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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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vs 공원화…부산 동서고가로 운명은
사진은 디자인회사 아키픽셀이 제작한 동서고가 하늘숲길 조감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부산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는 대신 세계 최장 공중공원(우암고가로 포함 총 14Km)으로 만들자는 지역 시민단체의 파격적인 제안이 올 3월 나온 뒤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은 동서고가로 철거가 이미 결정된 사안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정보 제공과 시민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서고가로의 공원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전문가 의견과 철거를 주장하는 일부 주민, 지자체의 입장을 쟁점별로 정리해 봤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부산 동서고가로에 인접한 건물을 직접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손희문 기자
계속 문 닫고 살라고? VS 세계적 공중공원 변신
소음·분진 고통 벗는 건 철거뿐
14km 선형 공원 되면 랜드마크
■ 쟁점1 : 고가로=흉물 vs 공원화=명물
2030년 개통을 추진 중인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건설을 계기로 동서고가로를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은 부산진구와 사상구에서 가장 강하게 제기된다. 지난 30여 년간 고가도로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인접 지역 주민에게 일조권, 조망권 피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구청과 일부 주민은 “고가도로는 흉물”이라며 철거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취재진은 부산진구와 사상구 일대 아파트 단지와 상가 등을 돌며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고가도로와 접한 사상구 상가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소음과 분진이다”며 “집에선 베란다 문만 열어둬도 바닥에 먼지가 새까맣게 쌓이기 때문에 문을 닫고 산다”고 호소했다. 이 주민은 “공원이 생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철거가 더 좋다”며 “상가의 경우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일조권이라는 게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부산진구 개금주공아파트의 경우 동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가로와의 이격 거리가 10~50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한 주민은 “고가도로가 아파트를 가리는 것이 미관상 큰 마이너스 요소다”며 “아파트 가치 등을 생각할 때 철거가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삼석 개금3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도로가 생긴 지 오래돼서 그런지 차가 지날 때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크게 난다. 특히 동서고가로는 소형차뿐 아니라 화물차 이동이 많아 주민들은 밤이고 낮이고 소음에 고통 받고 있다”며 “완전한 철거만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원화를 제안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동서고가로를 단순히 철거하는 대신 공원으로 조성하면 지역의 새 명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우리나라 ‘서울로7017’처럼 쓸모가 사라진 고가철로와 고가도로를 공원이나 공중보행로 등으로 탈바꿈한 사례도 실제 있다.
폐선된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재생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시민들이 거닐고 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뉴욕 하이라인의 길이는 2.3km, 면적은 2만 9500㎡에 불과하지만, 우암고가로를 포함한 동서고가로는 길이 14km, 면적 32만㎡에 달한다. 만약 전체 구간을 공원화 한다면 부산시민공원 면적(47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녹지를 도심에 보유하는 효과가 생긴다. ‘세계 최장 공중공원’이라는 랜드마크 효과도 기대된다.
또 ‘서울로7017’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강력한 추진 의지로 탄생한 것과 달리, 동서고가로 공원화는 지역 시민단체가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동서고가로의 도로 기능 폐지 시기는 2030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개통 이후로 잡혀 있기 때문에 공원화를 위한 시민 의견 수렴 기간도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이성근 (사)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단순히 고가로를 철거하는 것과 세계 최장 선형 공원을 만들어내는 것 중 어떤 쪽이 시민과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대다수 시민들이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설명회를 열고 공론화 하는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원 되면 사생활 침해 VS 집 나서면 바로 하늘숲
5~7층 높이 안방 훤히 보일 것
‘팍세권’ 효과로 재건축에 유리
■ 쟁점2 : 주민 피해 지속 vs 집값 상승 호재
동서고가로 철거 여부와 관계 없이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구간과 겹치는 사상~진양램프 구간의 고가로는 대심도 개통에 맞춰 도로 기능이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호소하는 소음이나 분진 등의 문제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고가로와 인접한 일부 아파트 주민의 경우 공원화가 이뤄지면 사생활 침해 같은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부산진구 개금주공아파트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5~7층에 사는 주민들이 가장 철거에 찬성하는데, 고가도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시야를 딱 가리는 층수이기 때문”이라며 “여기 사는 주민들은 공원이 생기면 집이 다 들여다 보일 것이라고 염려한다”고 전했다.
사상구 주례동에 사는 안태순 씨는 “한여름에도 도로 소음 때문에 아파트 문을 열 수 없는 지경”이라며 “고가로를 철거한다고 해 좋아했는데, 만약 공원이 생기면 술 먹고 고성방가 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냐”고 걱정했다.
