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가로, 철거 대신 하늘 공원으로” 시민운동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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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가로 7km 구간(사상~진양램프)을 철거하는 대신 ‘하늘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시민운동이 일고 있다. 디자인회사 아키픽셀이 제작한 동서고가 하늘숲길 조감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부산그린트러스트 30일 세미나
뉴욕 하이라인·서울역 사례 소개
하반기 정식 포럼 기구 발족 계획
2040 부산 공원녹지 기본계획도
고가로 일부 공원화 구상 포함
시 “여론 수렴 후 철거 여부 결정”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완공 시점에 맞춰 노선이 폐지되는 동서고가로 7km 구간(사상~진양램프)을 전면 철거하는 대신 하늘 공원으로 만들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된다. 도로의 기능을 다한 동서고가로가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 서울 등지의 고가 공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도시에 불어넣는 상상
부산의 시민사회단체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오는 30일 오후 2시 ‘부산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이 단체는 첫 세미나를 통해 ‘부산 동서고가 철거만이 능사일까’를 주제로 논의를 펼친다.
첫 세미나에는 조경민 ‘다른도시’ 대표가 ‘도시를 바꾸는 시민의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역 고가를 중심으로 한 고가도로 공원화 사례를 발표한다. 이어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동서고가도로의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를 맡는다. 이후에는 발제 내용을 토대로 도시계획 전문가와 녹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를 주축으로 모인 이 포럼은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는 대신 녹지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에 뜻을 모은다. 현재 발족 준비 단계이며 조경, 도시계획, 건축, 교통, 관광 등 분야 전문가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올가을에는 발기인 대회를 거쳐 정식 기구로 발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들은 분기별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동서고가로 활용 방안을 놓고 시민 여론을 모을 방침이다. 여기에 우려하는 시민 목소리도 두루 들으면서 함께 해법을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포럼은 동서고가로를 철거하지 않고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활용할 때에는 어떤 기대효과가 있는지, 또 지역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동서고가로의 철거를 바라는 사람도 많아서 쉽지 않겠지만, 공원화를 바라는 시민의 목소리도 함께 모아 보자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 연합뉴스
■폐도로가 시민 품으로
해외나 국내에서는 고가도로를 공원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는 가장 대표적인 고가 공원이다. 1993년 완공된 이 공원은 4.7km에 달하는 폐철로를 녹지 공간으로 꾸몄다. 뉴욕의 ‘하이라인’도 최근 주목 받는 고가공원이다. 높이 7.5m의 폐철도 선로를 공원화한 곳이다. 2009년 개장한 이후 시민과 여행객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앞서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바 있다. 안전성을 이유로 철거될 상황에 놓인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7년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인 ‘서울로7017’로 재탄생했다. 공원의 이름은 1970년대 차를 위해 지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 사람을 위한 보행길로 바뀌었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지금은 공중 보행로의 기능과 함께 1km의 도심 전망대 역할까지 수행한다.
동서고가로 일부를 공원화하는 구상은 2040 부산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안에도 녹아 있다. 시는 북항과 맞닿은 동천에서부터 경부선 철길을 따라 낙동강까지 긴 ‘녹지 회랑(띠 형식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구상안에는 동서고가로를 녹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관건은 시민 공감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대심도 완공 시점인 2029~30년쯤에 맞춰 동서고가로 사상~진양램프(7km) 구간의 노선을 폐지하는 것이 확정됐다. 이 계획이 나온 이후 동서고가로의 현기능 유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인근 주민 사이에서는 동서고가로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서고가로로 단절을 겪는 지역의 경우 지자체장이나 지역구 정치인도 철거 목소리를 높인다.
시는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를 시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임경모 시 도시계획국장은 “동서고가로를 철거하자는 시민 의견뿐 아니라 녹지, 자전거 도로 등으로 활용하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동서고가로의 도로 노선을 폐지하는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시민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yool@busan.com)
[사설] 동서고가로 하늘 숲길, 시민 휴식공간 기대 크다
‘철거만이 능사일까’ 시민 논의 환영
공중정원서 부산엑스포 조망 기대
동서고가로를 모두 철거하는 대신 일부 구간을 남겨서 하늘 숲길로 만들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는 30일 부산동서고가 하늘 숲길 포럼 1차 세미나를 열고 ‘부산 동서고가 철거만이 능사일까’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교통량에 대처하기 위해 탄생한 고가도로는 과거에는 경제발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도심의 하늘을 가로막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심 단절로 인해 주변 지역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동서고가로는 사상~해운대 지하 고속도로(대심도)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구간이 겹치는 사상~진양램프 노선 폐지 및 철거가 확정된 상태다. 전체 구간을 철거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머지 구간에서 구조물 자체를 완전히 철거할 것인지 서울의 경우처럼 노선만 폐지한 뒤 시민휴식처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는 오로지 부산시의 결정에 달렸다. 이에 따라 부산그린트러스트가 기본적으로는 동서고가로를 공원화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두루 듣고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인 것이다.
고가도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3년 서울 청계고가 철거다. 철거 후 청계천 복원으로 이어지면서 교통 혼잡이 줄어들고 주변 상권도 되살아났다. ‘서울로7017’은 연 1800만 명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되었다.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화하는 움직임은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있었다. 1993년 완공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는 폐철도 고가 위에 만들어진 길이 4.7km의 세계 최초 공중정원으로 이름이 높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은 높이 7.5m의 폐철도 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공원화해 2009년 개장한 이후로 시민과 여행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도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해운대 올림픽교차로~기장 동부산관광단지 9.8㎞ 전 구간을 산책로와 녹지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그린레일웨이 조성사업’이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그린레일웨이와 해변열차(블루라인파크)는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의 별’(신규 관광자원 분야)에 선정되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콘텐츠로 인정받았다. 부산 관광을 위해서라도 동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게다가 철거가 확정되지 않은 남구 감만~우암~문현동 일대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지와도 바로 연결이 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부산엑스포의 현장을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공중정원에서 내려 본다는 상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부산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고가도로의 보존으로 시민 휴식 공간이 만들어지면 그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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