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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하겠지” 넘어 “우리가 한다”가 만든 기적의 공원 뉴욕 하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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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092회 작성일 23-10-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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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하겠지” 넘어 “우리가 한다”가 만든 기적의 공원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6. 뉴욕 하이라인의 변신

수십 년 방치 고가철도 철거 움직임
반대 시민, 단체 꾸려 공원화 제안
인근 주민·개발업자 10년간 설득
공간 활용안 나누며 공감대 형성

모금 통해 조성, 기부·봉사로 운영
관광객 몰리는 뉴욕 명물로 거듭

지난달 12일 오후 미국 뉴욕시민과 관광객들이 맨해튼 하이라인 공원을 거닐고 있다.지난달 12일 오후 미국 뉴욕시민과 관광객들이 맨해튼 하이라인 공원을 거닐고 있다.

“누군가 하겠지” 넘어 “우리가 한다”가 만든 기적의 공원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6. 뉴욕 하이라인의 변신

수십 년 방치 고가철도 철거 움직임
반대 시민, 단체 꾸려 공원화 제안
인근 주민·개발업자 10년간 설득
공간 활용안 나누며 공감대 형성

모금 통해 조성, 기부·봉사로 운영
관광객 몰리는 뉴욕 명물로 거듭

지난달 12일 오후 미국 뉴욕시민과 관광객들이 맨해튼 하이라인 공원을 거닐고 있다.지난달 12일 오후 미국 뉴욕시민과 관광객들이 맨해튼 하이라인 공원을 거닐고 있다.

도심 속 흉물이었던 화물 고가철도를 뉴욕의 명물로 바꿔낸 하이라인 공원은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힌다. 뉴욕 맨해튼 도심을 가로질렀던 고가 위 철도차량이 떠난 자리에는 이제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난달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에는 도시락과 책을 들고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부산 동서고가로가 처한 상황과 다르긴 했지만, 뉴욕 시민의 참여와 끈질긴 노력, 그리고 시간을 두고 완성한 공원 시설 등 배울 점은 충분히 많았다.


■버려진 고가철도, 하늘공원 되기까지

하이라인에는 거리에서 고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하이라인에는 거리에서 고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자 도시락을 먹거나 책을 읽고 낮잠을 청했다.

하이라인은 100여 년 전 물자 수송을 위해 개설됐다. 이후 다양한 수송 수단이 도입되면서 기능이 폐지됐고, 1980년부터 소유권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30여 년 동안 방치됐다. 2009년 하이라인 공원이 모습을 갖추기 전까지 도심의 흉물로 남았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시민 크리스, 에스더, 낸시 씨.<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시민 크리스, 에스더, 낸시 씨.

하이라인 공원에서 만난 시민 크리스(68) 씨, 에스더(70) 씨, 낸시(71) 씨는 그 시절을 기억했다. 모두 50년 넘게 뉴욕에서 생활한 토박이다. 크리스 씨는 “하이라인은 육류 가공 지역으로 지저분하고 위험한 곳이었다. 도로 아래 홍등가가 들어섰고 노숙인이 바글거려 사람들이 기피했다”고 회상했다. 에스더 씨는 “하이라인이 방치되고 나서는 인근 지역이 모두 황폐해졌다. 하이라인을 품고 있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문화의 불모지, 공원의 불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이라인 조성 후 뉴욕에서 누리는 휴식의 질이 비약적으로 달라졌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낸시 씨는 “제대로 된 공원이 없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공원이 생기면서 도시는 거대한 녹지공간을, 시민들은 새 피난처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친구인 이들의 모임 장소는 주로 하이라인 공원이다. 주변 시선과 자릿세, 커피값을 신경 쓰지 않고 큰 소리로 수다를 떨며 오래 머물 수 있어서다.

지난달 하이라인에서 쉬고 있는 뉴욕시민들.지난달 하이라인에서 쉬고 있는 뉴욕시민들.

하이라인은 한때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1980년대 중반, 하이라인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폐허가 된 고가철도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를 강력히 주장했다. 당시 줄리아니 뉴욕시장도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이라인 공원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달 12일 점심시간, 높이 9m 위에 떠 있는 공원 아래로는 차량 행렬과 거리가, 위로는 초고층 빌딩 숲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이라인에서 시민들은 자유롭게 쉬고 있었다. 공원의 어떤 벤치에도 돌출된 팔걸이가 없었다. 평평한 벤치에서 각자 원하는 자세로, 원하는 시간만큼 머무른다. 벤치 칸마다 노숙 방지용 팔걸이를 설치해 둔 뉴욕 도심의 벤치와는 달랐다. 적대적인 도시에서 하이라인 공원은 몇 안 되는 호의적인 공간인 셈이다.

