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 부산시민공원 조성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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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 부산시민공원 조성을 반대한다
-부산시민공원이 동네북인가. 부산시는 제2국제아트센트의 전철을 되풀이 하는가-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할 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을 누가 반대할 것인가.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전승하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건립 예정지가 부산시민공원이라면 심사숙고 할수 밖에 없다. 결론부터 단호하게 말한다면 적지가 아니다.
부산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위
부산시민공원은 2024년이면 개장 10년의 역사를 맞이한다. 지난 10년 부산시민공원은 안팎으로 위상이 흔들리는 행보를 해왔고,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진행형 공원이다. 부산시민공원이 그 이름에 부합하는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부산시민공원의 정체성과 도시공원으로서의 기능이 결합되어야 완성도를 높인다.
주지하다시피 부산시민공원은 152만 부산시민의 동참과 지역 시민사회가 이념과 부문을 떠나 총결집, 한마음으로 쟁취했던 미군기지 하야리아 반환운동의 결과물로서 그 정신을 계승하며 시민의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공원이 된 것이다. 이는 부산시민운동의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러하기에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시가 조성했던 여타의 공원과는 차별성과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다. 그 정성을 기억하기 위해 시민참여의 숲이 별도로 조성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채 10년이 되기도 전에 부산시민공원은 이런저런 건축물 조성으로 상처를 입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국제아트센트 건립이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었다. 그러나 국비에 발목에 잡혀 공사는 진행중에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부산시민공원의 공원시설울 40%에 육박했다. 더는 여유공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도시공원에 대해 너무 편의적으로 접근하고 있고 당연시 한다는데 있다.
마치 동네북처럼 취급하고 있다. 공원의 성격과 기능에 관계없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목적성 필요 건물을 집어 넣는 관행은 도시공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공원의 빈공간은 개발 보류지가 아니다. 공원내 빈터는 시민의 쉼터이자 그 자체가 공원을 규정짓는 중요 요소이다.
관련하여 부산 독립운동기념공원과 역사관 건립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자리에는 도시공원 전문가를 비롯하여 관련 행정은 배제되었다.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추진위가 공원 명칭 조차도 부산시민공원에서 부산독립운동공원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산시민공원의 성격을 왜곡하고 기형화를 강요할 뿐 아니라 터에 대한 역사성 조차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우를 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말 독립운동기념관을 세울 곳이 없을까.
예컨대 일신여학교. 안용복기념관. 정공단이 근처에 있고 폐교된 좌성초교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고 민간특례공원으로 진행중인 동래사적공원 무허가주택 철거부지를 비롯하여 55보급창이나 북항재개발지 북항 1부두 창고시설을 활용한 기념관 건립을 통해 지역의 재생과 역사성의 결합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한다면 추진위가 정말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도시계획으로서 도시공원에 대한 성격과 특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이 있을 때 마다 공원부지를 개발수요의 대타처럼 접근하는 행정의 자세도 경계한다.
개장으로부터 9년이 경과한 지금, 부산시민공원은 잘못된 길을 강요당하고 있다. 지난 9년 부산시민공원의 행보는 지역내 어떤 도시공원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폭적인 지원 아래 양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동시에 공원 내 열린 광장을 비롯한 주요 장소들이 무분별한 시설배치로 잡종화되고 기형화 되었다. 아울러 시민공원 주변을 에워싸는 초고층 난개발이 예고된 상황은 개탄을 넘어 절망적 상황에 다름아니다. 여기에 아무리 그 뜻과 명분이 좋다고 하더라도
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이 부산시민공원으로 점 찍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관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부산시민공원이 존재하는가. 부산시민공원은 시민의 여망을 담아 부산의 녹색별로서 빛나야 할 곳이거늘, 빛은 바래져 우리들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반복되어야 하는가.
우리의 주장
부산시는 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에 따른 부지 선정에 대한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고 숙의하라
부산독립운동역사관 건립추진위는 부산시민공원 내 건립안을 철회하라
2023년 8월 11일
도시숲과 공원녹지, 그리고 오래된 미래를 지키는 부산그린트러스트
공원은 채우는 곳이 아니라 비우는 곳이다
‘100년의 기다림, 영원한 만남.’ 2014년 5월 1일 부산시민공원 개장은 이 역사적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상황에서 개장식은 간소하게 치러졌지만, 공원 개장의 역사적 의미까지 퇴색될 수는 없었다. 일제 강점과 미군 주둔, 우리 땅을 되찾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시민들의 저항과 반환 운동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진 공간이 바로 부산시민공원이었다.
