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은 들어 봤어도 100년 숲, 동백군락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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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은 들어 봤어도 100년 숲, 동백군락지는 모른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④
가덕 출입의 역사가 40년 가깝다. 배를 타고 오갈 때부터 차로 눌차대교를 건너오기까지 그 세월 가덕도라고 온전할 리는 없었다. 그 변화는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가덕도 또한 섬 내부로 검은 길이 깔리면서 급속히 변화를 거듭했고 급기야는 천성을 경유하여 거제로 가는 해저터널이 만들어졌다. 뒤이어 토지 사냥꾼들이 가덕을 흥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보다 앞서 거대한 부산신항이 만들어지면서 가덕수로가 있는 섬의 북서쪽 바다와 해안이 매립되었다. 거대한 구조물은 일대의 해류를 교란하고 하구의 사주 지형을 변화시켰다. 율리에 있던 팽나무 두 그루는 뿌리째 뽑혀 APEC 나루공원에 이식되었다. 뿌리 뽑힌 것은 팽나무뿐만이 아니었다. 사업지구 내 있던 장항과 율리마을 주민들의 삶은 풍비박산 났다. 2010년이었다.
가덕의 토지 소유주들이 외지인들로 바뀌면서 눌차와 성북 일대의 지형도 변했다. 동쪽 강금봉으로부터 응봉산 매봉 웅주봉 삼박등 구곡산이 에워 싼 눌차만 일대의 농지가 택지개발로 인해 원형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일대는 산과 논 저습지가 있는 한편 경계부에 갯벌과 난바다가 한 지역 안에 고루 형성된 곳이다. 달리 말한다면 다양한 생물서식지가 기막히게 어울려 있던 곳인데다 논밭에 있던 둔벙의 수는 단위 면적당 국내 최고로 많았던 곳이다. 하지만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하기사 부산시는 오래전서부터 눌차만의 개발에 눈독을 들여왔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부산시의 소원대로 된 것이다
예컨대 가덕신공항 사업과 관련 눌차만 일대는 에어시티 이름을 단 배후시설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가덕 사람들은 속내를 감추고 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될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 했다. 하도 왔다갔다 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또 선거 때마다 이랬다저랬다 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고 왠지 고착화 되고 있는 듯해서 주민들의 형언할 수 없는 착찹함이 읽히고 있다. 억울하고 원통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삶이 거래되고 쫒겨나기 때문이다. 쫒겨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특히 신공항이 들어설 국수봉 일원의 대항과 외양포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다. 천성 IC에서 외양포 포구까지 약 3.8km의 천성대항길 도로가 양옆에 빼곡히 내걸린 현수막의 문구는 가덕신공항 개발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가늠하는 상황판이기도 하다.
▲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이 주최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추진 방침 규탄 기자회견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나와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2022.4.29. ⓒ연합뉴스
이 봄날 가덕을 찾는 상당수의 상춘객들은 자가용을 끌고 와 외항포 포진지며 해안을 둘러 보고 주차면 100대의 대형 카페들이 있는 대항 새바지로 가서 동행과 즐기다 간다. 그러면서 공항이 적지니 아니니 언쟁하기도 한다. 예정대로 공항이 들어서면 우후죽순 들어섰던 약 20개의 크고 작은 카페며 15곳의 식당들을 비롯하여 갑자기 들어선 빌라 따위도 사라진다. 현재 가덕 대항의 인구는 외지인 포함 400명 수준이다. 여기서 토착민은 절반을 조금 넘는다. 그 절반이라는 수는 토박이들이 원통해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인구가 만 명이라도 되었다면 이런 수모를 받았겠냐는 것이다. 가덕도 전체인구 통 털어 4000명 남짓하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들이 조상대대로 물려받았던 터전을 싹 갈아엎어 부울경 1000만 인구를 먹여 살리는 곳간이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부산시민들도 이 말을 신뢰하는가.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가덕신공항이 만들어 지면 기울고 있던 지역경제가 다시 중심을 잡고 일취월장 풍족한 미래를 선물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밑빠진 독으로 전락하여 두고두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부산을 더 휘청거리게 할 것인가. 그리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가덕신공항만이 살 길이라며 주구장창 앞장서 설레발을 치던 정치꾼과 토건족과 그 나부랭이들인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찌되던 이 개발 커넥션은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잃을 것은 뭔가. 유감스러운 일은 잃어버리는 것이 뭔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자리는 지난 2022년 제22회 '이곳만은 지키자' 대상 수상지다. 요약하면 대상을 받을 만큼 생태경관 및 역사문화가 뛰어나고 특별한 곳이기 때문에 그 희소성을 인정받아 수상한 것이다.
그 중심에 해발 264m의 국수봉이 있다. 계곡을 경계로 이웃해 있는 188m의 남산봉과 더불어 뼈대를 이룬다. 가덕도 전체로 보면 459m의 연대봉을 중심으로 남북형태의 역삼각형의 지형이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사람살이의 터는 경사가 완만한 서사면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고 동사면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자연성이 높다. 특히 국수봉 동사면의 경우 낙엽활엽수림과 난대상록수림이 발달해 있다. 숲의 발달은 일대가 군작전 지역이라 출입이 통제되는 시간이 길어짐으로 인해서였다. 그 세월이 백년이다. 백미는 계곡이 바다로 유입되는 해식애 경계부에 자리한 동백군락지다.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시목이 동백나무라는 사실을 우습게 만들 만큼 관심이 없어 보인다. 괜히 언급해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아니면 공항이 중요하지 그 딴 거 몰라도 돼 라고 얼버무리는 건진 모르겠다만 그 동백군락지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의 소문난 동백군락지는 남해안 일원에 여러 곳이 있지만 관련 전문가들의 표현에 의하면 가덕 군락지가 월등히 뛰어나다고 한다. 더욱이 인위적 교란이나 간섭이 적어 대단히 양호한 상태라는 것이다. 동백숲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주로 3월에서 4월 중순에 이르는 기간에 꽃을 피우는데 이곳의 동백나무는 인색할 정도로 방문자에 대한 서비스가 적다. 다만 지난해 3월은 예외였다. 숲바닥에 핏물이 흥건히 고인 것처럼 벌겋게 깔린 동백꽃들로 인해 발 딛기 미안할 정도였다. 이 숲에서는 해마다 3월이면 가덕이 제 빛깔을 잃지 말고 유지되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만든 '가덕본색(加德本色)' 이란 탐방행사가 열린다. 시인과 전통악기 연주자 인디밴드 등이 주축을 이루어 동백숲과 가덕을 위로하거나 공항 건설의 부당함을 공유하고 기억하는 행사다.
