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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놀자] 8. 석대 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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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4,401회 작성일 15-08-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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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국에 이밥' 기원하며 300년간 '하얀 밥공기'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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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석대 이팝나무 초록 잎 위로 하얀 꽃이 만개했다. 골목으로 튀어나왔는데도 큰 손상없이 300년을 버텼다는 사실이 놀랍다. 김병집 기자 bjk@
 
 
'고깃국에 이밥'. 원초적 생존의 조건마저 위태롭던 시절, 해마다 5월 튀밥처럼 피어난 하얀 꽃 무더기는 풍성한 밥공기처럼 보였다. 오로지 하늘에 풍흉을 맡겨야 했던 농경사회에서, 나무를 하얗게 뒤덮은 꽃처럼 추수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던 나무, 이팝나무다.
 
해마다 꽃 핀 5월 보름날 밤
주민 담근 술 가져와 마을 잔치
벽을 뚫고 나온 듯한 나무 둥지
친근한 모습으로 겸손 가르쳐
큰 가지 비롯 곳곳 잘린 흔적
버티는 힘 떨어져 보호책 필요
 
마을 풍요 바라며 함께한 300
매미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지금은 가로수로 흔하지만, 300년이 넘은 이팝나무라는 보호수 표지판을 보고는 지나는 이들은 잠시 나무를 올려다 보며 놀라움을 표했다. 화훼상가와 대형 농산물시장이 근접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주택가 골목에서 이팝나무는 비스듬히 몸을 구부린 채 지나는 이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릴 때 해마다 5월 이팝나무 꽃이 피면 보름날 밤에 이 나무 밑에서 어른들이 손수 담근 술을 가져 나와 나눠 마시며 노래도 부르고 작은 잔치가 벌어졌었죠. 달빛을 받은 이팝나무 꽃이 어찌나 예쁘던지. 또 꽃이 수정하는 날에는 상큼 달콤한 향기가 참 은은했어요."
 
이 마을에서 13대째 살고 있다는 천환선(70) 씨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었다. 천 씨는 어릴 때 이 나무 가지에 올라가 친근하게 놀았던 기억도 많았다고 했다. 바로 옆 높은 지대에 우람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 보호수에 비해 이팝나무는 골목 바로 옆에서 사람 눈높이에 맞춰 자라 나왔다. 마치 벽을 뚫고 나온 것처럼 휘어진 나무 둥지는 자연히 지나는 이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친근한 모습으로 겸손을 가르치는 듯했다.
 
하지만 가운데 큰 가지를 비롯해 여기저기 잘린 흔적이 많았다. 길을 내면서 중장비가 지나야 한다고, 또 가지가 집을 때려 위험하다고 사람들이 자른 것도 있고, 태풍에 꺾이기도 했다.
 
동행한 김맹기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 소장은 "큰 길에서 벗어나 골목 안쪽에 자리를 잡은 덕에 잘려나가진 않았지만 수령이 300년 이상이어서 나무 스스로 버티는 힘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가지의 무게를 받쳐주고 바람의 영향을 막아줄 수 있는 보호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또 만일의 경우 나무가 꺾이거나 잘렸을 때 그루터기의 정보를 면밀히 조사해 자료로 축적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수종이나 비슷한 크기의 나무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수목원이 생기면
지난 5월에도 이팝나무는 하얀 꽃을 맘껏 피웠다. 그 덕인지 나무를 찾았던 날 보니 인근 식당은 문전성시였다. 집성촌이 유지될 정도로 마을 공동체의 모습도 아직 남아 있다.
 
300년 동안의 기원이 꽃을 피우려는 것일까. 1990년대 초반까지 생활쓰레기를 묻었던 석대 매립장은 내후년이면 약 63넓이의 해운대수목원으로 거듭난다.
 
이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숲에서 휴식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을 때 수목원에 새로 심은 나무 외에, 원래 석대에 있었던 노거수들을 찾아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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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근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석대 이팝나무 외에 석대 윗 마을과 아랫 마을에는 각각 수령 500,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도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마을 뒷쪽 '오효자 일효부' 전설이 전해 오는 정려각과 창원 구 씨 충효원, 반송 경계 지점 옹기골 등의 자원을 잘 살려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공동기획 부산일보·부산은행·부산그린트러스트
 
어린이를 위한 생태 편지
쌀알 닮은 하얀 꽃 장관가로수·정원수로도 선호
이팝나무는 원산지가 한국인 토종 나무예요.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은 남부지방에서 잘 자란답니다. 농민들이 이팝나무 꽃이 많으면 가뭄이 없어 풍년이 들 것으로 예상한 것도 그런 성질 때문이지요.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오래된 이팝나무가 대부분 남부지방에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2000년 전후부터는 전국에서 가로수와 정원수로 많이 심었어요.
 
해마다 5월에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쌀알처럼 하얀 꽃이 피어납니다. 경상도에선 쌀밥을 '이밥'이라고 불렀거든요, 꽃 모양이 쌀처럼 생겨 굶주린 보릿고개에 꽃이 쌀밥처럼 보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답니다. 우리 조상들은 장례에서 고인이 환생할 때 여섯 가지 길 중에 제 길을 찾아가라고 관 속에 넣어주던 쌀을 '육도미'(六道米)라고 했는데, 흉년이 심할 때는 이팝나무 꽃을 말려뒀다가 쌀 대신 넣어주기도 했대요. 그래서 이팝나무의 별명 중에는 육도목도 있어요. 입하 전후에 꽃이 핀다고 '입하나무'라 부르다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어요. -김동필·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주변 정보
 
나들이 코스
·회동수원지~이팝나무~충효원
·동래향교~석대화훼단지~이팝나무
·충렬사~복천박물관~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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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고목나무집(반송로 581-9)-돌솥밥
·원조석대추어탕(석대동 498)-추어탕
·사계절꼬마김밥(신반송로 178)-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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