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의 소중함 일깨우는 '나무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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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바람에 밀려 소중한 삶터에서 쫓겨나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속 시원한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살던 곳을 등져야 하는 게 말 못하는 동식물의 처지다. 이름은 그럴듯하게 보호수라 지어 놓았지만, 보호는커녕 강제로 뿌리 뽑히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보호수도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호수가 이 정도이니 보호수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녔다는 노거수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을 리 만무하다.
부산에는 보호수로 지정할 정도의 수령과 크기를 갖춘 대형 수목인 노거수가 230그루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정식으로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8그루다. 그런데 올해 부산시가 병해충 방제, 영양제 공급, 외과수술 등 보호수 관리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고작 5천만 원에 그쳤다. 65그루의 보호수를 위해 1억 6천만 원의 예산을 마련한 울산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대접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가 218그루의 보호수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22억 원을 편성한 것과 대조하면 부산의 현실은 더욱 초라해진다.
사유지 매입을 통해 보호수를 지키려는 서울시의 노력은 부산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서울시는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측백나무 주변에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토지와 건물 보상비로 18억 원을 편성했다고 한다. 500년 된 마을 수호목이 척박한 시멘트 골목길 사이를 비집고 서 있어 인근 주택 3채를 매입해 정자마당을 만들기로 했단다. 사유지 매입을 통해 동래구 안락동 회화나무를 보호하자는 주장은 사업비를 이유로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는 게 부산의 현실이다.
보호수와 노거수에 대한 인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들 나무는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자산이자, 생물종 다양성에 기여하는 생태 거점이다. 더욱이 지역의 역사를 담은 교육장이자 마을공동체 회복의 거점이기도 하다. 나무와 인간의 공생과 공영이 절실한 때가 아닐 수 없다. 부산일보가 부산은행, 부산그린트러스트와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 '나무야 놀자'가 반가운 것은 이 때문이다. 나무를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원해 본다. 15.7.15 부산일보 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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