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놀자 10 수영사적공원 푸조나무 . 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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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간 지신(地神)·군신(軍神)으로 서로 다독이며 수영 지켜온 나무
▲ 할아버지 나무로 불리우는 천연기념물 제270호 수영 곰솔. 정대현·정종회 기자 jhyun@
한 그루의 천연기념물을 접하기도 쉽지 않은데 두 그루가 나란히 있다면? 그것도 서로 다른 종류의 나무라면?
전국적으로 극히 드문 현장을 부산 수영사적공원에 가면 마주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311호 푸조나무와 천연기념물 제270호 곰솔 이야기다. 두 나무는 서로 30m도 떨어지지 않은 채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무려 500년 간 때로는 서로 경쟁하며, 때로는 서로를 위로하며 수영을 지켜온 주인공들이다.
무속인 찾는 신령스러운 푸조나무
동네 아이들 놀다 떨어져도 안 다쳐
위풍당당한 장군 기개 닮은 곰솔
입대한 자녀 무사안녕 비는 명소
■ 왜병 물리친 송 씨 할매의 넋이…
수영사적공원 남문으로 들어가 왼쪽을 보면 수려한 고목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제311호 푸조나무다.
이 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깃든 지신목(地神木)이다. 임진왜란 당시 자신을 희롱하는 왜병을 의연히 물리친 송 씨 할머니의 넋이 푸조나무에 깃들어 있다고 한다. 인근에는 '송 씨 할매당'도 있다.
전미경 수영구 문화해설사는 "푸조나무는 과거 아이들의 놀이터였는데 나무 위에서 떨어져도 다치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며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송 씨 할머니의 기운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영 주변에는 100명이 넘는 무속인이 있었고, 이들이 수시로 찾을 정도로 푸조나무는 신령스러운 나무였다.
이 나무의 특이한 점은 지표면 1.5m 지점에서 줄기가 두개로 나눠져 자랐다는 점이다. 북쪽 줄기는 할아버지, 남쪽 줄기는 할머니라 해 '노부부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 해설사는 "갈라진 나무가 이처럼 똑같은 크기로 자란 것도 드물 것"이라며 "두 나무가 자라 하나로 엉킨 연리지와는 다르지만 잎이 떨어진 후 멀리서 보면 할아버지가 보호하고 있는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푸조나무는 또 사계절 다 나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해설사는 "봄이면 연두빛 새순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여름이면 풍성한 잎사귀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맺어 이를 따먹기 위한 새소리가 가득하고, 겨울이면 잔가지까지 완벽하게 드러나 또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사적공원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11호 푸조나무. 풍성한 잎사귀와 그늘이 시민들에게 안식처가 되고 있다. 줄기가 땅 위 1.5m부터 둘로 갈라졌는데 할머니 나무로 불린다. 정대현·정종회 기자 jhyun@
■ 아들 군대 보낸 어머니들이 찾는다는…
남문 입구에는 또다른 천연기념물인 곰솔(해송)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수령은 400~500년으로 추정되며,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이 마치 장군의 기개를 보는 듯하다. 주변에는 수령 100~200년으로 보호수로 지정된 곰솔 5그루가 참모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실제 수영사적공원은 조선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 본영(좌수영)이 있었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수영'이라는 지명도 여기서 나왔다. 좌수영을 수백년 간 지켜온 곰솔이 '군신목(軍神木)'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수영 곰솔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이 찾아와 자식의 무사안녕을 비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수영사적공원은 수영의 '보물'이다. 좌수영 성지와 남문, 25의용단, 안용복 장군 사당, 최영 장군 사당, 수영민속예술관, 수영사적원 등 둘러볼 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최대 '보물'은 뭐니뭐니해도 천연기념물인 푸조나무와 곰솔이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두 그루의 천연기념물이 400~500년을 서로 경쟁하듯 버티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안겨주고 있다"며 "삭막한 도심 속에서 청량제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지역이슈팀=손영신·이호진·이자영 기자 issue@busan.com
공동기획 부산일보·부산은행·부산그린트러스트
어린이를 위한 생태 편지
남해안 따뜻한 곳서 자라는 푸조나무
넘어지지 않으려 판자 모양 뿌리 발달
푸조나무는 느릅나무과의 상록활엽교목으로 성장이 빠르고 남해안의 따뜻한 지역에서 자랍니다. 곰솔이나 팽나무처럼 바닷가에 인접해 잘 자라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품림으로 많이 심지요.
그렇다 보니 스스로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했는데, 뿌리 근처에 두꺼운 판자를 눕혀놓은 것 같은 '판근(板根)'(사진)이라는 판자모양의 뿌리가 발달해 있습니다.
푸조나무는 팽나무와 비슷해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어려워 '개팽나무'라고도 불린답니다. 꽃은 5월에 피며, 수꽃은 가지의 아래쪽에, 암꽃은 가지의 위쪽에 핍니다. 열매는 팽나무보다 굵은 검은 열매가 9~10월에 열립니다.
목재는 건축과 가구를 만들거나 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데 특히 저울자루, 도끼자루, 수레바퀴, 절구 등에 귀하게 활용됐답니다.
푸조나무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어떤 책이나 도감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의 나무냐' '수입자동차 푸조와 어떤 관계냐'며 장난섞인 질문을 하곤합니다.
김동필·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주변 정보
나들이 코스
·광안리해수욕장~수영사적공원~최영 장군 사당
·수영팔도시장~수영사적공원∼정과정 유적지
음식점
·둔내막국수(수영동 447-18) 막국수·메밀전
·홍순덕전포양곱창(망미2동 403-10) 양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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