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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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시행자들이 토지 보상금 1893억 원을 부산시의 계좌로 입금하면서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이 본격화했다. 5곳의 대상지 중 하나인 해운대구 반여동 명장공원. 부산일보DB

지난달 30일 부산은행 부산시청지점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이날 부산시 계좌로 무려 1893억 원이 입금됐기 때문이다. 웬만한 거금의 입출금은 예사이지만 그 정도 금액은 좀체 없는 일이어서 놀라기는 예금주인 부산시도 마찬가지. “이 계좌를 개설한 이래 이만큼 거액이 들어오기는 처음입니다.” 부산시 회계재산담당관실 관계자의 말이다.

민간공원 5곳 조성 예비사업자

전체 토지보상금의 80% 예치

사업이행보증금도 예치 예정

계좌 개설 이후 하루 최대금액

월 이자만 1억 5000만 원

부산銀 20년째 시금고 혜택 누려

올가을 다시 선정 관심 높아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세입세출외현금 출납을 위한 부산시의 부산은행 계좌로 정확히 1893억 7458만 원이 입금됐다. 입금자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의 예비 사업자 5곳. 지난해 12월 31일 이들 예비 사업자와 부산시가 민간공원 조성사업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입금을 마치면서 5일 해당 사업자들은 ‘사업시행자’ 자격을 얻었다.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부지를 매입, 70% 이상 공원을 조성해 부산시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땅에 주거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 7월 공원일몰제 시행에 따른 대안이다. 계획대로라면 2023년께 부산에 공원 5곳과 4361세대 아파트가 생긴다. 공원 면적은 200만 9714㎡(약 60만 평)로, 부산시민공원(47만 3911㎡·14만 평)의 4배다.

입금된 돈의 용도는 5개 공원의 토지보상금(표)이다. 전체 토지보상금의 약 8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공원법에 5분의 4를 먼저 예치하도록 돼 있어서다. 부산시는 오는 6월 말까지 실시계획인가를 한 뒤 감정평가, 보상, 착공 등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보상은 올 7월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부산시는 전망한다.

원래는 이만큼 부산시가 재정을 투입해 보상하고 도시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가 어렵자 일부 개발을 허용하면서 공원 조성을 민간에 맡긴 것이다. 일종의 ‘고육책’이다. 협약에 따르면 전체 부지 중 공원으로 조성되는 비율이 89% 정도다. 토지보상금과 공사비 등을 합치면 공원 조성에만 모두 5246억 원을 민간 시행자가 부담한다. 단순하게 보면, 그만큼 시민 부담은 줄었다.

금액이 큰 만큼 이자도 만만치 않다. 월 1억 5000만 원, 하루 500만 원 남짓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연리가 1% 정도”라며 “이 돈은 보상 개시 전까지 약 6개월 예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사업지별로 부산은행에 계좌를 다시 개설해 자금을 관리한다. 명확한 이자 관리를 위해서다. 부산시는 이자도 보상금에 보탤 예정이다. 보상업무는 한국감정원과 부산도시공사가 맡는다.

토지보상금 말고도 들어올 돈이 있다. 바로 사업이행보증금. 전체 사업비의 10%로, 524억 6000만 원이다. 시행자로 지정된 뒤 한 달 이내인 다음 달 4일까지 내야 한다. 다만, 이 돈은 대개 지급보증서나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신한다.

부산시가 이처럼 거액의 공금 계좌를 부산은행으로 정한 것은 부산은행이 시금고(1금고)이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은 2001년부터 시금고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2016년 11월에 지정(4년)됐다. 올가을 부산시금고가 다시 선정되기 때문에 부산은행이 이런 ‘혜택’을 계속 누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부산은행이 20년 가까이 시금고를 맡은 데 대해선 여론이 맞선다. 크게 보면 공정 경쟁을 통해 시민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과, 지역 살리기 차원에서 지역은행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거액 입금 사실에 대해 BNK금융지주 곽태길 홍보부장은 “부산시도 고객이기 때문에 입출금 내역, 금리 등 개인정보와 관련해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