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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오백살 회화나무의 어처구니 없는 귀향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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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361회 작성일 22-03-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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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사상구청의 기만적 노거수 관리와 살인 전시행정을 규탄한다. -


주례 오백살 회화나무 귀향 사건은 끝간데 없는 인간 이기의 결정판이다. 사지가 절단된 채 불에 거슬린 어르신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비로 볼 수 없는 참혹함이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대관절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다.

시간을 되돌려 본다. 빌어먹을 재개발 타령, 전만 하더라도 어르신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 실로 위풍당당했다. 여름날 가지를 펼치면 푸른 우주였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무되는 이 도시의 살아 있는 보물이었다.

 

하지만 그 보물은 재개발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아파트 설계변경이 제기되었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못되는 일이 되었다. 더욱이 그토록 받들어 모시던 장구한 세월의 회화나무에 대한 어떤 법적 지위도 없는 상태였다. 토박이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목숨을 부지한 회화나무는 이식과정에서 팔 다리를 비롯하여 심지어 뿌리 조차 잘려진 채 진주라는 낯선 땅으로 옮겨졌다.

 

그리곤 기억속에서 지워졌다. 3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생육환경의 개선으로 몇 가닥 가느다란 줄기가 생겨나고 잎이 돋았다. 사실은 여기까지였어야 했다. 사상구청과 구의회는 재개발조합으로부터 관리소유권을 받고 회화나무를 인근 사상근린공원으로 모셔오겠다고 했다. 여기에 부산시가 재정적 지원을 했다.

 

재이식은 어르신을 욕되게 하고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성토했던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는 수용되지 못했고 외면 당했다. 결과적으로 회화나무는 다시금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부산으로 돌아 왔지만 재이식 과정에서 뿌리 보호용 철재박스를 해체하는 용접봉의 물똥이 튀어 치유하기 어려운 화상을 입고 말았다.

 

검게 그을린 회화나무의 몰골은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양 귀환잔치를 벌이려던 구청의 애초 홍보계획과는 달리 시민을 격분하게 만드는 뉴스가 되었다. 불에 타지 않았다 해도 이미 회화나무 어르신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고 참담 그 자체였다. 대관절 사상구와 구의회는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선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주례 오백살 회화나무 귀향사건은 살로 많은 물음을 제기한다. 가장 결정적 오류는 극단의 생명경시가 투영되어 있음이다. 첫째는 끝간데 없는 개발이익의 추구와 그 주체들의 고약한 심보였으며, 둘째는 이른바 기술주의에 경도되어 생명의 본질을 왜곡하는 엉터리 전문가의 횡포요 셋째는 성과주의에 매몰된 구태의연한 전시행정이 빚어낸 참사다.

 

다시말해 주례 회화나무의 비극은 철저히 인간의 관점으로 나무의 터와 삶을 재단하고 유린한

비극이자 의도된 살인에 다름 아니다. 그깟 오래된 나무 하나 정도로 여김으로 비롯된 천박한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은 이 황폐하고도 오만한 인간정신의 폐해가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기후재앙 아니던가. 언제까지 이 비극 되풀이 할 것인가.

 

관련하여 주례 회화나무는 괴정동 6백살 회화나무와 비교되고 북구 금곡동 신화명 리버뷰 자이아파트 단지 내 3백살 폭나무와 비교된다. 부산시는 괴정동 회화나무를 보전하기 위해 주택과 토지를 매입하고 일대를 소공원으로 만들었다. 한편 금곡동 신화명 리버뷰 자이아파트 폭나무는 설계변경을 통해 재개발 과정에서도 살아 남아 아파트의 명물이 되었다. 주례 회화나무는 최익의 선택을 강요받았다.

 

괴정동 회화나무와 금곡동 폭나무는 주례 회화나무을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는 나무의 권리를 존중하는 순환과 공존의 특별한 모델이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소한의 배려다.

 

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지 절단된 채 타오르는 불길에 처연히 서 있어야 했던 주례 회화나무, 어르신의 고통과 아픔을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길이 없다는 사실 앞에 자괴할 뿐이다. 도대체 이제 무엇을 바랄 것인가.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나. 부산시와 사상구청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능 행정을 자초한 과오에 대해 시민에게 공식 사과하라

하나. 부산시는 민관 협의 하에 부산 나무 권리 선언을 만들어 발표하라

하나, 부산시는 각종의 개발에 앞서 보호되어야 할 노거수의 안위를 위해 그 터를 존중하는 조례를 제정하라

하나, 부산시는 미지정 노거수의 보호수(혹은 준보호수) 추가지정과 관리에 대한 지원을 구체적으로 천명하라

하나, 부산시와 사상구청은 주례회화나무의 참사와 비극의 되풀이 방지와 교훈을 시민공유하는 사죄 이력비를 건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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