철거가 현실화될 무렵, 뉴욕 시민이었던 로버트 하몬드와 조슈아 데이비드가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섰다. 처음에는 극소수의 주장에 불과했던 하이라인 공원화는 10여 년간 숙의를 거쳐 시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어나갔다. 시민 의견을 결집하는 데 두 사람이 설립한 시민단체 ‘하이라인 친구들’이 중심에 있었다.

하이라인 공원의 필요성을 절감한 뉴욕 시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이라인 1·2구역 건설을 위한 모금액이 1500만 달러 이상이었고, 3구역은 약 350만 달러가 모금돼 뉴욕시의 도움 없이 모두 시민의 힘만으로 건설했다.

‘하이라인 친구들’의 아시마 얀즈벨드 프로그램 운영팀장은 당시 크게 두 가지 노력이 시민의 마음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우선 하이라인 조성 초기 유명 사진작가와 협업해 하이라인 위에서 보이는 뉴욕 전경, 자연스럽게 우거진 하이라인의 자연 풍경을 찍어 사진첩으로 발간했다. 하이라인의 경제적, 역사적, 생태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것이 옛날 육류 수송 철도로만 생각했던 시민의 인식을 전환한 첫 계기였다.

다음 단계로 아이디어 콘서트가 있었다. 건축가, 시민, 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아이디어 콘서트에서 하이라인은 상상력을 발휘한 창의적인 장소로 거듭났다. 얀즈벨드 팀장은 “롤러코스터, 수영장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지금껏 생각지도 못한 새롭고 엄청난 공간이 들어설 가능성이 그제야 시민들의 머릿속에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강경한 반대론자였던 부동산업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부지 개발을 위해 공간을 비우는 설계를 하고, 공원 조성 후 경제적 이득을 제시하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 모든 설득 과정에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함께 공감하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하이라인 친구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현재 하이라인은 기대 이상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얀즈벨드 팀장은 “지금 하이라인으로 뉴욕시가 벌어들인 세입만 20억 달러에 달한다”며 “하이라인 방문객이 1년에 800만 명이다. 주변 호텔, 식당 등 상권이 살아난 것은 물론 일자리, 인구 증가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숫자로 드러나는 효과 이상으로 도시의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다.

하이라인에서 내려다보이는 뉴욕 거리 풍경.하이라인에서 내려다보이는 뉴욕 거리 풍경.

■시민이 만든 ‘시민공원’

하이라인 성공의 주역은 단연코 ‘시민 참여’다. 조성부터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역할은 지대하다.

하이라인의 운영 구조만 봐도 그렇다. 현재 한 해에 2000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의 절반은 시민 개인 기부금으로 채운다. 이 중 300만 달러는 모금 행사를 통해 일부 고액 기부자로부터 충당되며, 그 외 기금은 프로그램 운영, 임대료, 자본 투자 등으로 하이라인 친구들이 자체적으로 꾸려 나간다.

시민 기부는 저절로 성사되지 않는다. 하이라인의 체계적인 기부 유도 시스템이 핵심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하이라인에 1달러부터 고액까지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다. 일회성 기부에 그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알림 메일을 보내고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3년째 하이라인에 기부 중인 시민 그레이스 박(54) 씨는 “처음 하이라인 기부로 에코백을 받았는데, 다달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보온병을 제공한다는 알림 메일이 와서 지속적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멤버십 시스템 속에서 기부자들은 자부심을 가진 하이라인의 충성적인 활동가가 된다. 예산을 충당하고 자원봉사자와 충성 회원을 늘리는 일석이조 관리 시스템인 셈이다.

하이라인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프랭크 머레이 씨.하이라인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프랭크 머레이 씨.

하이라인의 안내, 정원 관리, 프로그램 활동가도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공원 입구에서 안내하던 봉사자 프랭크 머레이(63) 씨는 퇴직 교사라 자신을 소개했다. 2년째 하이라인에서 하루에 2~4시간, 일주일에 2~3일 자원봉사를 한다. 그는 “은퇴 이후 사회에서 받은 것을 환원하고 싶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뉴욕시와 하이라인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뉴욕 시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하이라인과 얽힐 수밖에 없도록 한 촘촘한 운영 체계 역시 안정적 운영의 핵심이다. 기부, 자원봉사와 같은 적극적 참여 이외에도 다양한 유·무료 프로그램을 통한 소극적 참여 방식도 있다.

하이라인 친구들은 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와 파트너십을 맺어 10대 이전부터 하이라인에서 활동을 경험한다. 시민들은 청소년기에는 유대 프로그램, 청년기에는 불평등 해소 프로그램을, 노년기에는 태극권, 줌바,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얀즈벨드 팀장은 “공원 안의 모든 활동을 시민들이 경험하도록 한 뒤 항상 기부 의사를 묻는다.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공간을 유지하려면 시민들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뉴욕/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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