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한 점 없는 BRT 정류장… “나무 심어 더위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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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한 점 없는 BRT 정류장… “나무 심어 더위 막자”
지역 환경단체 “열섬 현상 심각해”
부산시, 10억원 추경예산 편성 검토… “활엽수-잔디 심어 녹지 조성할 것”
“운전자 시야 확보 어려워” 우려도
지역 환경단체들은 “BRT 공사로 대형 가로수가 베어져 나가고 햇볕이 차단되지 못해 매년 여름 정류장에서 심각한 열섬 현상이 빚어진다”고 지적해 왔다.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에 따르면 BRT 구축 전 가야역 정류장 주변 약 3km의 가야대로 중앙화단에 399그루의 느티나무가 식재됐다. 그러나 BRT 차로와 정류장이 만들어진 뒤 52그루만 남았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BRT 정류장의 유휴 공간에 나무와 풀숲 등 녹지를 조성할 것을 부산시에 촉구했다. 부산시는 이를 받아들여 올해 BRT 정류장 50곳에 활엽수 등의 나무를 심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류장 양쪽 끝 공간 등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곳에 녹지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약 1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1.3km에 걸쳐 조성된 BRT 4개 노선에는 127곳의 정류장이 있다. 이 가운데 39%의 정류장에 대한 녹지 조성을 올해 말까지 이뤄내겠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BRT 정류장의 녹지 조성 작업은 지역 기업들도 사회공헌사업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에 동참을 권유하는 공문도 조만간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지역 모든 BRT 정류장의 자투리 공간에 활엽수와 잔디 등이 식재된다면 길이 8km, 너비 3m의 ‘녹색 하천’이 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생기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BRT 정류장을 녹지공간으로 꾸미는 것에 대한 논의는 지난달 12일 오후 부산진구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열린 ‘BRT 정류장 도심선형 녹지축 정책 제안 세미나’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이 상임이사는 정류장 녹화에 그치지 않고 BRT 차로 중앙을 ‘녹색 풀의 길’로 조성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이 상임이사는 “BRT 차로의 평균 너비가 3.4∼3.8m다. 차량 바퀴 사이의 공간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곳에 잔디를 비롯한 각종 풀을 심자”고 제안했다. 박민희 광주대교통시민모임 대표는 “광주에서는 2026년 BRT 착공에 나설 예정”이라며 “부산의 사례를 참고해 정류장 녹화 사업 등이 BRT 착공 전 기본계획 등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서지연 시의원은 “BRT 정류장의 폭이 좁은 편인데 이곳에 무리하게 녹지공간 등을 조성했다가 차량 운전자 등의 시야가 가려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안전을 위해 세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우선 일부 정류장에만 시범적으로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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