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알박기 대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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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알박기 대회를 아시나요?
지난 4월 20일, 지구의 날을 맞이해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숲인 황령산에서 이색적인 대회가 열렸다. 이른바 ‘도토리 알박기 대회’다.
정식 명칭은 ‘도시 숲 확장 및 생물종 다양성 확대 도모를 위한 부산시민 황령산 도토리 알박기 대회’다. 주제와도 같은 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참가자들이 산에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주최측으로부터 지급 받은 도토리를 땅에 심는 행사이다.
참가자들은 1인당 20개 이상의 도토리를 지급받고 등산로를 따라 봉수대로 올라가면서 주최 쪽이 지급한 도토리를 땅에 심고 또 하산할 때도 심는다. 도토리 알박기와 더불어 야생동물 먹이주기 이벤트도 함께 열렸다. 황령산 전망대 난간에서 참가자들이 3천개의 도토리를 산 아래로 투하하는 퍼포먼스다.
황령산에 살고 있는 멧돼지며 다람쥐를 비롯해 어치같은 새들이 먹어라고 나눠준다. 이렇게 준비된 도토리가 약 1만 2천개 된다고 한다. 이중 1/3은 야생동물 먹이로 내어주고 나머지를 시민들과 더불어 알박기를 하는 것이다.
행사를 준비한 부산그린트러스트의 이성근 운영위원장은 비닐봉지 대신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줄 도토리 담을 종이봉투 확보하느라 동네 ‘다이소’ 매장을 싹쓸이하는 정성과 세심함을 보였다.
이번 도토리 알박기 대회는 황령산 보전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70여개 시민환경단체로 꾸려진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가 54회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20일 부산 황령산 봉수대 전망대에서 개최한 대회다.
그런데 지구의 날을 맞이해 부산 도심의 허파 구실을 하는 황령산에 도토리 심기 대회를 개최한 각별한 사연이 있었다. 바로 황령산이 난개발의 광풍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었다.
황령산 꼭대기에 높이 70m의 25층 높이 전망대를 설치하는 등 유원지로 개발하고,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을 잇는 539m 길이의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황령산유원지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부산 시내와 바닷가의 수려한 풍광을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황령산은 숲이 울창해 오래전부터 ‘부산 도심의 허파’로 불렸다. 한때 민둥산 시절이 있었지만 지난 30년을 지나오면서 황령산은 어른 숲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황령산에 개발의 광풍이 몰아친 것이다. 물론 황령산 개발 바람은 과거에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였는데, 2007년 8월 ‘4계절 실내 스키장’이 들어섰다가 이듬해 부도가 났다. 실내 스키장은 17년째 흉물로 남아 있다.
이번에는 전망 타워와 케이블카다. 야간경관이 좋기로 이름난 황령산은 그 자체로서 훌륭한 전망대로 애용돼 왔다. 그래서 황령산과 같이 해발고도가 높아 타워가 없어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의 타워 건립은 특별한 의미가 없으면 건립의 당위성을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부산에는 용두산에 부산타워가 이미 있기도 하다.
현재 황령산에 있는 전망대는 자연 훼손 없이 낮에도, 밤에도 바다와 해운대-광안리-영도까지 펼쳐지는 파노라마 조망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부산 야경은 황령산 전망대가 최고라고 이미 알려져 있고, 한국관광공사 야간관광 100선에도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굳이 봉수대 정상에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해 가며 산과 숲을 훼손하려는 처사는 납득하기 힘든 계획이다. 이미 사양화된 철지난 사업인 케이블카까지 계획하고 있다하니 17년째 흉물로 남아있는 스노우캐슬의 재판이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황령산 개발이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황령산이 부산 최고의 도시숲이라는 점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도시숲은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탄소제로를 지향하는 도시의 훌륭한 파트너 기능을 한다. 뿐만 아니라 힐링과 휴식의 공간 그리고 생물 다양성의 보존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도시숲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그런데 훌륭하게 조성돼 있는 도시숲을 굳이 파괴하면서까지 이런 막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황령산 개발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황령산 개발은 특정 개발업자에게 거대한 산지 하나를 통째로 내어주는 특혜일 뿐 아니라, 일련의 절차와 과정은 이익을 나누기 위한 커넥션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부산시와 개발업자는 황령산 개발을 멈춰야 한다. 황령산을 보존하고 도시숲을 유지해야 한다.
황령산을 사랑하는 이들은 ‘쇠기둥 알박기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사라진 침묵의 황령산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며 아우성 요란한 황령산’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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