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로 벼랑 끝에 선 가덕도 100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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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건설로 벼랑 끝에 선 가덕도 100년 숲
2022년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은 제20회 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대상을 수상 했다. 현재 이곳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예정대로라면 내년부터 가덕신공항 건설이 착공되기 때문이다. 공사는 턴키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공항부지에 속한 100년 숲은 매립토로 사라질 것이다.
100년 숲은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이 자생하는 상록난대림과 굴참나무-느티나무 군락, 졸참나무-고로쇠나무 군락 등으로 이루어진 낙엽활엽수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숲은 안정화되어 있으며 극상의 단계로 진행 중이다. 가파른 지형인데다 군사보호지역으로 인해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됨으로서 가능했던 천이(遷移)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부산시민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공항건설이 전국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뛰어난 숲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피타고니아와 더불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일대의 거목 조사를 수행했고 대표성을 가지는 나무에 대해서는 터주대감나무라는 호칭과 나무의 이력을 표시한 명패부착 작업을 해왔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절차와 과정을 볼 때 100년 숲을 비롯하여 자생 거목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을 것 같다.
2021년 3월 16일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이후 특별법은 무소불위가 되어 거침없이 가덕 유린 작전을 진행중에 있다. 지역 시민환경단체의 저항은 가덕도에 갇혀 섬을 벗어나지 못한 채 단말마적인 비명만 지르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가덕 신공항 건설의 최대 명분이었던 엑스포 유치 도전이 민망할 정도로 열패를 하였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대통령의 사과만 있었다. 더하여 엑스포 재도전과 신공항 건설 의지를 공고히 하는 발언들이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도배되고 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2023년 12월 7일 국수봉 100년 숲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였다. 세미나는 가덕의 최대 자연자신인 100년 숲을 공유하며 ‘시대에 저항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슬픈 꿈을 나누고자 마련된 것이다.
발제는 ‘가덕도 100년숲의 가치’에 대해 홍석환 부산대교수(조경학과)와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의 ‘벼랑 끝에 선 가덕 국수봉 터주대감나무’가 발표되었다. 발표내용은 공간적으로는 동일한 곳이었지만 좁히면 동백군락지와 100년 숲이다. 해발 고도상 동백군락지는 해안가 계곡부 중심인데 반해 100년 숲은 국수봉과 어깨를 나누는 남산봉 능선부를 포함하여 공항 에정 부지 내 대항과 외양포 일원을 아우르고 있다.
앞서 홍교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만 3년간 765㎢에 이르는 부산 전역의 자연환경을 조사한 적이 있다. 부산의 경우 산과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자연을 투영하는 식물군락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대학교 뒤쪽으로 형성된 금정산의 소나무 고목군락과 범어사 계곡에 형성된 낙엽활엽수군락, 그리고 가덕도에 펼쳐진 남부 해안가 극상림으로 보이는 상록-낙엽혼효림의 존재는 불행중 다행으로 여겼다. 이 중에서도 첫째로 꼽은 숲은 다름 아닌 가덕도의 숲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가덕도의 숲은 앞서 언급했듯 출입이 통제됨으로서 관리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둠의 상태가 부산을 넘어 전국 유일무이한 숲으로 발달하게 된 것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1910년 조선임야 분포도는 가덕의 변화를 읽는 열쇠라 할 수 있다. 특히 동백군락지의 경우 남해안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거제 학동과 내도 동백숲, 신안 흑산도 동백숲, 해남 강진 동백숲, 통영 장사도 동백숲, 고흥 거금도 동백숲, 다산초당 동백숲과의 비교에서도 월등히 뛰어난 상태다. 더욱이 동백은 부산광역시의 시목이기도 하다. 부산시는 여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한편 터주대감나무와 관련 가덕도 전체 노거수는 111 그루이며 이중 공향건설 예정지인 국수봉을 중심으로 대항과 외양포 주변에서는 모두 50그루가 대상목이다. 마을을 제외한 국수봉과 남산봉의 동서남북 사면과 이어진 해안 구릉지에 모두 47그루가 자라고 있다. 기준은 등산로 혹은 초병순찰길에서 5~10m내에 입지한 거목들로 한 두 그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들은 최소 흉고 둘레 2.5m를 대상목으로 했다.
눈여겨 볼 것은 남산봉과 국수봉 능성부의 소사나무 군락들이다.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지정된 강화도 첨성단 소사나무의 경우 수령 150년으로 높이 약 5m 밑동둘레 약 2.7m에 달한다. 장소성와 역사성 그리고 수관의 이름다움을 전제하더라도 100년 숲의 소사나무 군락에서 ‘이 정도’는 흔한 개체다.
또한 전국적으로 명함을 내밀고 있는 굴참 및 졸참나무의 덩치값에 있어서도 100년 숲의 참나무들은 뒤처지지 않는다. 2022년 기준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 보호수는 13,868 그루 가운데 굴참과 졸참나무는 20그루 남짓하다. 그런데 100년 숲과 가덕에는 지천이다. 아예 흉고 둘레 2.0m 이하는 측정하지도 않았거니와 조사 범위 밖의 나무들은 헤아리지도 않았다.
