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체험박물관 짓는다며 100년 유산 없애려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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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동광동 옛 부산유치원에 자리 잡은 수령 100년 가량의 느티나무. 안세희 기자
중구 동광동 옛 부산유치원 자리, 느티나무·마로니에 등 고목 즐비
- 市 이전 난색 무작정 벨 계획만
수령이 100년가량 된 고목이 영화체험박물관 공사로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용두산공원에서 심은 조경수만 옮겨심을 계획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3일 오후 중구 동광동 옛 부산유치원 자리. 설 연휴 이후부터 영화체험박물관 공사가 시작되는 이곳에는 성인 남자 키의 5, 6배를 훌쩍 넘기는 고목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부지 한쪽에 있는 칠엽수(마로니에)는 어른 두 명이 팔을 뻗어야 겨우 안을 수 있는 정도의 굵기로 지름은 약 1m50㎝에 달했다. 또 다른 곳에는 느티나무로 추정되는, 지름이 2m가량인 대형 고목이 자리 잡고 있었고, 80년은 더 되어 보이는 월계수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조선시대 동향사라는 절이 있던 곳으로, 이후 193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부산유치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치원이 문을 닫은 이후로 모텔 등이 들어서려고 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별다른 시설물 없이 비어있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
연구소장은 "부산 도심에 이처럼 고목이 많이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일제 강점기 동향사를 다녀간 일본 사람이 쓴 글들을 보면 동향사 뒷산의 숲이 우거져 산책하기 좋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숲이 유명한 곳"이라고 밝혔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나무들은 유치원이 들어서는 시기를 전후해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3년 시청 옆에서 100년 된 녹나무가 확인됐을 때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이 나무는 훨씬 더 가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알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시는 지난해 말 용두산공원, 중구청과 함께 나무 이식을 논의하면서 공원에서 심은 조경수 20여 그루만 옮기기로 합의했고, 나머지는 베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호 가치가 있다면 이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 1.14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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