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냐 세계 최장 공중공원이냐…14㎞ 부산 동서고가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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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냐 세계 최장 공중공원이냐…14㎞ 부산 동서고가 운명은?
“도심 공중공원” vs “철거”로 엇갈려
부산 동서고가도로(14㎞·왕복 4차로)는 지상 10~20m 높이로 부산 동쪽인 남구 감만동과 서쪽인 사상구 감전동을 연결한다. 신발제조업체 등이 밀집한 사상공단과 부산 번화가인 서면을 잇는 가야로가 체증을 빚고, 그 여파로 도심 정체가 심해지고 부산항 화물 운송까지 영향을 받자 부산의 두번째 도시고속도로로 계획돼 1988년 첫 삽을 떴다. 공사비는 5492억원. 1992년 12월 학장램프~문현램프, 1994년 12월 사상나들목(IC)~학장램프, 1998년 2월 문현램프~감만동사거리가 차례로 개통했고, 유료로 운영되다가 2009년 8월 무료로 전환했다.
■ 시작은 창대했으나…도심 애물단지로
동서고가가 개통됐지만 여전히 교통체증이 계속됐다. 출퇴근 시간엔 20~40㎞ 속도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이웃한 아파트 주민들은 소음·매연에 시달렸다. 공중에 고가도로가 있다 보니 도시 미관을 해쳤고 아파트 입주민의 사생활 침해도 불가피했다.
■ 대안도로 확정 뒤 ‘철거’ vs ‘공원화’ 엇갈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동서고가와 이웃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선 오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동서고가를 이용하던 차들이 대심도 도로를 이용하게 되니, 당연히 동서고가는 철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반면 일부에선 동서고가를 철거하지 말고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 7017처럼 도심 공중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녹지보전운동을 펼치는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달 30일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세미나’를 열며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부산시는 동서고가 14㎞ 가운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와 겹치는 7㎞ 구간(사상나들목~진양램프)은 철거가 필요하다면서도 전체 14㎞ 공원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2030년 세계박람회 후보지인 부산항 북항과 동서고가를 연결하면, 부산의 동서를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횡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가가 지나는 기초자치단체들의 반발도 변수다. 동서고가는 남·동·부산진·사상구에 걸쳐 있는데 남·동구는 조용하지만 부산진·사상구는 철거를 요구한다. 지금의 부산진·사상구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동서고가 철거를 공약하고 당선됐다
.■ ‘부산의 하이라인’ 만든다는데, 주민들은 왜?
철거든 공원화든 편익 계산은 필수다. 무료인 동서고가를 이용하던 차량이 고가 철거 뒤 유료인 대심도 도로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동서고가 아래 가야로가 더 혼잡해져 소음과 매연 감소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공중을 가로지르던 고가가 철거되면 조망권·사생활 침해는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동서고가를 공원으로 사용하면 많은 시민이 도심 속 공원을 거닐 수 있지만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조망권·사생활 침해와 야간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공원화가 지역에 적잖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하는 쪽도 있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하늘숲길 포럼 세미나’에서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 7017처럼 동서고가 상부와 이웃한 상업·문화·공공·의료시설을 연결하면 주변 건물이 활성화되고 부동산 가치 상승과 세수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 7017 주변은 대부분 상업지역이지만 동서고가 주변은 주거밀집지역이어서 직접 비교는 힘들다”며 “집 앞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리를 잡아 여러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철거 대신 공원화를 주장하는 것은 주민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 “논의 첫발 뗐을 뿐…접점 찾을 것”
양쪽 주장을 좁힐 여지는 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이제 논의의 첫발을 뗐다”며 “앞으로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창호 서면무궁화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시민단체가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민이 납득할 만한 청사진을 제시하면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임경모 부산시 도시계획국장은 “부산의 미래가 걸린 문제여서 전체 구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해서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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