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없는 ‘BRT 정류소’ 도로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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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 없는 ‘BRT 정류소’ 도로보다 뜨겁다
기상청 “버스정류소 바닥 최고 55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서울 모니터링
종로 2가 BRT 낮시간 57도 기록
“부산 1~4구간 녹지 추가 확보 시급”
시 “큰 나무, 운전자 시야 방해해”
도로 한가운데 조성된 BRT 정류소가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돼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BRT 정류소에서 시민들이 땡볕 아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도로 한가운데에 위치한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정류소는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돼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류소 옆으로 듬성듬성 가로수가 심어졌지만 그늘을 형성하기엔 역부족인 탓이다. 폭염에 취약한 BRT 정류소가 부산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BRT 정류소에 녹지를 확충해 매년 되풀이되는 폭염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낮 12시께 부산 부산진구 양정역 BRT 버스정류소. 연일 내리던 비가 그치고 모처럼 햇빛이 내리쬐자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손 그늘을 만들었다. 정류소에서 만난 박 모(52) 씨는 “정류소가 도로 위로 옮겨온 뒤로는 폭염 때 버스를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 도로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에 더 덥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부산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 조사 결과, 실제 BRT 버스정류소는 도시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확인됐다. 그린트러스트는 지난달 8일 BRT가 가장 먼저 도입된 서울 BRT 5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종로 2가의 경우 오전 11시에 이미 51도를 넘어섰고 낮 12시 26분에는 57.1도까지 치솟았다. 신문로 2가 역시 같은 날 오후 2시 51분에 54.3도를 기록했다. 여의도, 강남대로, 동작대로, 신반포로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부산에서는 열화상탐지 장비를 빌릴 곳이 없어 BRT가 가장 먼저 도입된 서울을 조사하게 됐다”며 “BRT가 도입된 도시의 상황은 비슷한 만큼 부산 정류소도 아스팔트 도로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상청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잠실의 8개 지점 온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버스정류소인 것으로 조사됐다. 측정일의 기온은 31.9도였는데, 버스정류소 기온은 34.4도였다. 도시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곳은 공원 녹지였으며, 그 다음이 소공원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조사 당시 햇빛이 내리쬘 때 버스정류소 바닥 온도는 최고 45~55도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온도가 높은 이유는 버스정류소에는 반폐쇄성 구조물이 설치돼 공기 흐름이 약하고, 아스팔트 도로로 둘러싸였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BRT 정류소가 폭염에 취약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지 확충이 절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BRT의 경우 녹지 공간에 이팝나무 몇 그루를 심거나, 정류소 양쪽 끝 펜스로 둘러싸인 곳에 조그맣게 관목을 심은 게 대부분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부산 BRT 모니터링’ 결과, BRT 1~4구간의 공간을 활용하면 약 7574㎡(약 2300평) 녹지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군데군데 심어진 이팝나무 사이에 키가 높지 않은 관목 등을 추가로 심어 띠 녹지를 확충할 수 있다는 것. 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한 부산대 조경학과 박사 과정 조혜련 씨는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낮은 편이다. 폭염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BRT 정류소가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녹지가 확충되면 심미적인 요소뿐 아니라 도로 위 매연 정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로 중간에 위치한 BRT 정류소에 큰 나무를 심으면 차량 시야 확보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고심 중이다. 폭염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2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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