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식물 성장 저해”… 부산 삼락생태공원 뒤덮은 ‘양미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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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식물 성장 저해”… 부산 삼락생태공원 뒤덮은 ‘양미역취’
서부산낙동교 인근 19%가량 군집
독성 물질 내뿜어 기존 생태계 파괴
갈대-억새 등 터줏식물군 성장 위협
“양미역취가 너무 많아요.”
11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연꽃단지. 덕포여중의 한 학생은 “양미역취를 열심히 뽑았음에도 제거 흔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라며 작업하던 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환경 봉사활동으로 이곳을 찾은 덕포여중 1학년 학생 72명은 1시간 동안 양미역취 제거 작업을 벌였다.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의 이성근 상임이사는 “땅속의 뿌리로 번식하는 만큼 뿌리째 뽑아내야 한다. 얼마 전 내린 비 덕분에 줄기 아래쪽을 잡고 힘껏 당기면 쉽게 뽑힐 것”이라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부산 사상구 덕포여중 1학년 학생들이 11일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양미역취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미역취가 뿌리에서 독성물질을 내뿜으며 주변 다른 식물의 성장을 저해해 갈대와 억새 군집 등 기존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제거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처음에 학생들은 크기가 비슷한 갈대 같은 토종 식물과 구별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적갈색 줄기와 잎 끝부분이 톱니 같은 형태의 양미역취 특징을 파악한 뒤로는 수풀에 들어가 한 움큼의 양미역취를 쉽게 뽑아 나왔다. 학생들이 모은 양미역취 더미는 30분 만에 성인 무릎 높이까지 쌓였다. 신모 양(13)은 “공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제거 활동이 한 번에 그쳐서는 안 될 것 같다”며 “가족과 휴일에 이곳을 찾아 제거 작업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삼락생태공원의 양미역취 유입 실태는 심각했다. 기자가 이날 그린트러스트와 2시간여 동안 4.7㎢(약 142만 평)의 공원 전체 가운데 부산김해경전철 강변나들교부터 사하구 을숙도 방향 공원 하부 지역 1.5㎢(약 45만 평)를 도보로 확인했다. 그 결과 산책로와 하천변 등에서 두드러지게 양미역취가 관찰됐다. 산책객의 발길이 뜸한 을숙도 방향 공원 하부로 이동할수록 양미역취 군집은 더 빽빽해졌다. 서부산낙동교 인근 수풀에서 줄자로 측정해 보니 가로세로 1m에 약 50포기의 양미역취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원래 군집을 이뤘던 갈대와 억새는 찾기 어려웠다. 뿌리에서 독성물질을 내뿜으며 주변 다른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양미역취의 ‘타감 작용’으로 기존 생태계가 파괴된 것.
그린트러스트의 모니터링 결과 서부산낙동교 주변 35만3790㎡ 가운데 양미역취가 군집을 이뤄 분포하는 지역은 6만632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산낙동교 주변 공원의 약 19%가 양미역취 군집이 된 셈. 이 군집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그린트러스트는 설명했다. 삼락생태공원에서는 가시박과 미국쑥부쟁이, 단풍잎돼지풀, 털물참새피 같은 다른 외래 식물종도 발견됐다. 이 이사는 “이런 추세라면 갈대는 물론이고 버들류와 명아줏과 등 터줏식물군이 삼락생태공원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며 “환경부와 부산시가 예산을 투입해 양미역취 같은 외래 식물종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개체당 2만 개가 넘는 씨앗을 퍼뜨리는 양미역취는 바람에 날려 사람 발길이 안 닿는 강변과 철로 주변 등에 정착한다. 부산에서는 삼락생태공원 같은 낙동강 둔치를 비롯해 부산역 기찻길 옆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공터 등에서 군집이 발견되고 있다. 양미역취는 최대 2.5m까지 자란 뒤 매년 9월부터 유채꽃과 비슷한 노란색 꽃을 피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며 18세기 유럽에 관상용으로 도입된 뒤 1900년대 일본으로 확산됐으며 국내에선 1969년 전남 보성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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