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숲] 예전엔 몰랐던 도토리의 주특기 '착한 알 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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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부산 시민 황령산 도토리 알 박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황령산 등산로 주변에서 도토리를 심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하루 100개의 도토리는 세상을 바꿔 놓았다. 숲이 되살아나자 마을도 살아났다. 노인은 황무지에 숲을 창조해낸 것이다."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 이야기다. 부산에서도 이런 취지를 살린 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일 황령산 정상 부근
도토리 봉투를 손에 든
시민 600여 명이 모였다
땅 속에 투입된 도토리들
잘 크면 한 그루의 나무
다람쥐 먹이가 되어도 좋다
이도 저도 아니라 해도
토양에 영양분은 되겠지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녹색도시 부산21 추진협의회, 부산시가 공동 주최하고, SC제일은행 직원, 부산대 조경학과 학생, 그리고 등산하는 시민과 가족 등 600여 명이 참여한 '도시 숲 확장 및 생물 종 다양성 확대 도모를 위한 부산 시민 도토리 알 박기 대회'가 지난 19일 부산 황령산 봉수대 일원에서 열렸다.
6개 코스로 나눠서 봉수대까지 오른 참가자들은 등산로 입구에서 편지봉투 한 개 분량만큼 도토리를 받아서 햇빛과 주변 식생을 고려해 도토리가 들어갈 만한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도토리를 넣고 흙으로 살짝 덮어주는 방식으로 약 3만 개의 도토리를 심었다.
경우에 따라선 이 도토리가 1년 후 싹을 틔우기도 하지만 이듬해 봄이면 싹을 틔우고 참나무로 자라날 것이라는 게 행사를 주최한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의 예상. 이 처장은 실제 집 근처 구릉형 산지에서 아들과 함께 도토리를 박아 보았더니 10개 중 평균 6~7개가 이듬해 싹을 틔우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특히 "알 박기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면도 있지만 어떤 지역을 사수하고 지켜내기 위한 저항의 거점으로 인식돼 실은 도토리 알 박기도 왜곡된 도시 숲의 생태적 지위에서 변화를 일으켜 보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황령산 봉수대 전망대에서 마련한 '참나무 숲 게릴라 특강-도시의 미래와 도시 숲'에서 한 알의 도토리를 심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오늘 여러분이 심은 도토리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이 잘 크면 나무 한 그루로 변합니다. 행여 나무가 되지 못한 도토리는 다람쥐나 청설모 또는 기타 동물에게 좋은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먹이도 안 되고, 식물도 안 된 것들은 토양 속에서 썩어서 자연에 좋은 영양분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김 교수는 또 "산에 오르기 전에 이용한 교통수단 중, 자동차 한 대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분량이 연간 8t 정도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3천 평 정도의 산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나무를 심으면 심을수록 나무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능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기후환경국 민경업 산림녹지과장은 "32년간 조림을 해 봤지만 도토리 알 박기 행사는 처음"이라면서 "부산의 숲은 소나무 위주의 침엽수 단순림이 46%, 혼합림이 31%, 활엽수림 19%로 나타나는 등 생물 종 다양성은 부족한 편이고 그 결과 물질순환도 잘 안 돼 동물상도 빈약하다"고 털어놨다. 민 과장은 또 "한 달에 한두 번 등산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산림은 더욱 파괴되는 실정이지만 복원은 안 되는 걸 감안한다면 있는 산림이라도 잘 가꿔야 할 것"이며 도시 숲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오홍석 이사장도 "도토리 알은 단순히 나무 씨앗이라기보다 후손을 위한, 미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라고 말한 뒤 "갈수록 훼손되는 산에 도토리 한 알을 심으면서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를 봉수대에서 알렸다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41명의 직원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SC제일은행 고객컨택센터 정문국 팀장은 "이날 심은 도토리 중에서 10~20%라도 발아하면 큰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꼭 발아하지 않더라도 동물의 부족한 먹이 해소와 서식처 확장에 도움을 준다니 참여하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시민과 함께하는 퍼포먼스' 일환으로 '도토리 희망 메시지 붙이기' 순서를 갖기도 했다. 부산일보 11.30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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