그런데 이런 행사는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다. 특히 지역 언론은 가덕과 관련된 지역 환경단체의 집회나 기자회견 관련 생태 정보에 대한 보도는 전무한 편이다. 그러니 시민들로서는 개발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일방적 주장만 접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100년 숲이며 동백군락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열에 열 명이다.
동백 군락지 근처에는 멸종위기동식물 2급 대흥란이 자라기도 한다. 그리고 멸종위기동식물 1급 수달의 서식처가 동백군락지 아래 동백해안에 있다. 수달의 서식지는 신공항 예정지 내 4곳인데 공항이 들어서면 새로운 서식지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개체군들과의 피 튀기는 영역쟁탈전이 예고된다. 내쳐 해안에서 열린 바다 쪽을 보면 상괭이들이 돌아다닌다. 상괭이는 IUCN RED LIST 취약종(VU)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 부속 Ⅰ보호종이다. 이 해역에 상괭이가 많은 이유는 먹이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을 보면 해안가를 선회비행하는 맹금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중 솔개는 가장 흔하게 보이고 가끔 매를 비롯하여 말똥가리류를 목격할 수도 있다. 계절에 따라 새호리기며 붉은새매 같은 이동성 맹금류 대군이 가덕을 경유하여 쓰시마로 이동하기도 한다. 지금 5월, 재수가 좋으면 팔색조와 긴꼬리딱새를 만날 수도 있다. 아름드리나무 숲그늘에서 쉴 양이면 솔부엉이가 운다. 저물녘이면 소쩍새도 소리를 내는데 마치 인자 우짜노 우짜노 하는 것 같다. 이뿐인가. 동백군락지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면 해발 120m에서 220m 지대에는 몇 아름의 거목들이 즐비한 '100년 숲'이 있다. 100년 숲이라 이름 붙인 것은 국수봉 동남사면 140m 지점 계곡부에 뿌리내린 흉고 2.6m의 졸참나무에서 비롯됐다. 나이는 108세 인데 주변의 거목에 비하면 좀 왜소한 편에 속한다.
그렇다면 신공항 예정지에는 이런 거목들이 얼마나 있을까. 선행조사가 있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만 3년간 수행된 부산 전역의 자연환경조사였다. 식생분포현황과 정밀조사가 있었다. 조사에 참여 했던 이들이 선정한 최고의 숲은 가덕도였다. 14개 권역 오래된 나무 3주 씩 선정하고 숲 권역별 평균 나이를 비교해서 내린 값이었다. 가덕에서 설정한 표목목은 80년생 동백나무였다. 그 결과 2위는 삼각산 3위는 아미산으로 나타났다. 이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식생조사가 환경운동연합과 부산그린트러스트, 파타고니아의 이름으로 이루어 졌다.
거목조사와 관련 대상목은 지역명을 붙여 터주대감나무라는 지위를 부여했다. 앞서 언급했던 졸참나무는 국수봉 터주대감나무 1호에 해당 된다. 대상목의 조사 기준은 초병순찰로 또는 등산로 반경 5~10m 안에 입지하고 흉고는 최소 2.5m로 하였다. 결과 국수봉을 중심으로 한 신공항 예정부지 안에서만 47주가 확인되었다. 대항이며 외양포 마을 안까지 포함하면 50주고 가덕도 전체는 111주였다. 조사 범위를 넘어선 거목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치는 급증한다.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거목들이 있는 곳은 흔치 않다. 100년 숲은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이 자생하는 상록난대림과 굴참나무-느티나무 군락, 졸참나무-고로쇠나무 군락 등으로 이루어진 낙엽활엽수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숲은 안정화되어 있으며 극상의 단계로 진행 중이다. 사람의 간섭 없이 관리하지 않은 숲은 이렇듯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다. 그래서 가덕 100년 숲은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장 오래된, 유일하게 부산 해안가의 식생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숲이라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부산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알려지다시피 이 숲이 벼랑 끝에 선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12월부터 착공이 이루어진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수행과정에서 드러난 부실과 누락,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같은 조치는 그 어떤 변명을 들먹여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 적나라함이 단연 돋보이는 전략은 2030월드엑스포의 유치와 그에 맞춘 2029년 개항이었다.
엑스포 유치는 부산시가 전력을 다해 대응했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되고 안 되고에 따라 가덕신공항의 명함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관련하여 한 장면을 돌이켜 보자면 예컨대 부산교통공사는 시민 개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하철을 타기 위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접촉하는 순간 감사 인사 대신 '나는 부산엑스포를 지지한다'는 멘트가 나오게 만들었다. 이용자에 따라 다른 해석을 가지겠지만 그 순간 느꼈던 당혹과 불쾌한 감정은 극히 개인적인 것일 뿐이었다. 되려 시민의 여망으로 포장되어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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