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노거수들, '터줏대감'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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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못 받고 대접 못 받던 노거수(수령이 많고 큰 나무)들이 마을의 '터줏대감'으로 거듭나게 됐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 6월 초부터 6개월간 부산 지역 200여그루의 나무들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이들에게 터줏대감 지위를 부여, 기업 및 개인과 연계해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대상이 되는 나무들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도 지정되지 못한, 관리가 시급한 수령 100년 이상의 나무들이다.
3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 한 주택가 골목에 불청객처럼 서 있는 소나무는 지나가는 차량들에 긁혀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송진을 보며 이계향 공원활동가는 "나무에게 있어 송진은 사람으로 따지자면 피"라면서 "이 나무가 그만큼 피를
많이 흘린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바로 옆 소나무에는 각종 쓰레기들이 나무 가지 사이에 끼워져 볼품 없는 나무로 변해
있었다.
부산 남구 대연동 한 재개발 철거 지역에는 손만 갖다대면 허물어지는 담벼락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소나무 하나가 자라 있었다.
나뭇잎이 누렇게 변해 언뜻 봐도 관리가 시급해 보이는 나무였지만 철거 지역에 있어 운명을 알 수 없는 나무였다.
반면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제법 대접받는 나무들도 있다. "제가 열 세 살 때 여기
오니까 숭가져 있더라고요." 부산 서구 아미동에 사는 노점동(77)씨는 집 근처 팽나무를 보며 60여년 전 그날을 회상했다. 부산 동구 수정동
산복도로에 있는 팽나무에도 한 주민이 가져다놓은 새 막걸리가 두껑이 열린 채로 놓여져 있어 주민들이 의지하고 있는 나무란 걸 알 수 있었지만 이
나무 또한 담벼락 콘크리트 사이에 끼어 있어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았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농어촌 정서로는 큰 나무를 업신여기지 않는
정서가 있는데 도심에서는 그런 정서가 약한 편"이라면서 "특히 재개발 지역의 오래된 나무들의 경우 주민들과 역사를 함께 해온 만큼 이들 나무를
재개발 후 아파트 조경수로 활용토록 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관리 방안은 조만간 세미나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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