 실현 녹지 축 모델로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7.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방치된 고가철도→ 잘 가꾼 산책로
인근 주민 내 집 앞마당처럼 즐겨
일대 상권 형성되며 경제적 활기
뉴욕 하이라인 등 폐선 복원 영향
동서고가로 도시 녹지 축 조성 땐
부산 주요 지역 연결성 크게 강화
15분 내 공공 서비스 접근 쉬워져
프랑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는 도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광용 작가 제공
버려졌던 도심 고가가 공중 정원으로 재탄생한 세계 최초의 사례는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15분 도시’의 모델이기도 한 파리는 30년 된 이 공중 정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고가 인근 상권이 활성화돼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동서고가로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세계 최초 공중 정원
지난달 12일 오전 10시. 파리 12구 바스티유 광장에서 동남쪽 센강 방면으로 약 500m를 걸어가니 적갈색 벽돌 구조물이 나타났다. 외벽에 새겨진 ‘비아뒤크 데 자르(예술고가도로)’라는 글자가 눈길을 끈다. 프롬나드 플랑테 산책길이 시작되는 입구다.
폭 9m의 공원 양옆으로는 성인 키를 웃도는 큰 나무와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졌다. 마치 잘 꾸려진 수목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이른 아침부터 유모차를 끌고 산책에 나선 시민, 조깅을 하고 벤치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40대 시민 바티스트 파투르노 씨는 “처음 찾는 사람들은 파리 시내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복잡한 도시를 잠시 잊게 할 만큼 큰 휴식과 안정을 주는 곳”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프롬나드 플랑테는 바스티유와 뱅센을 잇는 길이 4.5km, 총면적 6만 5000㎡에 이르는 선형 공원이다. RER(지역고속전철망)이 도입되면서 기존 도시철도가 운행을 중단한 때가 1969년이었다. 이후 남겨진 고가철도를 활용해 1993년 세계 최초의 공중 정원이 탄생했다. 이후 미국 뉴욕 맨해튼 하이라인 공원 등 폐선 복원 사업의 모델이 됐다.
처음에는 고가철교 윗부분을 산책로로 조성하자는 의견과 철거를 통해 일대 도심지를 연결하자는 의견이 대립했다. 그러나 이 구간을 철거하고 건물을 지으면 오히려 도시 경관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산책로를 조성하자는 쪽으로 여론의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60대 시민 에블린 수이에 씨는 “프롬나드 플랑테가 조성될 때만 해도 버려진 철도 부지를 활용하는 데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다”며 “지금은 과거 산업유산의 역사성을 보존해 알맞게 재활용했다고 평가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관리가 잘 되고 있어 시민들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지상 10m 높이인 산책길에서는 파리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인근 건물에는 창밖을 보며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 테라스 정원을 가꾸는 주부 등이 눈에 띄었다. 커튼이나 가림막 같은 사생활 보호 장치를 설치하기는커녕 공원을 내 집 앞마당처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결성 높여 도시 활성화
파리시가 흉물로 방치된 고가철도를 철거하지 않고 공중 정원으로 재탄생시키면서 일대 지역도 활력을 되찾았다. 지역 연결성 회복에 도움을 주고 경제적 활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원 중간중간 어린이 놀이터, 체육시설, 잔디밭, 광장 등이 조성돼 있고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파리 시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갖췄다.
고가 하부는 아치형 교각 형태를 보존하면서 상점가와 보행 통로를 조성했다. ‘예술고가’로 이름 붙은 1.5km 거리의 구역에는 장인의 공방,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다. 파리 시민 미노 누와 씨는 “파리에 공원이 많지만 이 공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며 “일자로 길게 뻗은 공원이어서 특히 조깅이나 운동에 최적화돼 있고, 번잡한 도로와 횡단보도를 걷지 않고 쾌적하게 산책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프롬나드 플랑테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관광객 유치 효과도 톡톡히 거뒀다. 파리 시내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키 리보 씨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대상으로도 프롬나드 플랑테를 테마로 한 생태 체험이나 투어가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지역 전문가들은 동서고가로 역시 철거에 앞서 프롬나드 플랑테와 같은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파리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15분 도시’를 구현하는 데도 동서고가로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산과 경사지가 많은 부산의 경우 주요 지역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고가도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가로를 새로운 도시 내 녹지 축으로 조성하면,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통해 15분 이내에 공원, 병원, 편의시설 등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쉬워진다. 부산대 우신구 건축학과 교수는 “동서고가로를 연결의 측면에서 잘 활용한다면, 녹지도 확보하고 부산의 실정에 맞는 ‘15분 도시’ 실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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