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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라는 이름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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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5-06-2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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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라는 이름의 괴물

어제 오늘 SNS 소식에 마음이 복잡하다. 설악산 케이블카 소식 때문이다. 전국 곳곳의 산 정상에 들어선 혹은 들어설 계획인 출렁다리와 케이블카 사업들은 자연을 빠르고 편리하게 소비하기 위한 개발의 상징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친환경 혹은 지역 생태관광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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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자연은 느리게 걷고 사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상품으로 대상화되었다. 이러한 출렁다리와 케이블카 혹은 산악 데크 시설들은 자연의 복잡한 생태계와 시간을 단절시키고, 순간의 경관만을 포착하게 만든다.

잊혀진 소리 같지만, 자연은 한때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숲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별빛 아래서 삶의 의미를 되묻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경험은 느림과 사유, 침묵의 감각 속에 있었다. 자연은 풍경이 아니라, 사유의 공간이었다.

 

시대가 변했다고 한다. 우리 시대는 더이상 자연을 걷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연의 순간적인 시간과 공간을 캡처한다. 자연은 SNS의 배경이 될 뿐이고, 좋은 프레임의 소재일 뿐이다. 자연은 배경이 되었고 인간은 주인공이 되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엿볼수 있었던 전망대는 SNS 인증을 위한 무대가 되었다. 숲은 감각이 깃든 생태계가 아닌 사진 속 색감으로만 기억된다. 갯벌 생태계의 신비함은 사라지고 조개 잡는 일만 기록된다.

 

그렇게 자연을 체험하고 겪는대신 찍는일이 우리의 자연 경험이 되었다. 전국에서 진행되는 체험학습도 그러하다. 체험학습이라 부르지만, 대부분은 안전한 동선 안의 짧은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자연을 손과 눈과 귀로 이해하기보다 안내문을 읽고 설명을 듣고 지나간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만 설명되고, 관계 맺을 주체로 다뤄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흙을 밟지 않고 생태 지식을 외운다.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자연은 콘텐츠로 구도와 조명 속 상품으로 취급된다. 자연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기획의 일부가 된다. 에전에 언젠가 이야기 했던 덴마크의 Forest Tower의 불편한 구조는 오히려 자연을 대하는 감각을 되살린다. 오르며 마주치는 나무와 바람, 발밑의 진동은 인간을 다시 자연의 일부로 느끼게 한다. 시간과 고도의 누적이 감동을 만든다.

 

반면 우리는 빠른 접근과 즉각적인 뷰만을 원한다. 전망대는 5분이면 도달해야 하고, 풍경은 한 장의 이미지로 요약되어야 한다. 그 결과 자연은 살아 있는 관계가 아닌, 잠깐 소비되는 순간적인 시간과 장면이 된다. 모두가 경험하듯이 자연은 한 장의 사진으로는 결코 다 담을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스마트폰 사진의 기술이 좋아져도, 그 사진에서 감동을 느끼기는 어렵다.

 

코로나 이후에 우리 사회는 자연을 더 자주 찾지만 더 얕게 경험한다. 산을 올라야만 느끼는 경외는 사라지고, ‘좋은 장면만 남는다. 감탄은 해시태그가 되고 침묵은 스킵된다.

이런 빠른 접근과 즉각적인 소비에 도달하지 않는 자연은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된다. 재미없는 자연은 관심의 대상에서 탈락한다. 자연이 인간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존재할 권리는 존중받지 못한다. 그것이 정말 중요한 보호구역이라 할지라도 등산의 대상이 아니라면 존중받지 몫하는 상황이다.

 

우리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재미없음과 쓸모없음에 어떻게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자연과 인간이 관계 맺는 구조 자체를 어덯게 복원해야 할까?

자연과의 관계는 편의가 아니라 감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손으로 만지고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바람이 머물렀다 가는 고요함에 머물며 익혀야 한다. 그것은 SNS 콘텐츠로 남지 않지만, 삶을 바꾸는 기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가 추진 중인 케이블카 확대 정책은 환경정책이 아니라 또 다른 관광개발정책일 뿐이다. 산에 닿지 않고 산을 본다는 이 희안한 발상은, 자연을 타자화하고 객체화하며 결국은 생태와 인간의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자연을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케이블카 확대 정책은 삶의 느림과 감각을 배제한 채 자연을 경유지와 소비재로 전락시킨다.

 

나는 환경부가 진짜 환경정책을 말하기를 기대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정책, 생태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아닌 관계 회복을 중심에 두는 정책. 케이블카라는 괴물은 자연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환경부가 알아먹었으면 좋겠다.

페이스북 ?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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