100년 숲이란 이름은 이 숲의 터주대감나무 1호인 흉고 2.6m, 108세의 졸참나무에서 비롯됐다. 2021년 봄 코아를 이용하여 나이테를 헤아려 확인한 나이였다. 대상목들은 2.5m~ 3.5m 급이고 대부분 백살 이상이다. 100년된 숲이 많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사전 타당성 조사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이들의 존재는 거론되지 않았으며 누락되었다. 심지어 기존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등급 하락까지 서슴치 않았다. 누락된 것은 부지기수다.
예컨대 식물상 조사와 관련 2021년 환경운동연합이 주축이 된 생물상 조사에서 육상부 식물상 조사(2021.3~2022.5/ 23회 439종)만 비교해도 무려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것도 신공항 예정부지를 중심으로 수행한 결과다. 반면 전략환경영향평가(2022.11.28.~30)는 극히 짧은 조사일수와 기존 문헌에 의거하여 섬 전체를 대상으로 했지만 기록된 종수는 262종에 불과하다. 그 결과 멸종위기 2급 대흥란이며 흰산철쭉 같은 한국특산종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치는 포유류며, 조류, 양서파충류 등 분류군 전체에 적용되는 바, 한마디로 누락과 부실로 점철된 엉터리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놀랍게도 조건부 동의로 그 존재를 부정했고, 국토부는 기존에 발표했던 인공섬 형태의 기본계획을 돌연 변경하면서 섬과 해양을 잇는 계획안으로 수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기사 본질적으로 기존 계획이나 수정 계획, 모두 필요 골재를 자체수급으로 설정했기에 100년 숲을 깔아뭉개는 것은 오십보 백보 일 뿐이다.
엑스포 유치에 대한 불화실성을 감지했는지 갈짓자 행보를 하던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의 주요 명분이었던 엑스포 유치와 관계없이 2029년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진짜 엑스포 유치가 입에 올리기 조차 민망할 정도의 압도적 표차이로 실패하고 말았다. 29표대 119표, 그동안 얼마나 많이 우려 먹었던가. 부산시내 버스며 버스정류장 지하철에 홍보물을 붙일 수 있거나 내걸 수 있는 가로에는 현수막이 도배질 했고 지하철 승차대에서는 카드만 되면 엑스포를 지지한다는 소리를 듣도록 강제했다. 심하게 말하면 시정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엑스포 였고 신공항 건설이었다. 여기에 언론은 지속적으로 군불을 지폈고 나중에는 마치 곧 역전이 되어 유치가 가시화 될 듯 호들갑을 떨었다. 그랬던 언론이 속았다고 분통치는 민심에 기대어 돌아서 비난을 퍼붓다 또 금새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엑스포 불발에 따른 민심이반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이 한걸음에 부산으로 왔고 동행했던 재벌들과 떡복이를 먹으며 재차 약속을 천명했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고 가덕신공항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에스포 유치 실패로 크게 한방 얻어 맞고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갈피를 못잡고 있다시피 했는데 지역 언론이 위기감을 느끼고 먼저 설레발 쳤다. 지역 정치권과 토건족의 선동일수도 있다. 이대로 가면 가덕신공항건설이 ’낙동강 오리알‘ 된다는 것이다. 엑스포 실패 사흘 만에 박형준 부산시장이 2035 엑스포를 재검토하겠다고 했고 일주일만에 대통령이 와서는 오금을 박았다. 시민 환경 사회단체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가덕신공항반대 시민행동이 ‘명분을 상실한 가덕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한 날로부터 이틀 후였다. 이 소식은 언제나처럼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2023년 10월 중순, 부산그린트러스트를 위시한 지역 환경단체가 100년 숲을 다시 찾았다. 이대로 간다면 100년 숲은 물론이거니와 터줏대감들이 뼈도 못추리고 사라지겠다 싶어 그들의 후계목이 될 종자채취에 들었다. 혹시나 모를 마지막에 대비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터주대감이란 이름표 달기도 사실은 ‘나는 이런 나무다. 어디 죽일테면 한번 죽여봐라’는 사생결단의 심정과 ‘동티’를 내장하고 있다. 독기를 머금은 생명체들이 저주를 쏟아낼지도 모른다. 이미 COVID-19 라는 펜데믹으로 지구촌이 형편없이 무너져내린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진짜 묻고 싶다. 진짜로 가덕 동백군락지를 밀어 버릴 것인가 진짜로 백년 숲을 박살낼 것인가 .
원고작성 말미, 뜬금없이“이재명, 부산 방문해 "엑스포 실패로 기반사업 중단? 안 돼" 라는 뉴스가 뉴스 속보로 떳다. 이 또한 오십보 백보다. 시대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역행하는 정치는 교체되어야 한다. /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월간 함께사는 길 202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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