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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한 노거수 1차 기행(2) 모두가 시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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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857회 작성일 16-07-2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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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대 김정하 교수 내외의 시낭송
 
나무 안의 절 / 이성선
 
나무야
너는 하나의 절이다.
네 안에서 목탁소리가 난다.
비 갠 후
물 속 네 그림자를 바라보면
거꾸로 서서 또 한 세계를 열어 놓고
가고 있는 너에게서
꽃 피는 소리 들린다.
나비 날아가는 소리 들린다.
새 알 낳는 고통이 비친다.
네 가지에 피어난 구름꽃
별꽃 뜯어먹으며 노니는
물고기들
떨리는 우주의 속삭임
네 안에서 나는 듣는다.
산이 걸어가는 소리
너를 보며 나는 또 본다.
물 속을 거꾸로
염불 외고 가는 한 스님 모습.
 
 
나무가 보채다 / 박창기
 
나무가 마음을 열어 날개를 단다
나무는 나이를 먹어도 변함없다
때가 되면 마음을 열어 제 길을 펼친다
느티나무 아래서는 행복하다
나무의 마음에 사로잡힌다
고마움 속에 파묻혀 보지 않았으면
사랑을 말하지 마라
세상의 어느 풀, 어느 나무가
기도 없이 제 마음을 열겠는가
연두의 보챔, 그것은
나무의 마음이 열리는 떨림이다.
 
그리고 이어진 어린이 참가자들의 동시 낭송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경환 아동문학가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까이 귀를 대 본다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며시 손을 대 본다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팔을 돌려 안아 본다
 
깜박이는 눈썹에 떠오른 웃음
'알았다 알았어...'
 
나무도 날 좋아한다는 걸
나무 냄새로 알아차린다.
 
 
나무와 열매 -민현숙·아동문학가
 
하늘이 얼마나 높은가
가지를 쭉쭉 뻗어 봅니다.
땅이 얼마나 깊은가
뿌리를 쭉쭉 뻗어 봅니다.
 
평생 하늘만 보고 자라도
그 하늘 다 알 수 없어
평생 땅 밑으로 뿌리를 뻗어도
그 땅 다 알 수 없어
나무는 열매를 보냅니다.
 
가서 세상을 알아보라고
고 열매 어린 등을 떠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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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열 회원의 시낭송

믿음에 관하여 임영석
 
나무를 보니 나도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겠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있어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가야겠다
그러려면 먼저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에
내 마음의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눈과 비, 천둥과 번개를 말씀으로 삼아
내 마음이 너덜너덜 닳고 헤질 때까지
받아적고 받아적어 어떠한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침묵의 기도문 하나 허공에 세워야겠다
남들이 부질없다고 다 버린 똥, 오줌
향기롭게 달게 받아먹고 삼킬 수 있는 나무,
무엇을 소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그런 나무의 믿음을 가져야겠다
하늘 아래 살면서 외롭고 고독할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싶을 때
못 들은 척 두 귀를 막고 눈감아 주는 나무처럼
나도 내 몸에 그런 믿음을 가득 새겨야겠다
 
 
고목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 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나무 / 황인숙
 
부엌에 서서
창 밖을 내다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나는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는 않는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닥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은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지금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이다
그리고 봄기운을 한두 방울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삼키는 것이다
 
팽나무 / 이재무
 
나이가 들면서 나무는
속을 비우기 시작했다
한때는 가지 끝마다
골고루 영양을 져 나르던
줄기는 나이가 들면서
안에서부터, 평생을 두고
하나씩 둘씩 힘겹게 그어온
나이테 지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속 텅 비운 채
꼿꼿이 선 자세로
나무는 그 길고 오랜
여정을 마감했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팽나무처럼 속 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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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회원의 시 낭송이 이어지고 이날 참가자들은 모두 시인이 되어 나무를 노래하고 숲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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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느티나무에게 인사를 드리고 죽성 국수당 해송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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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그루의 곰솔이 당집을 애워싸고 있고 남쪽은 동해가 펼쳐져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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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경 명상 지도사가 마지막 명상으로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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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되었다. 하늘이 되었다.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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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를 위해 전세버스를 타러 가는 길 주승철 회원의 아이들이 선두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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