주례대성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성아파트와 동일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집값을 생각해도 고가도로가 아예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원화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공원이 생기면 이른바 ‘팍(Park·공원)세권’ 효과로 인근 아파트의 집값도 덩달아 오를 거라고 전망한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을 추진하는 지역의 경우 사업장 가까이 대규모 공원이 생기는 것 자체가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줄 호재가 될 거란 입장이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가칭 ‘하늘숲 공원’, ‘하늘숲 길’이 현실화 하면 인근 아파트에 ‘하늘숲’이라는 브랜드를 붙이는 단지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며 “방음벽을 걷어낸 자리에 나무를 심으면 주민들이 우려하는 사생활 침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철도 운행이 중단된 고가철로를 공원, 상업·문화시설로 재생한 프랑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의 경우도 공원이 생기면서 아파트를 같이 지은 사례”라며 “재개발 단지의 경우 공원에서 아파트로 연결되는 접속로를 만들어 공원을 누릴 수 있고, 엘리베이터 같은 주민 편의 시설을 설치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적극적으로 주민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의 하나로 향후 공원에 입점할 카페, 킥보드 대여점과 같은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을 인근 지역에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최근 사상구와 부산진구가 지자체 차원에서 철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달리, 공원화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 사상구 주례동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서울로7017’을 직접 가봤는데, 동서고가로도 그냥 없애는 것보다는 공원으로 만드는 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한다”며 “이 주변에 주택가가 많아서 동네 사람들은 공원이 생기는 것을 더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건설에 맞춰 노선이 겹치는 동서고가로 7km 구간의 철거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동서고가로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발전통 막아온 ‘벽’ VS 낙동강~북항 잇는 ‘숲’
철거 땐 상권 형성 등 지역 개
공원 조성 땐 친환경 엑스포 구현
■ 쟁점3 : 단절 vs 연결
고가로 인근 주민들이 철거를 주장하는 이유 중에는 도심 단절 문제도 포함된다. 박현철 부산진구의회 의장은 “부산진구는 지난 60여 년 간 지상의 철도로 단절된 데 이어 30여 년 동안 공중의 고가도로로 반토막이 난 상태다”며 “철도 이전이 거론되고 있는 시기에 맞춰 고가도로도 함께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김재운 의원은 “철도차량정비단이 이전되면 범천동에서 서면 가는 길이 뚫리는데, 그 길 중심을 동서고가로가 막고 있다”며 “철도시설과 고가로가 이중으로 놓인 탓에 범천동은 섬으로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가도로가 남아있는 한 철도시설 이전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철도차량정비단 개발 부지에 공원, 주민을 위한 복합시설 조성 등이 거론되고 있어 굳이 고가로를 존치해 공원화 하지 않더라도 지상 공원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인근 지자체는 고가로 철거로 향후 새로운 상권 형성 등 지역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진구 측은 “고가도로가 도심 한가운데 있어 그동안 주변에 상권 형성이 되지 못하고 슬럼화 돼 있다”며 “이 거대한 구조물만 사라져도 그동안 못 들어온 시설이 대거 생겨날 기회가 되고, 지역 경제가 발전할 계기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구도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국정과제인 경부선 철도 지하화가 실현되면, 지상부에 선형 공원을 조성할 공간이 충분함에도 굳이 구간이 겹치는 동서고가를 공원화 하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원화를 제안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아직 조성이 결정되지도 않은 공원을 기다리느라 동서고가로 공원화의 공론화 기회마저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동서고가로부터 우암고가로까지 전체를 선형 공원으로 만들 경우 낙동강에서 북항까지 연결되는 도심 녹지축이 생겨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가로 공원화가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동서고가로 일부를 공원화 하는 구상은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2040 부산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안’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부산항 북항과 맞닿은 동천에서부터 경부선 철길을 따라 낙동강까지 긴 ‘녹지 회랑(띠 형식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부산시 측은 “아직 최종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지만, 이 구상안에 따르면 동서고가로를 녹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특히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북항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도로가 생겨난다면 의미가 클 것으로 본다. 이는 부산이 월드엑스포의 주제로 제시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와도 맞닿아 있다. 고가로의 공원화는 기후·환경 위기를 비롯해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점진적 변화가 아닌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부산 엑스포의 주제에 걸맞은 시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길이 14km의 세계 최장 공원이 생기면 동서고가로가 경유하는 행정동 주민 최소 50만 명이 선형 녹지, 보행공간을 소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낙동강에서 북항까지 걸어서 3시간 30분, 자전거로 1시간, 전동 킥보드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연결로가 생긴다면 엑스포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서 2010년 열린 중국 상하이엑스포에서 이미 고가도로를 보행자 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며 “당시 상하이에서 ‘미래는 이런 세상이 되겠구나’ 하는 놀라움을 경험했는데, 부산도 이런 대담한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가 그려 본 공원화된 동서고가로 상상도.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도로도 경관도 뻥 뚫려 VS 신개념 공간 만들 기회
한 차로 이상 늘어 교통 정체 개선
평범한 ‘6~8차로’ 대신 도시재생
■ 쟁점4 : 하부 도로 확장 vs 교통 공해 여전
동서고가로 철거는 운전자 편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도로 구조물을 떠받치는 지름 6m가량의 기둥이 사라지게 돼 하부 도로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구청장 김영욱 청장은 “차로가 최소한 하나 이상 더 생길 수 있어 도로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며 “동구의 자성대 고가도로가 철거된 뒤에 도시 미관이 개선되고 인근 지역이 뻥 뚫린 것처럼 동서고가로를 철거하면 주변 환경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가도로의 단순 철거는 평범한 6~8차로 도로를 만들 뿐”이라며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부산은 여전히 자동차 교통 중심 도시로 남을 것이고, 소음이나 분진 같은 교통 공해가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고가로를 남겨 공원으로 바꾼다면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신개념 공간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공원은 하늘숲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어린이공원, 광장, 산책로, 문화·체육시설, 커뮤니티 카페, 주민 거점시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공론의 장을 열어 시민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시를 바꿀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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