일제는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후 이 터에 경마장을 만들었고 동남아시아 침략을 위한 병참기지와 군사 훈련소로 활용했다. 광복을 맞았지만, 미군이 주둔해 1950년 부산기지사령부인 캠프 하얄리아를 설치했고 더 이상 시민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1990년대 ‘금단의 땅’을 되찾기 위한 시민들의 반환 운동이 불붙었다. 하얄리아 인간 띠 잇기와 서명 운동이 확산했고 마침내 미군은 2004년 7월 부지 반환을 결정했다. 부산시는 하얄리아 부지를 즉각 근린공원으로 지정해 공원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우리 땅 하얄리아 되찾기 시민대책위원회’는 ‘하얄리아 시민공원 추진 범시민운동본부’로 전환됐고 반환 부지의 난개발 방지와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운동에 나섰다. 반환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고 2010년 1월에야 미군으로부터 열쇠를 넘겨받아 공원 조성을 본격화할 수 있었다. 〈부산일보〉 주도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하얄리아 공원포럼’이 결성돼 공원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었고 시민 참여 숙의 기구인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공원 조성과 운영에 대한 정책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부산시민공원이다. 부산시민공원에서 ‘시민’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이즈음 뉴욕에는 센트럴파크, 런던에는 하이드파크가 있고 서울에는 서울숲이 있다면 부산에는 부산시민공원이 있다는 말이 생겼다.
부산시민공원 개장 10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그 세월 생활 속 문화 공원을 향한 시민들의 꿈은 얼마나 자랐을까. 센트럴파크의 꿈은 멀다 해도 서울숲에 견줄 만한 부산시민공원의 정체성은 만들어져 가고 있는가. 아쉽게도 관광객들이 찾는 부산의 핫 플레이스는커녕 시민의 사랑을 받는 도심 속 생활 공원으로 자리 잡는 데에도 여전히 한계가 있는 듯하다. 개장 효과로 한 달 평균 100만 명을 웃돌던 방문객은 개장 이듬해부터 월평균 60만~70만 명 수준에 정체돼 있으며 올해 들어서도 7월 말까지 월평균 방문객은 65만 명 수준이다.
공원이 시민들의 일상 속 여가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자리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접근성이다. 그러나 개장 10년이 되도록 공원의 접근성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서면 도심과 부전역, 송상현광장과의 단절은 여전히 극복되지 않는 난제다. 부전천 물길로 공원과 서면 도심을 연결하려던 부전천 복원 사업은 중단과 재추진을 반복하고 있으며 부전역 역세권 개발도 진척이 없다. 부암고가교 철거도 하세월이다.
공원 개장 당시부터 시민 참여 활성화를 위한 공원 운영 거버넌스 논의가 많았지만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된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센트럴파크의 컨서번시나 서울숲의 서울그린트러스트와 같이 시민들에 의한 공원 운영은 애초 역부족이었다. 자연히 공원 운영과 활성화를 위한 시민 참여는 멀어져 가고 있다. 시민공원에서 많은 행사들이 열리지만 공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린 콘텐츠로 시민들에게 각인되는 행사가 없는 이유다. 공원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고 창조의 대상이라는 말은 시민공원과는 먼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시민공원을 주인 없는 빈 땅으로 생각하고 여기저기서 공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원의 주인인 시민들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부산시민공원이 개장 10년에도 불구하고 공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제대로 만들어 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원은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비우는 공간이다. 공원은 언제나 비어 있는 넉넉함으로 남아 있어야 하고 그 속에 채워야 하는 것은 시민들의 창의적 활동으로 만들어 가는 공원 문화다.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가 “지금 이곳(센트럴파크)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와중에 부산시민공원 수목의 생육이 부진해 정밀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공원 문화만 자라지 못 한 게 아니라 수목도 자라지 못 한 모양이다. 이래저래 부산시민공원 전반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4년 5월 1일 개장 10주년에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민 사회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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