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 개발, 본질을 저버린 도시계획위의 재심의 , 부산시는 계획을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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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개발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산시는 계획을 취소하라
- 본질을 저버린 도시계획위의 재심의 결과는 존재의 부정이다-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결국 ‘황령산 유원지 및 유원지 조성계획 변경결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애초부터 위원회의 성격과 구성에 큰 기대는 걸지 않았으나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도시계획위가 황령산 개발의 본질을 모르는 것도 아님에도 다루었던 심의 내용은 한심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천박하다. 대관절 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예컨대 심의에서수정 의결한 내용은 ‘진입로 안정성’이며‘ 업자의 영업이익 3% 공공기여’ 따위였다. 어처구니 없다. 시민환경단체가 언제 그런 것을 문제 삼았던가. 정작 도시계획위가 고민했어야 하는 것은 ‘입지의 적정성’과 ‘생태환경 및 경관보호’ 등이 아니든가.
주지하다시피 황령산은 도심 정중앙의 산지로서 생태환경적 가치와 시민휴식처로서 즐겨 찾던 시민의 산이자 왜적의 침입을 감시하고 알리던 봉수대가 있는 역사적 가치가 큰 곳이다. 그동안 많은 개발 시도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백지화 된 것은 황령산 만큼은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산 정상부에 대규모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편의 시설로 5백여미터 거리를 오가는 로프웨어가 설치된다. 도시계획위는 여기에 천착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 시도가 정말 옳고 타당한 것인지.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는 짐이 되지 않는지, 기후위기 시대 탄소 중립에는 역행하지 않는지를 검토하고 심의했어야 했다. 그것이 위원회의 존재 이유임에도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개발만능 민선8기 박형준 시장체제의 위험한 도박이 전제한다. 현재 시역 도처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일방적 개발계획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추진과정의 공유와 의견수렴은 투명하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찬성론자 중심의 편의주의를 취하고 혹은 형식화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황령산 개발은 대표적 사례다. 개발업자와의 협약에 반발하여 시민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하자 향후 의견수렴과 논의장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 오히려 허울좋은 핑계와 명분을 동원하여 개발업자의 이해를 돕는 노골적 행정으로 일관했다. 이같은 부산시의 비민주적 기조는 자율성과 독립적 판단을 견지해야 할 시 산하 각종 위원회 마저 들러리로 전락시켰다.
그런점에서 해운대 엘시티의 존재를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 고위 간부와 관련 위원회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가. 다양한 이유로 시민 반대가 있었지만 그때도 관광을 들먹였고 랜드마크를 말했다. 다시없는 기회라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지금 100층대의 그 고층아파트가 시민의 장소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해운대 엘시티는 부산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가 되었다. 황령산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고 이미 그런 미래를 내장하고 있다.
관광을 빙자한 상투적 개발논리와 책임지지 않는 행정은 이미 스키돔 건설을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진 바 있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진실로 지속가능한 시정을 도모해도 부족한 터에 늘 자본의 이해에 앞장서는 시정은 부산을 더욱 힘들게 한다. 부수고 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닐뿐더러 시대를 오역하는 것이자 대안의 부재를 고백하는 것이다.
부산시가 15분 도시를 주창하면서도 도시의 자연자산을 유린하는 행위는 모순이자 기만이다. 나아가 2030 월드엑스포를 무소불위의 도구처럼 휘두르는 개념없는 파괴적 개발을 경계하며,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내걸었던 주제가 ‘기후위기 해결’이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미사여구를 들먹여도 황령산 정상 개발의 결과는 1년 365일 밤낮없이 탄소를 배출할 수 밖에 없는 시설이라는 것과 결국에는 기업 이윤 추구의 장에 불과하리라는 점이다. 그래서 업자의 개발이익 3% 공공자산 기여에 현혹되어 누대가 누려야 할 자연 공존의 공공재를 팔아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시민들이 지금의 부산시를 그 전위이자 개발업자와 한통속으로 보고 있다.
아직 거쳐야 할 단계는 많다. 세밑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밀어붙이기로 몰아가서도 안된다. 한번 들어서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시설이라면 부산시나 개발업자는 현재의 방식에 공범되기를 거부하는 시민을 설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대로는 아니다. 소수 전문가가 시민의 뜻일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의 주장-
1. 부산시는 개발 반대 시민여론 청취와 설득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라.
2. 부산시는 황령산 개발정보를 시민에게 상세히 공개, 찬반논의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라.
3. 황령산 개발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산시는 계획을 취소하라.
2022년 12월 29일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환경회의 ·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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