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주민들이 공원 관리 주체 됐으면”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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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녹색허파, 민간공원] 7. 좌담회
지난 8일 부산시청 24층 회의실에서 열린 민간공원 좌담회에서 라운드테이블 김동필(오른쪽) 위원장과 이성근 위원이 공원의 공적 역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감안해 주민들에게 공원 관리비 중 일부를 분담할 것을 제안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일보〉는 지난달 8일부터 모두 6회에 걸쳐 부산 지역 민간공원 조성 사업을 공원별로 집중 보도했다. 공원과 관련한 주민, 조경가, 건설사 대표, 공무원의 이야기도 함께 다뤘다. 이 사업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틀을 갖춰 왔다. 그동안 37회가 열렸다. 전국적 모범 사례다. 지난 8일 오후 5시 부산시청에서 부산대 김동필 조경학과 교수,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와 함께 민간공원 사업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와 이 이사는 라운드테이블 위원장과 위원이다.
▶이성근 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정부·지자체 할 일 다한 것 아냐
토지이용 규제 등 마련해야
부산일보 관심 보인 건 바람직
공원 관련 더 많은 이야기 담아내야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운드테이블 공정한 운영 보람
타 지역 잡음, 부산은 대체로 무난
민간공원 전담인력 5배 이상 돼야
공원 옆 건물, 관리비 부담했으면
-민간공원 사업에 대해 총평하자면.
이성근 이사(이하 이)=일몰되면 기본적으로 많은 공원이 사라진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여전히 물음표다. 정부와 지자체가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민간공원 사업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남은 기간, 선택의 여지는 없는지, 이대로 가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토지이용규제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김동필 교수(이하 김)=라운드테이블에 처음 14개 공원이 들어왔는데, 5개만 진행됐다. 이기대, 청사포는 부산시가 4000억 원을 확보해 매입 근거를 마련했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공원 전체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라운드테이블은 관의 입김이 없었다. 주민, 시의원 등이 참여해 나쁜 쪽으로 흘러갈 것을 바로잡았다. 잡음, 소송 등이 거의 없었다. 위원들에게 감사한다. 장지공원은 해운정사와 협의해 절 땅만큼은 개발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그 덕분에 절반 정도가 보존된다. 이처럼 개인 땅을 해제하지 않고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금정산국립공원 확대 계획, 전국 최초 장산구립자연공원 지정 같은 대안도 나왔다. 논의 과정에 합리적인 대안들이 나온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움은 없었나.
김=솔직히 민간공원 안 하고 모두 샀으면 제일 좋겠다. 그게 어려우면 비공원시설을 더 줄였으면 좋겠고. 땅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니 개발면적을 더 줄였어야 한다. 개별 민간공원의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집행한다. 국토부가 입법을 하면서 여지를 안 뒀다. 개별 공원을 넘어 전체 민간공원 차원에서 예산을 집행했으면 더 효과적으로 공원을 보존했을 것이다
이=예산이 열악한 게 아니다. 문제는 의제 순위다. 완전 해제보다는 이익 주고 보전을 하는 게 차선이었다. 세제 혜택이라도 지주들에게 줬더라면 도시공원이 더 보존됐을 것이다. 소유자들의 피해가 누적됐고, 그렇다 보니 해제 때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아쉬움이 크다.
-5개 공원 중 협상 때 가장 힘들었던 곳은.
김=사상공원은 체육관 등 구청장이 요구하는 게 많다. 라운드테이블에서 명장공원을 놓고 논란이 가장 많았다. 주민과 의견 차이가 컸고, 원하는 것도 많았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민들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동네가 워낙 낙후하다 보니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도 있었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동래사적공원이 가장 시끄러웠던 것 같다. 개발하려 했던 민간 사업자가 또 있었고 사찰, 문화재,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부지 자체도 두 개로 나뉘었다. ‘문화로’로 갈린 작은 덩어리의 녹지 중 많은 부분이 훼손됐다. 원하는 시설물, 조성 방향 등에 대해 의견도 다양했다.
