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놀자] 5. 괴정 회화나무샘터공원
페이지 정보
본문
650년 '마을 사랑방'이자 '괴정'이란 지명의 모태
연노랑 빛 고운 회화나무 꽃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머잖아 가을이면 손톱만한 검정 씨앗이 떨어지고, 그렇게 땅에 내려온 씨앗 수천 개 중에서 겨우 몇 알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울 터였다. 조선왕조가 들어서기도 전인 650년 전 터를 잡은 이 회화나무 앞에는 연둣빛 이파리를 하늘거리는 높이 5㎝ 신생아부터 1m 가량의 어린이까지 신세대 회화나무가 다가올 600년을 꿈꾸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도심 나무 보호의 모범
큰 나무 그늘은 옛부터 마을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근대화의 물결은 나무가 있던 자리를 도로로 대체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은 콘크리트로 새로 지어졌다.
우물·빨래터 등 공동체 요소 그대로
1993년 천연기념물 해제돼 보호수로
지난 2월 역사테마공원으로 단장
부산 사하구 괴정동 회화나무샘터공원 주변은 그렇지 않았다.
수령 650년으로 추정되는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마을 우물(큰 새미)과 공동 빨래터(작은 새미)까지 보유하고 있던 곳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회화나무 주변으로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긴 했어도 옮기거나 베지는 않았다. 우물과 빨래터는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다. 이 회화나무는 현재 '괴정(槐亭. 회화나무 정자)'이라는 지명의 모태이기도 하다.
마을 공동체의 여러 요소를 그대로 품고 있던 이 곳을 사하구가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해 역사와 테마가 살아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정비하기로 한 것이 2010년 7월. 회화나무 주변 주택 10채 보상비 23억여 원을 비롯해 34억 원이나 되는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 2월 공사가 마무리된 회화나무샘터공원은 2천230㎡로 널찍한 공간에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했다. 특히 회화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을 발아시켜 후계목을 키우는 공간까지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여호근 동의대 교수는 "앞으로 보호수를 중심으로 이런 공원이 도심에 생기기는 어렵겠지만 다른 지자체도 예산을 투입해 나무를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무의 건강, 주민과의 교류
이 회화나무는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 제 316호로 지정됐으나 안타깝게도 1993년 5월 '나무의 생육공간이 협소해 보존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제됐다.
김기충 사하구 공원담당은 "1993년 당시 태풍으로 큰 가지 하나가 부러져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지만 그해 10월 곧바로 보호수로 지정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1993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후에는 외과 수술을 수차례 진행했다. 비어 있는 나무 속에 보충재를 넣고, 바람에 가지가 꺾이지 않도록 당김줄과 지지대를 설치했다.
그러나 공원 조성 공사 중 나무 주변 흙을 퍼내다 잔뿌리를 건드려 애를 먹기도 했고, 인근 대형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지하 터파기 공사가 많아지자 수백 년 동안 마를 날 없던 샘물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현재 우물 대신 설치한 벽천과 빨래터 물은 지하수를 퍼올려 공급되고 있다.
괴정동 회화나무. 정대현 기자 jhyun@
이 마을에 집성촌을 이뤄 15대 째 살고 있는 남평 문씨 부산 종친회 문정호 총무는 "나무가 빨아들이던 맑은 지표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걱정했다. 회화나무의 나이에 걸맞은 건강 증진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마을에 이런 거목이 함께 있다는 것에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인근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회화나무 씨앗을 나눠주고 직접 키워보게 하는 것도 회화나무와 친근해지는 방법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새싹'이 키우는 새싹. 650살 회화나무는 그렇게 다가올 650년과 만날 수 있을까?
지역이슈팀=손영신·이호진·이자영 기자 issue@busan.com
공동기획 부산일보·부산은행·부산그린트러스트
어린이를 위한 생태 편지
귀신 물리치는 수호신 나무 나비 모양 연노랑꽃 활짝
7월 하순인 지금 회화나무는 나비모양의 연노랑꽃을 피웁니다. 꽃말은 '망향'이에요.
콩과에 속하는 회화나무는 귀신(鬼)과 나무(木)가 합쳐진 괴화(槐花)나무로 표기하는데 중국어 발음과 비슷한 회화로 불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잡귀를 물리치는 수호신 나무로 알려져 마을 입구나 궁궐, 서원, 향교 등에 많이 심었대요. 옛부터 회화나무를 심으면 큰 인물이나 학자가 나온다고 해 학자수(영어 이름 scholar tree)로 불렸대요.
토질이나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화나무도 인천 신현동, 충남 당진 삼월리, 경북 경주 월성 육통리, 경남 함안 영동리, 서울 창덕궁 등 전국에 고루 분포하고 있어요.
목재는 가구와 건축재로, 나무 전체는 귀한 약재로 쓰였고, 심지어 꽃에서 생산되는 루틴이라는 색소는 천연염색제나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약재의 원료로도 쓰인다니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나무죠?
일제 강점기와 도로 개설 등 숱한 고비를 넘겼던 경북 안동의 회화나무가 2008년 어느날 갑자기 밤새 누군가에 의해 잘려 나가자 당국에서 후계목 육성과 CCTV설치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선 일도 있어요. 김동필·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주변 정보
↓ 나들이 코스
·괴정동 회화나무~제석골∼승학산 억새군락
·감천문화마을∼낙동강하구 에코센터~낙동강 생태탐방선
·아미산 전망대∼다대포 꿈의 낙조분수∼몰운대
↓ 음식점
·해주냉면(사하구 낙동대로 324번길 5)-물냉면, 비빔냉면
·오사카(사하구 낙동대로 324번길 2)-고로케, 라멘, 함박스 테이크
·통영식당(사하구 낙동남로 1389번길 9-2)-멸치쌈밥, 갈치 구이
-
- 이전글
- 영도 영선동 흰여울마을 -녹색골목과 정원으로 거듭남을 준비하다
- 15.07.28
-
- 다음글
- 부산,서울,수원 그린트러스트 사업공유 발표회와 비젼공유 시간을 가지다
- 15.07.2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