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황령산.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부산 황령산.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지구의 날을 맞아 부산 도심 허파 구실을 하는 황령산에 도토리 심기 대회가 열린다.

부산그린트러스트·부산환경운동연합·부산환경회의 등 70여개 단체로 꾸려진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는 “54회 지구의 날(4월22일)을 맞아 20일 오전 11시 부산 황령산 봉수대 진구전망대에서 ‘도시 숲 확장 및 생물종 다양성 확대 도모를 위한 부산시민 황령산 도토리 알박기 대회’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오전 10시 연제구 연산동의 물만골·마하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뒤 등산로를 따라 봉수대 진구전망대로 올라가면서 주최 쪽이 지급한 도토리를 땅에 심는다. 오전 11시 봉수대 진구전망대에서 인사를 나눈 뒤 시낭송·노래·대금연주를 듣는다.

이어 참가자들은 ‘한 알의 도토리가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고 황령산을 지킨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채택한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황령산은 인간들의 개입으로 민둥산인 시절이 있었지만 지난 30년을 지나오며 어른 숲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거름 같은 조력자로서 청년 황령산을 배려하고 대접해야 한다. 우리는 ‘쇠기둥 알박기’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사라진 ‘침묵의 황령산’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며 아우성 요란한 황령산이 되기를 바란다”며 황령산 지킴이가 될 것을 다짐한다. 참가자들은 낮 12시 도토리 알을 다시 심으면서 내려간다.

이성근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참가자들에게 1인당 20개 이상의 도토리를 지급하고 모두 1만개를 심으려고 한다. 이번 도토리 알박기 대회는 황령산 보전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것이니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시내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황령산은 숲이 울창해 ‘부산 도심의 허파’로 불렸다. 오래전부터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였는데, 2007년 8월 ‘4계절 실내 스키장’이 들어섰다가 이듬해 부도가 났다. 실내 스키장은 17년째 흉물로 남아 있다.

부산시는 2021년 8월 민간사업자인 대원플러스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꼭대기에 25층 높이(70m) 전망대를 설치하는 등 유원지로 개발하고,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을 잇는 539m 길이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부산 시민·환경단체 70여곳은 지난 1월 황령산 개발을 저지하는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