이=환경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이 모두 아쉽다. 대부분 독립된 공간이다. 그마저 파편화한 공간들 중 일부에 비공원시설이 들어서 아쉽다. 바람직하지 않다. 심적 부담이 크다. 사상공원 정도만 녹지의 덩어리가 크다. 동래사적공원은 임상이 좋은 곳이 잘려 나가는 것이 아쉽다. 녹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라운드테이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다른 지역 민간공원 사업은 잡음이 많았다. 30%를 꽉 채워 개발한 곳도 있다. 부산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 부산시는 조정자 역할만 했다. 시민들, 전문가들이 주민과 함께하는 시스템이 좋았다. 시민단체는 하나도 양보하기 싫었을 것이다. 논의 과정 자체가 ‘일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부산일보〉가 일몰제와 관련해 가장 많이 보도를 했다. 초반에는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여했다. 지역 언론사가 이런 문제에 대해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고맙게 생각한다. 이후에라도 계속 관심 가져 주기 바란다. 미래성, 환경성 등의 측면이 계속 고려돼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녹지다.
-공원 지정 자체는 잘됐다고 보는가.
김=공원법이 만들어진 게 1967년이다. 그 법에 따라 지리산국립공원이 처음 추진됐다. 자연공원, 도시공원 구별 없이 공원법 안에 공원으로 지정되다가 1980년에 분리됐다. 초창기 실적을 채우기 위해 여기저기 공원을 지정했다. 국민 1인당 얼마 이상 공원을 지정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기 위해 1972년에 생긴 것이 그린벨트다. 공원은 도시민을 위한 쉼터다. 해제되는 지역을 보면 급경사 지역이거나 공원으로서 부적합한 공간도 있다. 지정 자체가 잘못된 경우다.
이=사실상 일방적으로 (도시계획시설이)쳐졌다. 지정 이후 공원 사무가 지자체로 넘어왔다. 돈은 안 주고 사무만 넘어오니 제대로 보존이 안 됐다. 도로와 하천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과 달랐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별 성과도 아니니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민간공원 사업은 원래 20%까지만 개발을 허용했다. 아무도 안 나서니 30%까지 늘린 것이다.
-민간공원 사업이 잘되려면 보강돼야 할 것은.
김=부산시민공원은 1200억 원 공사였고, 별도 추진단이 있었다. 4급 단장에 5개 팀, 20여 명이 근무했다. 민간공원은 6000억 원에 육박하는 사업이고, 비공원까지 포함하면 엄청나다. 1개 팀에 4명이 일한다. 말이 안 된다. 사업자들 마음대로 변질될 수도 있다. 지금도 민원이 많다. 시민공원은 땅이 확보됐고, 국가 돈으로 사업을 했다. 민간 자본으로 하는 민간공원은 현재보다 인력이 5배 이상은 돼야 한다.
이=녹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불매운동이라도 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시민공원 주변으로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공원도 즐기면서 지가 상승의 혜택도 누린다. 주민들에게 공원 관리 의무를 부여했으면 좋겠다. 입주민이 물꼬를 트면 주변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충북 청주의 원흥이방죽에서는 두꺼비 보호 운동이 활발하다. 주변 아파트 관리비에서 500원씩 낸다. 모이면 큰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뉴욕의 브라이언트파크는 관리비 전액을 주변 건물주들이 낸다.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주변 회사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센트럴파크도 뉴욕시민 다수가 이용한다. 관리비의 15%만 뉴욕시가 내고, 나머지는 시민의 자발적 모금으로 충당한다. 공원 옆에 건물이 들어서면 공원 관리비 명목으로 1000원씩 부과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5개 공원마다 공개 세미나를 열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으면 좋겠다. 기회를 확장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시행사, 건설사들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는 믿음이 쌓여야 한다. -끝-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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